코로나19(COVID-19) 충격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기업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담아내야 한다는 데 4대 그룹 총수들이 한결같이 공감했다는 후문이다. 최근 '공정경제 3법'의 국회 통과 강행 움직임에서 보듯 코로나 위기에도 기업들은 각종 정책의 기획·입안·시행 과정에서 소외되는 모습이 역력하다.
일부 총수는 특히 헤리티지처럼 대기업들의 의견을 설득력 있게 제시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드는 게 어떻겠느냐는 주장을 내놨고, 다른 총수들도 이 의견에 적극적인 입장을 보였다고 한다.
한 경제계 관계자는 "이번 총수 회동 직전에 롯데그룹을 포함한 5대 그룹의 사장들이 만나 헤리티지재단 모델을 먼저 논의했다"며 "여기서 일정 부분 협의된 내용들을 포함해 4대 그룹 총수들이 더 폭넓은 논의를 벌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재계 "기업 규제법 우려"…중립적 정책 제안 창구에 공감
4대 그룹 총수들이 헤리티지재단과 비슷한 단체의 설립을 앞으로 실제 추진할 것인지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필요성 자체에는 이날 회동에 참석한 총수들 모두 긍정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재계의 이 같은 움직임은 처음이 아니고, 우리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각 그룹들의 입장을 어떻게 한데 모을 것이냐는 지켜볼 대목이다. 이 재단이 앞으로 코로나 장기화 같은 우리 사회 위기를 풀어나갈 '역할의 당위성'을 어떻게 응집하느냐도 숙제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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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2016년 12월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 "전경련은 헤리티지 단체처럼 운영하고 친목단체로 남아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만약 헤리티지 재단이 가동된다면 최근 공정경제 3법 강행 같은 '기업 소외' 현상은 일정 부분 해소할 수 있다는 관측도 들린다. 한국 경제의 대들보인 기업들의 목소리가 건전하고 설득력 있게 우리 사회에 전달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에선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내년 초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으로 취임할 경우 대한상의가 헤리티지재단 같은 싱크탱크 역할을 맡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 경우 대한상의는 주요 산업군 중심으로 조직이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재계 한 관계자는 "한국형 헤리티지재단은 무조건 대기업 입장만 전달하기 보다는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경제 현안들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는 정책 제안 기능을 중립적으로 가져가는 방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전문성을 갖추는 것도 꼭 필요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