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뒤 완전자율주행"…테슬라 선언이 놀랍지 않았던 이유는

머니투데이 주명호 기자, 안정준 기자, 김성은 기자 2020.09.23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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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23일 '배터리 데이'에서 발언하고 있다(테슬라 라이브 캡처).// 뉴스1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23일 '배터리 데이'에서 발언하고 있다(테슬라 라이브 캡처).// 뉴스1


"완전 자율주행이 가능한 자동차를 한 달 뒤 선보이겠다"

22일(현지시각) 미국 실리콘밸리 프리몬트공장에서 열린 테슬라 '배터리 데이' 행사는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어떤 혁신 보따리를 풀어놓을 지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머스크가 이날 공개한 히든 카드는 '완전 자율주행차' 선언으로 기대만큼 큰 파문은 던지지 못했다는 평가다. 자율주행 기술을 준비 중인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서는 "테슬라라면 해볼 만한 싸움"이라는 반응까지 들렸다.



테슬라의 '완전 자율주행' 선언은 그 자체로 신선도가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머스크는 이미 지난 7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세계인공지능회의(WAIC)'에서도 올해 말 완전 자율주행 기능을 완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배터리 데이 발표는 그 시점만 '연말'에서 '10월'로 2개월 정도 앞당겨진 것이다.

머스크가 이날 완전 자율주행과 관련해 밝힌 "자동차 주행 보조 기능인 오토파일럿의 기본 소스코드를 대폭 개선했다"거나 "코드 전체를 다시 작성하는 데 꽤 시간이 걸렸다" 등의 언급도 구체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무엇보다 완전 자율주행 선언이 해당 기능의 '양산' 개념과 큰 차이가 있다는 주장이다. 머스크는 한 달 뒤 완전 자율주행을 선보이겠다고 밝히면서 "아직 베타 버전이긴 하지만"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이와 관련 완성차업계 한 관계자는 "한 달 뒤 내놓는 것이 베타버전이라는 것은 결국 지금도 '개발 중'이라는 얘기로 들린다"고 말했다. 마치 시범주행 같은 차량 운행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정도를 완전 자율주행 시대가 당장 올 것처럼 받아들여선 안된다는 중론이다.

이미 현대차를 비롯한 글로벌 완성차 업계가 진행 중인 자율주행 연구 단계와 큰 차이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엄밀한 의미의 완전자율주행은 레벨 5에 해당하는 기술이다. 레벨 1~2는 운전자 지원 기능, 레벨 3은 부분 자율주행, 레벨 4는 조건부 완전 자율주행으로 나뉜다. 업계에선 테슬라의 현재 자율주행 기술을 레벨 3 수준으로 보는데, 베타 버전이 나온다면 레벨 4~5 단계일 가능성이 있다.

"한 달 뒤 완전자율주행"…테슬라 선언이 놀랍지 않았던 이유는
하지만 이 4단계는 이미 기술적으로 이를 뛰어넘은 업체가 상당수에 달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특히 현대차그룹의 모셔널 약진이 주목된다. 모셔널은 현대차가 자율주행기술 전문업체인 '앱티브'와 손잡고 올해 3월 설립한 자율주행 합작법인이다. 앱티브의 자율주행 기술력은 전 세계에서도 내로라하는 수준으로 알려졌다. 시장조사업체 가이드하우스 인사이트는 자율주행 기술 종합순위에서 모셔널을 세계 6위로 평가한다.

모셔널은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 상용화를 위한 준비에도 이미 착수한 상태다. 시범운행 같은 테스트작업도 진행 중이다. 이를 바탕으로 오는 2022년까지 로보택시 및 모빌리티 사업자에게 자율주행 시스템과 지원 기술을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가 자율주행 측면에서 테슬라에 뒤질 것이 없고, 오히려 앞서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완성차 업계 입장에서는 안정성이나 신뢰성 확보 후 양산할 수 있느냐가 최대 관건"이라며 "머스크의 이날 자율주행 발표는 특별히 놀랄 수준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전고체 배터리나 100만마일 배터리 등 '깜짝' 신기술 언급도 없었다. 다만 △18개월~3년 내 배터리 제조비용의 56% 절감 △이를 통한 2만5000달러 수준의 '반 값' 전기차 생산 △2030년까지 배터리 생산능력을 3테라와트시(TWh)로 늘리겠다고 선언한 것은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하이니켈 기술 등 소재기술 중요성을 언급한 것도 국내 배터리 업체들에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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