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 가격 6년만에 오를까..레미콘-시멘트업계 '갈등'

머니투데이 구경민 기자 2020.09.23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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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멘트 가격 6년만에 오를까..레미콘-시멘트업계 '갈등'


시멘트 가격 인상을 놓고 레미콘 업계와 시멘트업계가 갈등을 빚고 있다. 한라시멘트가 레미콘 업계에 단가 인상을 공식 요구하면서다. 가격인상 압박이 시멘트업계 전반적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여 레미콘 업계와 시멘트 업계 간 줄다리기가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23일 시멘트 업계에 따르면 아세아시멘트 계열의 한라시멘트가 최근 거래처인 레미콘사에 단가인상 요청공문을 보냈다. 한라시멘트의 포틀랜드 시멘트(OPC)와 슬래그시멘트의 톤당 가격은 각각 7만5000원, 6만8400원(공장 출고가) 수준이다. 포틀랜드 시멘트는 9.3% 인상된 8만2000원, 슬래그시멘트는 10% 상향된 7만5200원으로 조정해줄 것을 요구했다.



그동안 시멘트 업체들은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무시간 단축 등으로 인한 인건비 상승, 화물차 안전 운임제 적용에 따른 운반비 상승, 탄소배출권 구매부담, 수입 석탄재 환경관리 강화 부담 등으로 가격인상 압력을 받아왔다.

국내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시멘트 톤당 가격은 2003년의 6만6000원보다 4000~4500원 낮은 6만1500~6만2000원에 불과하다. 시멘트 가격은 수요 감소와 공급 확대로 2017년 전 보다 낮게 형성된 상황이다. 특히 시멘트 업체들은 레미콘 가격이 이달부터 2%(1400원) 인상된 점도 시멘트 가격 상승의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시멘트 업계 관계자는 "모든 물가가 올랐는데 6년째 시멘트 가격이 오르지 않은만큼 가격 상승의 필요성이 크다"며 "더구나 레미콘 가격이 올랐으니 레미콘 원료로 사용되는 시멘트에도 인상분을 반영해야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현재 공급가격 인상요구를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며 "한라시멘트에 이어 다른 시멘트 메이저들도 연달아 가격 인상을 요구할 것으로 보여 가격인상 압박은 시멘트업계 전반적으로 확산될 수 있다"고 했다.

증권가에서도 시멘트 가격 인상 전망을 내놓고 있다. 장문준 KB증권 연구원은 "레미콘 가격 인상에 따라 시멘트 역시 6년만의 가격 인상을 기대해 볼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면 레미콘 업계는 시멘트 업계의 갑작스런 가격 인상 요구에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제대로 협상을 하지 않고 공문을 보내는 '통보 방식'에 합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레미콘 업계 관계자는 "2014년 건설·시멘트·레미콘 협의체를 구성한 이후 제대로 운영되지 않아 유야무야된 상황"이라며 "매년 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다. 한라시멘트 외에 다른 시멘트 업체들도 가격 인상을 요구할 경우 레미콘 업계가 어떻게 대응해야할지를 고심 중"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레미콘 업계 관계자는 "어려운 레미콘 업계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시멘트 업계가 사전 협의 없이 가격 인상을 요구하는 것에 동조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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