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메콩' 받았던 文, 차기 정부에 '신남방정책' 물려준다

머니투데이 최경민 기자 2020.09.23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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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신남방정책 업그레이드]②한-해양 5개국 정상회의로 자연스럽게 인수인계

[부산=뉴시스]배훈식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11월27일 오전 부산 누리마루에서 열린 제1차 한·메콩 정상회의에 앞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통룬 시술릿 라오스 총리, 아웅산 수치 미얀마 국가고문,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 문 대통령,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 프락 속혼 캄보디아 부총리 겸 외교부 장관. 2019.11.27.   dahora83@newsis.com[부산=뉴시스]배훈식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11월27일 오전 부산 누리마루에서 열린 제1차 한·메콩 정상회의에 앞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통룬 시술릿 라오스 총리, 아웅산 수치 미얀마 국가고문,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 문 대통령,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 프락 속혼 캄보디아 부총리 겸 외교부 장관. 2019.11.27. [email protected]


#. 2011년 10월28일 서울. 제1차 한-메콩 외교장관회의가 열렸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메콩 국가(베트남·태국·미얀마·캄보디아·라오스) 장관들을 모두 만나고 이 지역과의 파트너십에 힘을 줬다. 외교장관 회의에서는 '한강선언'이 채택됐다. '한강의 기적'을 '매콩강의 기적'으로 잇겠다는 취지였다.

#. 2019년 11월27일 부산. 제1차 한-메콩 정상회의가 열렸다. 문재인 대통령은 메콩 5개국 정상들을 향해 "한강의 기적이 메콩강의 기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정상회의에서는 '한강-메콩강 선언'이 채택됐다. 도로·교량·철도·항만 등 인프라 확충, 농촌개발, 문화·관광에 이르는 다양한 협력 방안에 대해 합의했다.



'한강의 기적'을 '메콩강의 기적'으로 잇는 비전이 정상회의 차원에서 합의되기까지는 이처럼 8년이 걸렸다. 문재인 정부는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과의 협력 강화를 위해 신남방정책을 천명했고, 과거 정부에서 추진해오던 메콩과의 파트너십도 구체화했다.

외교 정책에 있어서 정권의 이념 성향과 관계없이 '연속성'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한-메콩 파트너십 구축이 보여준다. 문 대통령도 이 점을 잘 알고 있다. 신남방정책의 경우 백년지대계로, 차기 정부에서도 흔들림없이 추진해야 하는 정책이란 생각이다.



집권 4년차에 접어든 문재인 정부는 이제 자신들의 유산을 물려줄 준비를 하고 있다. 특히 '신남방정책'은 문재인 정부가 차기 정부에 물려주는 사실상 '1호 유산'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오는 11월 예정된 아세안 정상회의를 계기로 '해양 5개국(인도네시아·싱가포르·말레이시아·필리핀·브루나이) 협의체'를 제안할 계획이다. 한-메콩 협의체에서 보듯, 성과는 바로 나오지 않는다. 한-해양 5개국 정상회의는 빨라야 2022년 개최 가능하다는 평가다.

결국 협의체의 추진은 문재인 정부가 하지만, 프로젝트의 성과는 차기 정부의 몫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의 임기가 2022년 5월까지이기 때문이다. 집권 후반기, 국내 대선 및 아세안 정상회의 일정 등을 고려할 때 문 대통령의 임기 내에 한-해양 5개국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건 어려울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일단 이번 한-아세안 정상회의를 통해 해양 5개국과 협력체에 대한 전체적인 공감대를 형성하고, 사이버 온라인 사무국 설치, 협력기금 출범, 외교장관 회의 등의 프로세스를 순차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기금확보, 협력 프로젝트 발굴 등이 원활히, 신속하게 이뤄지면 2022년 정상회의까지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문 대통령이 한-해양 5개국 정상회의의 세팅을 거의 마무리한 상황에서 퇴임한다면, 신남방정책의 인수인계가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게 가능하다. 차기 정부는 '메콩 5개국'-'해양 5개국' 협의체를 일종의 분과로 삼아 신남방정책을 더 힘있게 추진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이 이같이 신남방정책에 힘을 주는 이유는 '자주외교'의 추구에 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샌드위치 상태이기 때문에, 우리가 주도할 수 있는 외교영역이 절실하다는 판단이다. 많은 인구, 잠재력 등을 고려할 때 아세안을 이같은 자주외교의 최적 대상으로 보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까지 아세안 10개국을 모두 방문할 정도로 신남방정책에 힘을 줬다. 지난해 부산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는 "아세안은 한국의 영원한 친구이며 운명공동체"라며 '아세안 퍼스트' 시대를 천명했다.

미중갈등 상황에서 신남방정책의 필요성은 더욱 커진다는 판단이다. 특히 중국에 대한 지나친 무역 의존도는 우리 외교의 운신의 폭을 좁히는 요인으로 지목돼 왔다. 아세안과 교역규모를 중국 수준(연 2500억 달러)까지 끌어올린다면, 우리 외교정책의 활동 공간이 넓어지는 효과를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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