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사랑하는 호주 여자 '호주사라'

머니투데이 조철희 기자, 김상희 기자 2020.09.22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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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fluencers]

한국을 사랑하는 호주 여자 '호주사라'


2006년, 호주의 한 고등학생이 우연히 한국 아이돌 그룹 동방신기의 뮤직비디오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그동안 호주에선 좀처럼 듣고 볼 수 없었던 음악과 아티스트였다. 금세 흠뻑 빠져들었다.

열렬히 한국 음악을 찾아 듣다 한국 방송 프로그램들까지 보게 됐다. 예능과 드라마에 푹 빠졌다.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출연자들이 하던 '쥐를 잡자' 게임을 학교에서 친구들과 함께 해 히트를 쳤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드디어 한국 여행을 떠났다. 같이 한류 팬이 된 엄마와 함께 동방신기 콘서트를 보기 위해 처음으로 한국 땅을 밟았다. 2주일간의 여행 동안 TV 밖의 엄청난 한국 문화들을 접했다. 특히 한국 음식에 반해 버렸다.

2014년, 음식 등 다양한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유튜브 방송 '호주사라 HojuSara'를 시작했다. 6년 여 만에 구독자가 약 33만명이 됐다. '한국을 사랑하는 호주 여자' 호주사라, 사라 홈즈(Sara Holmes)의 이야기다.



"한국 문화는 독보적!…신나게 유튜브 합니다"
호주사라의 유튜브 콘텐츠는 다채롭다. 먹방(음식 방송), 인터뷰, 영어 등 다양한 콘텐츠로 눈길을 끈다. 콘텐츠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자신이 신나고 재밌게 영상을 촬영하고 있느냐다. 그래야 구독자와 시청자들도 재미를 느끼고 좋아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맛집 소개도 많이 하는데 제가 좋아하지 않는 곳은 추천하고 싶지 않아 반드시 직접 식당에 가 먹어 보고 맛있다고 느끼면 콘텐츠를 만듭니다. 인스타그램에서 아무리 맛집이라고 소문난 곳이라도 제가 별로라고 느끼면 소개하지 않습니다. 그동안 불닭볶음면, 삼겹살, 치킨 먹방이나 제주도 등 관광지 소개 콘텐츠가 눈길을 많이 끌었는데 올해는 시골을 돌아다녀 보고, 좋은 곳을 소개하는 것이 목표였어요. 하지만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때문에 그러지 못해 많이 아쉽습니다."

호주사라는 한국 문화를 '독보적'이라고 평가한다. 다른 나라에는 없는 특별한 것들이 많다는 것. 호주에선 K-POP(케이팝) 같은 스타일의 음악을 듣지 못했다. 특히 한국 엔터테인먼트는 국내에서도 스타를 잘 키운다. 한국은 국내에서 국민들이 스타를 열렬히 응원하고, 스타는 한국 무대만으로도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기도 한다. 호주의 경우 배우로 성공하려면 미국 할리우드로 가야 한다.


"유튜브 콘텐츠 제작도 호주보다 한국이 기술과 인프라가 더 좋은 환경입니다. 한국 분들은 유튜버를 꽤 좋아해 주는데 호주에선 아직 유튜버를 조금 무시하는 분위기도 있어요. 특히 한국은 콘텐츠 만들 게 많아요. 한국 음식을 정말 좋아하는데 한국은 음식도 참 다양합니다."

호주사라가 보기에 한국 문화 콘텐츠는 언어 장벽을 넘어서려는 노력을 기울이면 해외에서 더 크게 성공할 것 같다. 영상 콘텐츠에는 영어 등 외국어 자막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더 많은 이들이 쉽게 이해하고,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들도 더 잘 배우고, 많은 이들이 한국에 더 빠지게 될 것이라고 본다.

넷플릭스 '범인은 바로 너'에서 유재석 등과 인터뷰한 호주사라(맨 왼쪽)  /사진제공=호주사라넷플릭스 '범인은 바로 너'에서 유재석 등과 인터뷰한 호주사라(맨 왼쪽) /사진제공=호주사라
유재석과 인터뷰, 성공한 덕후…한국어 인터뷰 잘하는 외국인 유튜버 꿈꿔
호주사라는 유재석의 '성덕'(성공한 덕후)이다. 오랜 팬인데 얼마 전 넷플릭스 콘텐츠 '범인은 바로 너'에서 유재석을 인터뷰했던 것.

"지금까지도 믿기지 않아요. 호주사라 유튜브를 시작한지 6년이 넘는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꼽고 싶습니다. 10년 넘게 유재석님 팬이었는데 제가 인터뷰를 하게 돼 믿을 수 없었습니다. 녹화가 끝나고 나서 인사도 나눠주시고 정말 착하셨어요."

호주사라는 인터뷰 콘텐츠를 더 다뤄보고 싶다. 본인은 아직 많이 서툴다고 하지만 한국어가 유창한 외국인 유튜버로 손꼽힌다. 대학교에서도 언론학을 전공해 인터뷰에 관심이 많다. 한국 연예인들과 편하게 한국어로 인터뷰하는 콘텐츠에 계속 도전할 계획이다.

"사회 이슈 같은 무거운 주제의 인터뷰도 하고 싶지만 아직은 한국어 실력이 부족해요. 진지한 얘기를 하다 실수하면 큰일날 것 같고, 제대로 표현을 못한다면 누군가 상처를 받을 수도 있을 거에요. 영어로 한다면 조금 무거운 인터뷰도 할 수 있을텐데, 한국어 실력이 늘면 그때 도전해 보고 싶습니다."

호주사라는 요즘 요리에 관심이 많아 셰프들을 만나 인터뷰하고 싶다. 맛집을 다닐 때마다 사장님들도 인터뷰하고 싶다. 한국 연예인들도 인터뷰하고 싶은 이들이 많다. 케이팝 때문에 한국어를 배운 호주사라는 아이유와 화사를 좋아한다. 최근 재미있게 본 '더킹'의 이민호도 만나 보고 싶다.

"한국-호주를 더 가깝게…유튜브는 항상 善하게"
최근 국내에선 유튜브 '뒷광고'가 논란이 됐다. 사실 호주에선 한국보다 한참 일찍 비슷한 문제가 터졌다. 이제 호주에선 유튜버가 광고를 유치했을 경우 광고임을 명확히 표명해야 하고 보는 이들이 잘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호주사라는 유튜버가 구독자와 신뢰를 쌓고 싶다면 광고는 반드시 투명하게 해야 한다고 말한다. 구독자들에게 솔직히 말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33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인플루언서로서 저의 말과 행동, 콘텐츠가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영향력 있는 인플루언서라면 부정적인 마음보다 긍정적인 마음과 시각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편의와 행복을 위해서 영상을 제작하는 마음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콘텐츠를 만들 때 항상 다른 이들이 보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말하기 전에 항상 그 말의 영향력을 생각해야 합니다."

호주사라가 지난해 언젠가 서울에서 영상 촬영을 하고 있는데 한 외국인이 다가와 이렇게 말했다. "호주사라 유튜브를 보고 한국 유학을 결심해 지금 이렇게 한국에서 살고 있어요." 자신 때문에 한 외국인이 한국을 좋아하게 됐다는 사실에 너무 기뻤지만 한편으로는 인플루언서로서 자신의 영향력을 확실히 느낀 순간이었다.

사진제공=호주사라사진제공=호주사라
활동폭을 넓히고 있는 호주사라는 최근 '선한 영향력'을 위해 뭉친 인플루언서들과 협동조합을 함께 하기로 했다. 국내 최초로 유튜버 등 다국적 인플루언서들이 직접 만들어 지난 8월 출범한 인플루언서글로벌협동조합(GIN·Global Influencers Network)이다.

GIN은 한국, 미국, 캐나다, 영국 등 유럽, 러시아, 카자흐스탄, 우크라이나, 호주, 중국, 일본, 대만, 베트남, 태국, 필리핀, 남미 등 40여개국 다국적 인플루언서 500여명이 참여하는 커뮤니티다. 'K-컬처'를 앞세워 전세계로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선한 영향력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사회·경제적 활동을 벌인다. 특히 인플루언서들과는 물론이고 인플루언서 관련 생태계 전반에서 활발한 소통을 주도할 계획이다. 호주사라는 GIN의 홍보이사를 맡았다.

"유튜브는 유튜버들의 말을 들어줘야 하고, 유튜버들은 구독자들의 말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유튜브 생태계는 물론이고 어떤 생태계든 서로의 말을 잘 듣고 이해하는 커뮤니케이션이 가장 중요할 것입니다."

호주사라는 유튜버, 크리에이터, 인플루언서로서 구독자·시청자들이 자신의 콘텐츠를 보면서 항상 행복해 하는 것이 활동 목표다. 또 한국과 호주를 문화적으로 지금보다 훨씬 더 가깝게 만드는데 기여하는 커뮤니케이터가 되고 싶다.

"한국에 살면서 힘든 점은 단 하나 밖에 없어요. 가족을 잘 못본다는 것인데요. 최근 호주에 살고 있는 한국인 구독자 분과 위로를 주고받던 일이 기억나네요. 구독자 분이 코로나 상황 때문에 호주에서 한국으로 귀국하지 못하고 계셨는데, 호주의 가족이 보고 싶어도 호주로 갈 수 없는 제 처지에 공감하시면서 '힘내자'는 댓글을 남겨주셨어요. 정말 감동적이었습니다. 구독자들 중에 한국에 오고 싶어 하는 분들이 많은데 다들 지금 많이 힘드시겠지만 항상 긍정적인 마음으로 지내다 상황이 좋아지면 한국으로 많이들 놀러오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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