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한국타이어, 차녀도 아버지에 반기 들었다…'차남 vs 3남매'

머니투데이 주명호 기자 2020.09.22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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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한국타이어, 차녀도 아버지에 반기 들었다…'차남 vs 3남매'


국내 최대 타이어 기업인 한국테크놀로지그룹 (15,480원 ▼320 -2.03%)(한국타이어그룹) 경영권 분쟁이 조양래 회장의 차녀인 조희원씨까지 가세하며 제2라운드로 접어들 조짐이다. 이렇게 되면 사실상 오너 2세들 4명이 모두 경영권 분쟁에 나서는 것이다. 조양래 회장의 신뢰를 받는 조현범 사장에 맞서 조현식 부회장과 조희경 한국타이어문화재단 이사장, 조희원 씨가 연합해 대립하는 모양새다. 사실상 '3(장녀·장남·차녀) 대 1(차남)' 구도의 남매의 난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차녀 조희원 씨는 이달초 법무대리인을 통해 조양래 회장과 조현범 사장에게 본인 명의의 계좌에서 발생한 출금내역에 대해 설명하라는 내용증명을 보냈다. 조 회장과 조 사장이 자신의 계좌에 있던 자금을 임의로 사용했다는 이유다. 이 내용증명에 따르면 조 회장과 조 사장이 사용한 금액은 84억원에 달한다.



당초 조희원씨와 조양래 회장·조현범 사장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남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양측 의견차가 심해지며 고성이 오갈 정도로 갈등이 깊어졌다는 후문이다.

조현범 사장의 누나이자 조양래 회장의 차녀인 조희원씨는 이전까지는 부친 조양래 회장에게 반발한 장녀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과 장남 조현식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부회장을 공식 지지하지 않았다. 하지만 조희원씨가 조현범 사장과의 갈등이 불거지며 향후 조현범 사장에 맞서 조희경 이사장과 조현식 부회장 편에 설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남매간 갈등은 본격적인 지분율 다툼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조희원씨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지분율은 10.82%로 2대 주주인 조현식 부회장(19.32%)과 조희경 이사장(0.83%) 지분까지 합하면 30.97%에 달한다.

현 최대주주인 조현범 사장의 지분율이 42.9%로 지난 6월말 조 회장으로부터 지분을 양도받아 최대주주 자리에 올라섰다. 당장은 지분 차이가 10%포인트 이상 나는 만큼 조 사장의 경영승계를 위협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6.24%를 들고 있는 국민연금이라는 변수가 있을 뿐 아니라 17.57%에 달하는 소액주주의 표심이 어디로 가느냐도 주목된다.

장녀 조희경 이사장이 청구한 성년 후견개시 심판의 결과도 또 다른 변수로 꼽힌다. 조 이사장은 지난 7월 말 "(조 회장의 지분 양도가) 건강한 정신 상태에서 자발적 의사에 의해 내린 결정인지 객관적 판단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성년 후견을 청구했다. 조현식 부회장도 지난달 25일 입장문을 내고 성년 후견절차에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따라 조양래 회장은 향후 법원에 출석해 재판부 심문 및 의사 감정 등을 통해 정신 상태를 검증 받아야 한다. 만약 법원이 조현식 부회장 측 손을 들어주면 조현범 사장으로의 지분 양도는 효력을 잃을 수 있다. 이 경우 조현범 사장의 지분율은 19.31%로 떨어져 다른 남매들이 연합한 지분율보다 낮아진다.

조양래 회장은 이와 관련 성명문을 통해 "나이에 비해 정말 건강하게 살고 있다"며 건강에 전혀 이상이 없다는 뜻을 직접 밝히기도 했다.

조 회장은 당시 조현범 사장에게 지분을 양도한 것에 대해 "충분한 검증을 거쳤다고 판단해 이미 전부터 (조현범 사장을) 최대주주로 점 찍었고 더 이상의 혼란을 막고자 지분매각을 결정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여전히 의혹의 목소리가 흘러 나온다. 관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시기적으로도 조현범 사장으로의 지분 양도는 완벽하게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현재로선 성년 후견 청구 결과를 기다려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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