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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만마저 쓴소리" "절벽에 외치는 절망감"…갈곳 잃은 재계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20.09.21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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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만마저 쓴소리" "절벽에 외치는 절망감"…갈곳 잃은 재계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마저 돌아섰다."

21일 예정에 없이 개최된 박 회장의 긴급 기자간담회를 지켜본 재계 한 인사의 소회다. 박 회장은 이날 상법·공정거래법·노동법 등 이른바 경제3법을 두고 이례적으로 여야 정치권은 물론 정부에도 날을 세웠다.

박 회장은 자신이 이끌던 두산그룹의 핵심사업인 원전사업이 현 정부 들어 퇴출되는 상황에서도 그동안 아쉬운 소리 한번 하지 않았다. 오히려 적폐 낙인이 찍힌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을 대신해 정·재계의 소통로 역할을 묵묵히 수행했다.



하지만 코로나19 경제침체와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생사 갈림길을 걷는 기업을 향해 규제 칼날을 벼르는 정치권 앞에서 백전노장은 결국 답답함과 한탄, 회한을 거침없이 드러냈다. 재계에선 그동안 친여, 친정부 성향을 보였던 박 회장이 정부를 향해 강도 높은 쓴소리를 쏟아낸 배경을 정치권의 불통, '기업 패씽'에서 찾는다.

4대 그룹 한 인사는 "21대 국회 들어 정부와 여야 정치권이 기업의 목소리를 아예 들으려고 하지 않으니 박 회장 같은 비둘기파(협상파)도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지 않겠냐"며 "정치권의 일방통행에 답답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정치권 일방통행에 재계 원칙적 반대 입장…상의 보완 입법 제안
"박용만마저 쓴소리" "절벽에 외치는 절망감"…갈곳 잃은 재계
경제3법을 바라보는 경제계의 시각은 기본적으로 반대 입장이지만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 자영업자별로 약간은 온도차가 있다. 전경련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은 3법 전면 반대가 원칙이다. 감사위원 분리선출, 전속고발권 폐지 등이 기업 경영에 부담을 주기 때문에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상법 개정안의 감사위원 분리선출과 선출 과정에서의 대주주 의결권 3% 한도 제한은 경제계가 가장 꺼리는 조항이다. 2006년 KT&G 먹튀 논란을 일으켰던 헤지펀드 칼아이칸 같은 '기업 사냥꾼'에게 빗장을 열어줄 수 있다는 게 재계의 우려다. 해외에서도 입법사례가 없다.

선임되는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하는 집중투표제에 대한 재계 우려도 같은 맥락이다.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이 2018년 현대차그룹과 표 대결을 벌일 때 "기업 정관 상의 집중투표제를 배제하는 조항을 없애 달라"고 압박했던 게 대표적이다.

현대차 감사위원에 중국 경쟁사 임원이 선임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게 된다. 미국은 1940년대 22개주에서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했다가 적대적 인수합병의 부작용을 경험하면서 대부분 임의규정으로 바꿨다.

상의의 제안은 감사위원 분리선출제도를 꼭 도입해야 한다면 투기펀드 등이 주주제안을 통해 이사회에 진출하려고 시도할 경우만이라도 대주주 의결권을 3% 이상으로 완화해달라는 내용이다. 감사의 독립성을 보장한다는 취지를 받아들이되 기업의 방어장치를 보완하는 방식이다.

자포자기 모습도…경제단체장 국회 재방문 '논의 촉구'
"박용만마저 쓴소리" "절벽에 외치는 절망감"…갈곳 잃은 재계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내부거래 규제대상 확대 조항이 시행될 경우 국내 지주사 소속기업은 대부분 내부거래 의심 대상에 오르게 된다. 재계에서는 그동안 지주사 도입을 장려했던 정부가 갑자기 등을 돌려 획일적인 규제 잣대를 들이대려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학계에서도 자칫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이 커질 수 있다는 목소리가 적잖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규제를 강화하더라도 지주사가 아닌 기업과 지주사 소속기업들이 지주사 밖의 계열사와 거래하는 등의 경우에 대해 적용하고 지주사 소속기업들끼리 이뤄지는 거래는 예외로 인정하는 식의 정책 조율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재계가 일제히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자포자기한 듯한 모습도 보인다. 한 경제단체 고위 관계자는 "여당이 180석에 달하는 의석을 앞세워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데다 기업에 호의적이었던 국민의힘까지 입법으로 선회하면서 재계로선 입장을 설명하고 설득하는 것 외에 방법이 없다"며 "그나마도 지금까지의 과정을 보면 절벽에 외치는 격이라 절망적"이라고 말했다.

대한상의와 전경련, 경총 등 경제단체는 지난해에 이어 21대 국회가 임기를 시작한 지난 6월부터 수차례 정치권을 찾아 경제3법에 대한 재계의 우려를 전했다. 정치권에서는 아직까지 이에 대한 공식적인 논의나 언급이 없는 상태다. 박용만 회장과 손경식 경총 회장은 오는 22일과 23일 국회를 다시 찾아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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