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 나비효과' 韓증시 돈 빼는 외국인들…2390선 붕괴

머니투데이 김소연 기자 2020.09.21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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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전략]불확실성 커진 증시

(서울=뉴스1) 이동해 기자 = 21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명동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전날보다 23.01포인트(0.95%) 내린 2,389.39을 나타내고 있다. 코스닥은 전날보다 21.89포인트(2.46%) 내린 866.99로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보다 2.3원 내린 1,158.0원에 거래를 마쳤다. 2020.9.21/뉴스1(서울=뉴스1) 이동해 기자 = 21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명동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전날보다 23.01포인트(0.95%) 내린 2,389.39을 나타내고 있다. 코스닥은 전날보다 21.89포인트(2.46%) 내린 866.99로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보다 2.3원 내린 1,158.0원에 거래를 마쳤다. 2020.9.21/뉴스1


니콜라 나비 효과가 한국 증시를 흔들었다. 미국 수소트럭 제조업체 니콜라의 창업주가 돌연 사임하면서 관련주가 흔들렸다. 성장주로 꼽혀왔던 언택트(UNTACT) 종목에 대한 경계심도 커졌다.

이에 외국인들이 팔자에 나서며 증시가 출렁였다. 코스닥 시장은 기관 차익실현 매물까지 덮치며 타격이 더 컸다.



외국인 '팔자'에 코스피 2390선 아래로 후퇴
21일 코스피 지수는 전일대비 23.01포인트(0.95%) 떨어진 2389.39를 기록했다. 외국인이 724억원 순매도했고, 개인과 기관은 464억원, 329억원 어치 샀다.

업종별로는 대부분 약세를 보인 가운데 종이목재, 비금속광물, 의약품, 화학, 증권이 2% 넘게 하락했다. 운송장비와 전기가스업, 기계, 은행업종은 강보합세를 기록했다.



시가총액 상위종목들은 모두 파란 불을 켰다. 특히 그간 코로나19 이후 수혜업종으로 꼽히던 언택트, 성장주들이 낙폭이 컸다.

LG화학 (373,000원 ▼8,500 -2.23%)셀트리온 (177,400원 ▼2,100 -1.17%)이 각각 5%, 4%대 하락했고 삼성바이오로직스 (780,000원 ▼10,000 -1.27%), NAVER (182,700원 ▼1,000 -0.54%), 카카오 (47,400원 ▼700 -1.46%) 등도 2%대 약세를 나타냈다. 시총 10위 내 SK하이닉스 (170,600원 ▼9,200 -5.12%)(0.96%)와 현대차 (250,000원 ▼2,500 -0.99%)(2.21%) 만이 빨간 불을 켰다.

이날 LG화학은 최근 배터리 사업부 물적분할 이슈에 니콜라 관련 불확실성, 테슬라 '배터리데이'를 앞두고 투자심리가 엇갈리면서 급락했다.


이날 주가 하락을 이끈 것은 개인이다. 개인은 LG화학이 배터리 사업부 분할계획을 밝힌 지난 17일부터 LG화학(우선주 포함)을 줄곧 매도해 3420억원 어치 팔았다. 이 기간 개인 순매도 물량 2위다. 니콜라에 투자한 한화그룹 계열사 한화솔루션 (23,800원 ▼850 -3.45%)도 전일대비 3150원(7.40%) 떨어져 3만9400원을 기록했다.

코스닥 시장은 기관 차익매물까지 가세했다. 이날 코스닥 지수는 전일대비 21.89포인트(2.46%) 떨어진 866.99에 장을 마쳤다. 9월초 수준으로 돌아갔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566억원, 2551억원 어치 매도하면서 시장 하락을 이끌었다. 개인이 4451억원 매수했지만 추세를 뒤집진 못했다.

니콜라 창업자 트레버 밀턴이 21일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났다. © 로이터=뉴스1니콜라 창업자 트레버 밀턴이 21일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났다. © 로이터=뉴스1
니콜라 후폭풍에 급격한 원화 강세까지…변동성 커졌다
이날 증시 하락세는 니콜라 창업주가 돌연 사임하면서 성장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악화됐기 때문이다. 이에 언택트 수혜주가 많은 코스닥 시장이 더 충격을 입은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정치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것도 외국인 대거 이탈을 부추겼다.

미국 물류전문지 프라이트웨이브는 지난 20일(현지시간) 밀턴 창업자가 회장직에서 사임했다고 보도했다. 프라이트웨이브는 밀턴 창업자가 최대주주 지위는 유지하겠지만 회사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

니콜라는 지난주 사기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니콜라가 보유한 기술 능력을 과장해 파트너를 끌어들였다는 지적에 미 증권 당국 증권거래위원회(SEC)도 조사에 나섰다.

니콜라는 해명 동영상을 만들었지만, 정작 기술력과 관련한 핵심 질문에는 모호하게 답해 의혹을 키웠다. 이런 가운데 창업주가 돌연 사임하면서 성장주에 대한 신뢰성 의문이 커졌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난 주말 니콜라 회장의 돌연 사임 이후 테마주들의 매물이 출회되면서 글로벌 주식시장 낙폭이 확대되고 있다"며 "이는 언택트 등 밸류가 부담된 종목들의 하락도 부추겼다"고 분석했다.

니콜라 리퓨즈 트럭/사진=AFP, 니콜라 제공니콜라 리퓨즈 트럭/사진=AFP, 니콜라 제공
원/달러 환율이 급락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일대비 2.3원 떨어진 1158원에 마감했다. 지난 14일부터 6거래일 연속 하락하면서 급격한 원화 강세 국면이 펼쳐지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1160선을 하향이탈하면서 코스피 낙폭이 확대됐다"며 "원화 강세 압력으로 인해 수출주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단기적으로 등락이 지속돼 교통정리가 필요할 것이라고 봤다. 원화 강세는 수출기업들에게는 이익 상승 요인이긴 하지만, 추세가 급격할 경우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 확대로 읽힌다. 이에 수출주들에 대한 투자심리 악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반대로 달러가 강세일 경우 외국인 이탈 우려가 커질 수 있다.

이 연구원은 "급격한 원화강세에 따른 여진이 불가피해 당분간 투자심리, 수급 간 등락이 예상된다"며 "여진이 전개되는 과정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내려도, 올라도 불안한 흐름을 보일 수 있고, 그동안 글로벌 증시 대비 초강세를 보여온 코스피 지수에 매물압력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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