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노파? 해피핑크?…당색 발표 미룬 국민의힘 속사정

머니투데이 박가영 기자 2020.09.20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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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국민의힘 당색으로 검토되고 있는 빨강·노랑·파랑 삼원색/사진=국민의힘국민의힘 당색으로 검토되고 있는 빨강·노랑·파랑 삼원색/사진=국민의힘


국민의힘이 당색을 두고 막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당초 새로운 당색으로 빨강·노랑·파랑 삼원색을 혼용해 사용하는 안이 유력하게 검토됐지만, 당내 이견이 나오면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의원들 사이에서 현재 당의 상징색인 '해피핑크'를 유지하자는 목소리가 적지 않은 만큼, 더 폭넓은 의견 수렴을 위해 당색 발표를 하루 미루고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김수민 국민의힘 혼보본부장은 지난 14일 오전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새로운 당색으로 빨강·노랑·파랑 삼원색을 함께 사용하는 안을 보고했다. 빨강·노랑·파랑은 각각 국민의힘의 전신인 자유한국당(빨강)과 정의당(노랑), 더불어민주당(파랑)의 당색이다. 세 가지 색을 함께 사용해 보수부터 진보까지의 이념 스펙트럼을 아우르겠다는 의미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강조한 '탈이념'의 의미를 담은 것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18일 당색과 로고를 확정한 뒤 발표해 당의 외형 변화를 위한 작업을 일차적으로 마무리할 예정이었다. 당초 김 본부장 등 실무진은 이날 오후까지 당색 확정을 목표로 했지만, 의견 수렴이 더 필요하다는 판단하에 주말까지 추가로 논의해 20일 오전에 발표하기로 했다.

하지만 20일로 예정된 당색 및 로고 최종안 발표도 하루 더 미뤄졌다. 국민의힘은 기자들에게 보낸 공지를 통해 "추가 여론수렴과 조율 과정을 거쳐 오는 21일 오전 비대위 회의 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당색 최종 결정을 앞두고 기존에 사용했던 '해피핑크'가 변수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초선 의원 등 다수 의원들 사이에서 총선 기간 사용했던 해피핑크에 대한 선호도가 높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총선 기간 당색 '해피핑크'색 머플러를 두르고 있는 모습./사진=뉴스1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총선 기간 당색 '해피핑크'색 머플러를 두르고 있는 모습./사진=뉴스1
국민의힘 한 초선 의원은 "해피핑크를 쓰자는 의견이 가장 많은 걸로 보인다"며 "지난 총선이 4월이었다. 핑크색 옷을 입고 벚꽃이 핀 하천을 다니면서 지역주민들에게 인사를 드렸다. 예쁘고 화사하다는 칭찬을 많이 해주셨다. 내년 재보궐 선거도 4월에 있는데 계절적으로도 핑크가 잘 어우러진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같은 당 중진 의원은 "삼원색이 사회통합이라는 나름대로의 의미는 있지만 당의 정체성을 모호하게 만든다는 지적이 있다"고 말했다.

당색에 대한 내부 의견이 갈리자 국민의힘은 최종안 발표를 늦추고 충분히 의견수렴 절차를 거치겠다는 방침이다. 당명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겪었던 '진통'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국민의힘은 앞서 당명과 정강·정책을 개정하는 과정에서 소속 의원들의 불만을 마주했다. 당명 자체에 대한 이견은 물론 의원총회에서 의견 수렴이 채 끝나지 않았는데, 이후 의결 절차를 밟는 상임전국위원회와 전국위원회 일정을 미리 잡아놓은 데 대한 지적이 있었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전국위 일정을 먼저 잡아놓고 의원총회를 언제 어떻게 열까 고민하는 게 있을 수 있는 일이냐"며 "어처구니가 없다. 당 비대위의 전횡이 도를 넘고 있다"고 반발했다 같은 당 김태흠 의원도 "당 비대위가 당을 새롭게 바꾸겠다는 미명 하에 당을 희화화·퇴보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당색 최종안 발표가 연기된 데 대해 김선동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머니투데이 the300(더300)과의 통화에서 "아직까지 당색에 대한 이견들이 있는 상황이다. 소속 의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다 들어보고 내일 비대위에서 논의해 발표하는 것도 늦지 않겠다고 판단했다. 현재도 의원들이 단체대화방 등에서 계속 의견을 나누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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