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익 급감, 위기의 VAN···몸집 불리고, PG 키우고

머니투데이 김세관 기자 2020.10.02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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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수수료율 인하 불똥 튀어…대형 1위 계열등장, PG사업 성장 두드러져

순익 급감, 위기의 VAN···몸집 불리고, PG 키우고


신용카드 결제를 대행하며 수십년간 안정적인 경영을 해 왔던 부가통신사업자(VAN)들의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됐다. 오프라인 결제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코로나19(COVID-19) 확산이 직격탄이 됐다.

주요 사업 파트너인 카드사와 대형 가맹점들의 이른바 ‘VAN리스(VANless: VAN사 배제)’ 흐름도 위기를 가속화 시키는 요인이다. VAN사들은 몸집 불리기 혹은 비대면 거래 증가로 수익이 증가하고 있는 PG(전자지급결제업)사업을 병행하며 위기 극복을 모색하고 있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공개한 상위 13개 VAN사의 영업실적에 따르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총 74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0.1% 감소했다.

VAN사의 순익은 2017년 이후 꾸준히 줄었다. 2017년에 전년 대비 4.2% 증가한 이후 2018년 2.8% 줄며 감소세로 전환됐다. 지난해 1.02% 감소에 이어 올해 상반기 두자릿수 대 감소폭을 보인 것이다. 뚜렷하게 드러난 성장 동력이 없어 하반기도 상반기와 크게 다르지 않을 전망이다.



VAN사를 둘러싼 대내외적 환경 탓이다. 우선 카드가맹점 수수료율 인하에 따른 불똥이 VAN사에 옮겨붙었다. 카드사들은 카드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로 수익이 줄자 비용절감으로 버티고 있다. 비용절감 항목에는 VAN사에 내줄 대행비도 포함된다.

카드사들은 VAN 대행 수수료를 결제 건당 일정 비용을 지급하는 정액제에서 결제액의 일정 비율을 지급하는 정률제로 바꿔 돈을 아꼈다. 일부 카드사들은 VAN사에 위탁했던 매출전표 매입 업무도 직접 하고 있다. 역시 비용 절감 차원이다.

이 같은 ‘VAN리스’ 분위기는 대형 가맹점에서도 감지된다. 신세계그룹이나 SPC의 경우 VAN 자회사를 설립해 그룹 내 가맹점 계약을 맺도록 하고 있다. 전통적인 VAN사가 영업이나 경쟁을 할 수 있는 여지조차 없어졌다.


여신업계 한 관계자는 “실적 악화로 일부 VAN사들이 수익 다각화를 위해 관광객 대상 ‘택스 리펀드(부가세 환급)’ 대행 서비스 사업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로 이마저도 신통치 않다”며 “VAN사들로선 출구가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VAN사들을 다수 보유 중인 나이스(NICE)그룹의 경우 대형화와 규모의 경제로 위기 극복에 나서려는 모습이다. 나이스그룹은 업계 1위 나이스정보통신과 업계 3~5위권으로 평가되는 KIS정보통신을 소유하고 있다. 올해 초 KIS정보통신이 업계 7위권 제이티넷(JTNet)을 인수했다. 3사의 업계 점유율 합계는 35% 가량으로 추정된다.

비대면 결제 환경 증가로 지속 성장 중인 PG사업에 힘을 싣기도 한다. 올해 상반기 13개 VAN사의 VAN사업 매출은 5811억원이었던 반면 PG 등 기타사업 매출은 6456억원이었다. 처음으로 VAN사업을 추월했다.

VAN사 업계 한 관계자는 “대부분의 주요 VAN사들이 PG사업을 겸엄하고 있거나 관련 자회사를 두고 있다”며 “사실상 VAN사업과 PG사업이 모호해진만큼 양 업종을 아우르는 신사업 발굴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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