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사업, 퍼크 찍고 PSC 개발하면 확 달라진다

머니투데이 최민경 기자 2020.09.22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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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 기술력, 한화큐셀 정지원 CTO가 밝히는 대 전환점

정지원 한화큐셀 최고기술책임자(CTO)/사진제공=한화큐셀정지원 한화큐셀 최고기술책임자(CTO)/사진제공=한화큐셀


"한화큐셀은 전 세계 톱 10 태양광 셀·모듈 제조업체 중 유일하게 비(非)중국 기업입니다. 중국 기업이 태양광 분야에서 아무리 빠른 속도로 기술력을 높이고 있어도, 여전히 세계 최고 기술력은 한화큐셀이 갖고 있습니다."

중국이 독식하는 글로벌 태양광 업계에서 한화큐셀의 존재감은 남다르다. 무엇보다 세계 최고 기술력을 인정받기 때문이다. 이 한화큐셀 안에서도 기술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바로 최고기술책임자(CTO) 정지원 전무다.



정 전무는 한화그룹의 태양광 기술을 현 수준으로 끌어올린 입지전적 인물이다. 그는 한화그룹이 독일 큐셀을 인수한 2012년 10월 경력으로 입사했다. 이후 한화큐셀 글로벌 CTO로 부임해 연구개발(R&D) 전략을 짜고 독일 공장과 말레이시아 공장, 중국 공장의 협업체계를 완성했다. 현재는 독일 한화큐셀 법인장을 겸하며 연구·개발과 글로벌 기술영업, 제품 전략까지 맡고 있다.

정 전무가 한화큐셀 기술력을 세계 최고라고 자부하는 데는 분명한 성과가 있다. 정 전무는 "한화큐셀은 퍼크(PERC) 기술을 업계 최초로 대량 생산했고, 다결정 실리콘 태양전지 모듈의 효율성도 세계 신기록을 세웠다"고 밝혔다. 여기서 퍼크 기술이란 태양광 셀 후면에 반사막을 삽입해 셀의 효율성을 높이는 기술로 태양광 효율을 1%나 높일 수 있다. 그는 "차세대 신기술 개발에서도 한화큐셀은 확고한 주도권을 지키고 있다"고 밝혔다.



2015년 세계 최초 '퍼크' 대량생산…가격보다 기술력으로 승부
그러나 이 과정이 모두 순조롭진 않았다. 한화큐셀이 본격적으로 흑자를 올리기 시작한 건 불과 지난해부터다. 2010년대 중반만해도 태양광 사업은 중국 업체들의 공급과잉 탓에 수익은 안나면서 투자비만 많이 드는 신사업으로 통했다. 각국에 흩어진 글로벌 사업들을 정리하는 작업조차 쉽지 않았다.

하지만 정 전무와 한화그룹은 태양광 사업에 대한 믿음을 놓지 않았다. 중국과 가격 경쟁을 벌이는 대신 셀·모듈의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유럽과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의 주거용·상업용 태양광 시장을 노크했다. 이 결과 독일과 미국, 일본에서 한화큐셀 태양광 모듈은 점유율 1위를 달린다.

정 전무는 "태양광을 포함한 재생에너지는 단기적 접근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투자와 사업을 병행해야 하는 호흡이 긴 사업"이라며 "태양광 발전의 경우 현재는 전체 발전량의 2% 수준이지만 2050년까지 22% 이상을 차지하는 주 에너지원"이라고 강조했다. 한화가 초창기 어려움에도 불구, 태양광 사업을 뚝심 있게 추진한 것도 이런 이유다.


한화큐셀 태양광 사업은 퍼크 대량 생산에 성공한 2015년부터 본격적인 전환점을 맞는다. 정 전무는 퍼크 대량 생산에 성공하기 전까지 무려 4개월간 독일과 말레이시아를 2주에 한번 씩 오가며 교차 근무를 섰다. 그는 "기술을 개발하고 양산하는 과정에서 독일, 중국, 말레이시아, 미국 등 여러 국가 소재 직원들과 협업하는 게 아주 중요했다"며 "시차와 언어, 문화의 차이를 극복하며 신속하고 정확하게 신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상당히 어려웠다"고 밝혔다.

'꿈의 소재' PSC 개발도 박차…2025년 상용화 기대
한화큐셀은 이제 태양광 업계에서 '꿈의 소재'로 불리는 페로브스카이트(PSC)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PSC는 기존 실리콘 셀의 성능을 유지하며 가격은 10분의 1로 낮출 수 있다. 정 전무는 "전 세계 태양광 기술 연구진은 현재 시장을 주도하는 실리콘 태양전지의 대체 기술로 PSC 태양전지를 주목하고 있다"며 "한화큐셀은 PSC와 실리콘 태양전지 효율 향상에 앞으로 5년간 집중 투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PSC 소재의 상용화 시점에 대해 정 전무는 쉽게 예측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그는 그러나 "연구 초기 단계이긴 하지만 최소 3년 이상 걸릴 것으로 생각하고 연구에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일부 기업들이 PSC 상업화 로드맵을 경쟁적으로 발표하고 있지만 실리콘 기술과 비교해 월등한 원가 경쟁력과 신뢰성을 확보한 이 기술은 아직 분명히 개발한 사례가 없다"며 "사견이지만 2025년 정도면 의미 있는 PSC 제품이 시장에 자리 잡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분명한 것은 이 PSC 개발이 한화큐셀 사업에 날개를 달아줄 것이라는 점이다.

한화큐셀은 분산형 전력시장에서도 경쟁력 확보를 위해 발전시스템과 전력판매 솔루션 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정 전무 입장에서 코로나19(COVID-19)는 중앙집중식 전력구조에서 분산형 전력구조로 빠르게 변화시키는 촉매제이자 기회다. 그는 "최근 시스템 기술 개발에 더 많은 자원을 투자하고 있다"며 "모듈과 인버터, 에너지 저장장치를 한데 묶는 시스템 패키지 경쟁력 강화에 주력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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