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1대 국회 개원연설에서 3법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를 바란다고 한 데 이어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공정경제 3법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했다. 윤관석 국회 정무위원장도 “정기국회에서 법 통과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금융그룹감독법 제정 논의에 속도가 붙고 있는 것이다.
삼성은 금융그룹감독법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주식을 팔아야 할 수 있다. 일명 삼성생명법이라 불리는 보험업법 개정안과 같은 효과가 나타난다. 금융그룹감독법에는 삼성전자 주식을 과도하게 가지고 있어 삼성생명에도 영향을 미칠 우려가 크면 감독당국이 삼성생명에 삼성전자 주식을 팔도록 명령할 수 있다.
미래에셋도 부담스럽긴 마찬가지다. 미래에셋은 그동안 복잡한 지배구조로 비판을 받아왔다. 금융그룹감독법이 시행되면 이런 지배구조가 여실히 드러난다. 당장 이달 말 처음으로 시행하는 금융그룹 통합공시도 난감하게 여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보, DB 등 다른 금융그룹들은 ‘우리가 왜 감독을 받아야 하냐’며 볼멘소리를 낸다. 특히 교보와 DB는 보험업 외에는 규모가 크지 않는데 금융그룹 감독까지 받는 건 이중규제라고 본다. 지난 6월말 기준 교보증권 등을 포함한 교보생명의 연결자산은 121조6000억원인데 교보생명 별도 자산만 112조원으로 92%에 달한다. 한때 교보생명이 교보증권 매각을 검토한 이유 중 하나도 금융그룹감독 때문으로 알려졌다. DB 역시 DB손해보험과 DB생명이 자산이 각각 45조5000억원, 11조6000억원으로 금융자산의 90%에 육박한다.
같은 맥락에서 금융업계에선 태광그룹, 다우기술그룹 등이 빠진 것에 대해서도 의아해한다. 예컨대 태광그룹은 흥국생명, 흥국화재, 흥국증권, 흥국자산운용은 물론 고려저축은행과 예가람저축은행 등 금융 계열사를 갖고 있다. 흥국생명 30조원, 흥국화재 12조9000억원을 비롯해 45조3000억원의 자산을 갖고 있다. 계열사 부당 지원으로 이호진 전 회장이 실형을 선고받을 정도로 오너 리스크도 존재한다.
감독대상 기준에 대한 이의제기는 감독당국이 자초한 측면도 있다. 금융그룹 감독대상은 금융자산 5조원 이상의 복합금융그룹이다. 일단 왜 5조원인지가 불명확하다. 여기에 금융회사지배구조법의 감독을 받는 금융지주과 국책은행은 빠진다. 감독실익이 없는 금융그룹도 제외한다. 그렇지만 ‘감독실익’ 여부가 추상적이고 주관적일 수 밖에 없다. 업권별 자산·자본 비중, 시장점유율 등을 고려한다고 하지만 이 또한 임의적 판단이 들어갈 소지가 있다. 차라리 ‘50조원’으로 잡았으면 DB는 넣고 태광을 뺀 것에 대한 설명이 되지만 그러지도 못해 의구심만 커졌다. 자산이 적어도 금융그룹 내 다른 금융회사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도 있어 금융자산 순으로 감독대상을 선정하면 안 된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그룹감독법은 그룹차원의 위험을 관리하는 보충적 규제이기 때문에 ‘이중규제’나 ‘옥상옥 규제’는 아니다”라며 “감독대상 선정기준 등도 향후 시행령 등으로 구체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