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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로 다가온 금융그룹감독법…커지는 파열음

머니투데이 이학렬 기자 2020.09.21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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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도 '찬성' 논의 활발한 금융그룸감독법…교보· DB 등 이중규제 '볼멘소리'·태광은 왜 빠졌나 불만

현실로 다가온 금융그룹감독법…커지는 파열음




정부와 여당이 금융그룹의 감독에 관한 법률(금융그룹감독법) 입법을 강력히 추진하면서 파열음도 커지고 있다. 모범규준에 따라 감독대상에 포함된 일부 금융그룹들은 감독대상에서 빠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태광그룹 등 자산규모가 감독대상 기준인 5조원을 훨씬 뛰어넘는데도 빠진 것에 대해 불만을 제기한다. 금융당국은 감독대상 기준이 자의적이라는 지적이 나오자 향후 법이 제정되면 시행령 등 하위규정으로 기준을 구체화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와 여당은 ‘공정경제 3법’(공정거래법·상법·금융그룹감독법) 중 하나로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말 국회에 제출했고 지난 1일 정무위원회에 회부됐다. 숙려기간이 끝나지 않아 이달중 상정되진 않지만 논의는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21대 국회 개원연설에서 3법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를 바란다고 한 데 이어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공정경제 3법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했다. 윤관석 국회 정무위원장도 “정기국회에서 법 통과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금융그룹감독법 제정 논의에 속도가 붙고 있는 것이다.



금융그룹감독법 입법이 현실화하면서 금융그룹들이 바빠졌다. 금융당국이 2018년 처음 금융감독제도를 도입했을 때부터 금융그룹들은 이중규제라며 반발했다. 입법화되면 강제력까지 생긴다.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제도 도입 당시 감독대상 금융그룹은 삼성, 미래에셋, 한화, 현대차, 교보, DB, 롯데 등 7개였다. 롯데가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 등을 매각하면서 빠져 6개로 줄었다.

삼성은 금융그룹감독법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주식을 팔아야 할 수 있다. 일명 삼성생명법이라 불리는 보험업법 개정안과 같은 효과가 나타난다. 금융그룹감독법에는 삼성전자 주식을 과도하게 가지고 있어 삼성생명에도 영향을 미칠 우려가 크면 감독당국이 삼성생명에 삼성전자 주식을 팔도록 명령할 수 있다.

미래에셋도 부담스럽긴 마찬가지다. 미래에셋은 그동안 복잡한 지배구조로 비판을 받아왔다. 금융그룹감독법이 시행되면 이런 지배구조가 여실히 드러난다. 당장 이달 말 처음으로 시행하는 금융그룹 통합공시도 난감하게 여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보, DB 등 다른 금융그룹들은 ‘우리가 왜 감독을 받아야 하냐’며 볼멘소리를 낸다. 특히 교보와 DB는 보험업 외에는 규모가 크지 않는데 금융그룹 감독까지 받는 건 이중규제라고 본다. 지난 6월말 기준 교보증권 등을 포함한 교보생명의 연결자산은 121조6000억원인데 교보생명 별도 자산만 112조원으로 92%에 달한다. 한때 교보생명이 교보증권 매각을 검토한 이유 중 하나도 금융그룹감독 때문으로 알려졌다. DB 역시 DB손해보험과 DB생명이 자산이 각각 45조5000억원, 11조6000억원으로 금융자산의 90%에 육박한다.

같은 맥락에서 금융업계에선 태광그룹, 다우기술그룹 등이 빠진 것에 대해서도 의아해한다. 예컨대 태광그룹은 흥국생명, 흥국화재, 흥국증권, 흥국자산운용은 물론 고려저축은행과 예가람저축은행 등 금융 계열사를 갖고 있다. 흥국생명 30조원, 흥국화재 12조9000억원을 비롯해 45조3000억원의 자산을 갖고 있다. 계열사 부당 지원으로 이호진 전 회장이 실형을 선고받을 정도로 오너 리스크도 존재한다.


감독대상 기준에 대한 이의제기는 감독당국이 자초한 측면도 있다. 금융그룹 감독대상은 금융자산 5조원 이상의 복합금융그룹이다. 일단 왜 5조원인지가 불명확하다. 여기에 금융회사지배구조법의 감독을 받는 금융지주과 국책은행은 빠진다. 감독실익이 없는 금융그룹도 제외한다. 그렇지만 ‘감독실익’ 여부가 추상적이고 주관적일 수 밖에 없다. 업권별 자산·자본 비중, 시장점유율 등을 고려한다고 하지만 이 또한 임의적 판단이 들어갈 소지가 있다. 차라리 ‘50조원’으로 잡았으면 DB는 넣고 태광을 뺀 것에 대한 설명이 되지만 그러지도 못해 의구심만 커졌다. 자산이 적어도 금융그룹 내 다른 금융회사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도 있어 금융자산 순으로 감독대상을 선정하면 안 된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그룹감독법은 그룹차원의 위험을 관리하는 보충적 규제이기 때문에 ‘이중규제’나 ‘옥상옥 규제’는 아니다”라며 “감독대상 선정기준 등도 향후 시행령 등으로 구체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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