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의 청계천, 이재명의 지역화폐

머니투데이 고석용 기자 2020.09.22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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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불붙은 지역화폐 논쟁

편집자주 국책연구원이 경제라는 이름으로 ‘팩폭(팩트폭격)’을 시도했다. 유력 대선주자는 화력을 총동원해 ‘본보기 응징’에 나섰다. 여야 유력 정치인들까지 참전을 시작했다. 지역화폐는 무엇인가. 그것은 복지이자 정치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사진=이기범 기자이재명 경기도지사/사진=이기범 기자


지역화폐(법률용어는 지역사랑상품권)는 이재명 경기지사를 대표하는 정책이다. 이 지사가 성남시장 재임 시절 만 24세의 청년에게 연간 100만원씩 주는 '청년배당'을 성남사랑상품권으로 한 것을 계기로 지역화폐 논의가 본격화했다. 이 지사가 지역화폐 비판에 날 선 반응을 보이는 이유다.



성남사랑상품권 발행액은 청년배당을 계기로 2015년 133억원에서 이듬해 249억원으로 87%가량 늘어난다. 청년배당이 매출로 이어지면서 소상공인들도 반색했다. 정치권도 기본소득과 지역화폐를 주목하기 시작했고 이 지사의 인지도는 크게 올랐다.

이 지사는 2018년 경기도지사 당선 후 6곳에 그쳤던 지역화폐 발행 시·군을 31곳 전체로 확대했다. 할인율과 소상공인 매출증가에 기여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경기도 외 다른 지자체들도 서둘러 지역화폐를 도입했다. 2018년 66곳이던 지역화폐 발행 지자체는 올해 229곳으로 늘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18년 3714억원이던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액은 2019년 2조3000억원, 2020년 9조원(예정)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이 지사의 성남사랑상품권이 성남에서 경기를 넘어 전국으로 확산한 것이다.

지역화폐, 차기대선서 이재명의 무기 될까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16년 서울 중구 청계천에서 '청계천시민걷기대회'에 참석했다이명박 전 대통령이 2016년 서울 중구 청계천에서 '청계천시민걷기대회'에 참석했다
이에 따라 이재명의 지역화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에 이룬 업적인 청계천 복원처럼 향후 대선에서 핵심 치적으로 거론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 이 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청계천 복원사업을 적극 활용했다. 행정능력을 어필하며 토목사업을 전국으로 확대한 '한반도 대운하'를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다. 강력한 라이벌이었던 박근혜 후보를 경선에서 누를 수 있었던 배경에도 청계천이 있었다. 김형오 당시 한나라당 사무총장은 이 전 대통령 지지율에 대해 "(이 시장의 지지율)상승세 저변에는 탄탄한 힘이 받쳐주고 있다. 바로 청계천의 힘"이라고 평가했다.


이 전 대통령과 달리 대부분 지자체장들은 대권레이스 과정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이인제 전 경기지사(1997년 15대 대선), 손학규 전 경기지사(2007년 17대, 2012년 18대, 2017년 19대), 김문수 전 경기지사(2012년 18대)가 대표적이다. 2017년 19대 대선에서는 고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경기지사, 홍준표 경남지사 등 11명의 지자체장이 대선 경선까지 진출했지만 홍 지사를 제외한 10명이 결선조차 오르지 못했다.

낙선 원인은 다양하지만 이 전 대통령의 청계천 복원사업처럼 대표적 행정사업이 없다는 점은 공통적인 이유로 거론된다. 지자체장 이력으로 인지도를 높이고 시·도 조직을 구성할 수 있지만 '결정적 정책성과' 없이는 지지율 상승에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 대선에서 낙마한 한 지자체장 출신 후보 캠프 관계자는 "홍준표, 안희정, 박원순 등 낙마한 지자체장들은 모두 이렇다 할 '결정적 정책성과'가 부족했다"며 "유력 대권주자로 떠오른 이 지사가 다음 대선에서 기본소득과 함께 지역화폐를 정책성과로 내세울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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