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과 함께' 주호민, 웹툰 검열 논란에 "시민독재 시대 열렸다 "

머니투데이 이진욱 기자 2020.09.18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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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으니깐 더 패는 것"

네이버웹툰 '소녀재판'네이버웹툰 '소녀재판'


웹툰 작가 주호민이 최근 불거진 여성 혐오·선정성 비판을 받는 일부 웹툰에 대한 검열 논란에 대해 “시민독재 시대가 열렸다”고 날을 세웠다. 주호민은 ’1000만 관객'을 넘어선 영화 ‘신과 함께’의 원작자로 유명한 웹툰 작가다.

주호민은 18일 새벽 트위치에서 생방송 중 “최근 웹툰 검열 사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네티즌들의 질문에 “옛날에는 국가가 검열을 했는데, 지금은 독자가 한다. 시민 독재의 시대가 열린 것”이라고 운을 뗐다.



그는 “이건 굉장히 큰 문제다. 이런 일이 가능한 이유는 ‘자신이 도덕적으로 우월하다‘라는 생각 때문인데, 사실 그렇지 않다.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이나 작품을 만났을 때 그것을 미개하다고 규정하고 계몽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 방법으로는 생각의 확장이 이뤄지지가 않는다. ‘네가 미개해서 내 생각이 맞는 거야’가 아니고, ‘내 생각처럼 해보면 이런 게 좋아질 수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런데 아직 그런 걸 보여준 적이 없다. 늘 ‘너는 미개한 놈이야’라고만 하니까, 오히려 반발심이 생기는 것”이라며 “아마 이런 현상은 더 심해질 거다. 지금은 시민이 시민을 검열하기 때문에 뭘 할 수가 없다. 힘겨운 시기에 만화를 그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그래서 만약 사과를 하면 또 ‘진정성이 없다’고 한다. 그냥 죽이는 거다. 그냥 재미있으니까 더 패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호민 작가.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주호민 작가.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앞서 기안84가 네이버 연재 중인 웹툰 ‘복학왕’이 여성 혐오 논란에 휩싸이면서, 연재 중지를 요청하는 국민청원까지 등장했다. 기안84는 “더 많이 고민하고 원고 작업을 해야 했는데, 불쾌감을 드려 독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리고 많은 분들이 관심 가져주시는 만큼, 원고 내 크고 작은 표현에 더욱 주의하도록 하겠다”고 사과했다.

웹툰 '헬퍼'도 남성이 여성을 강간하거나 강간미수인 장면이 나오고, 살해와 고문 장면들이 잔인하게 묘사돼 문제가 됐다. 또 작품 속 대부분의 여성 캐릭터들이 성을 대가성으로 이용하거나 남성 캐릭터에 의해 상품화돼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작가 삭은 사과문을 통해 “당분간 잠시 쉬며 재정비 시간을 갖겠다”며 휴재를 예고했다.


네이버 웹툰 지상최대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은 '소녀재판'도 선정성으로 도마위에 올랐다. 주인공 여자 고등학생이 남자 주인공의 약점을 빌미로 성폭력을 가하는 설정이 아이들의 성 가치관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소녀재판의 연재 중단을 요구하는 청원이 게재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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