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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3 전화했지만 그날밤 모든 상담사는 통화중이었다

머니투데이 김지훈 기자 2020.09.20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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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방역-경제 암중모색 와중에 '정신상담도 대란'?

'집합금지' 피해업종인 코인노래방 사장이 머니투데이에 1393 통화가 7분 넘게 되지 않았다며 이미지 캡처를 보냈다. '집합금지' 피해업종인 코인노래방 사장이 머니투데이에 1393 통화가 7분 넘게 되지 않았다며 이미지 캡처를 보냈다.




"소중한 당신 오늘 하루도 혼자 고민하셨나요. 1393(보건복지부 자살예방상담전화)이 당신 곁에 있습니다.…죄송합니다. 모든 상담사가 통화중입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시기 바랍니다. …죄송합니다. 모든 상담사가 통화중입니다. …죄송합니다. 통화량이 많아 상담사 연결이 어렵습니다. …소중한 당신 오늘 하루도 혼자 고민하셨나요.…"

9월13일 밤 10시29분. 경기도 일산에 있는 코인노래방 사장인 30대 후반 여성 김모씨는 숨이 턱 막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잠든 10살 짜리 딸을 뒤로 한 채 휴대폰을 꺼내 '1393'을 눌렀다. 하지만 7분39초 동안 대기하며 자동 메시지 만 이어져 전화를 끊었다.

코로나19(COVID-19)사태에 따라 코인노래방에 걸린 '집합금지'로 신변을 비관하는 기분에 사로잡혔지만 상담전화 마저 제때 받기 어려웠다. 코로나19로 사회 전반에 우울감이 번지면서 '번호표'를 끊고 기다려야 할 정도로 상담 수요가 몰린 것.



신변 비관자의 단기 아르바이트
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이 22일 오후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자살예방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홍봉진기자 honggga@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이 22일 오후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자살예방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홍봉진기자 honggga@
'코로나 블루'(코로나 우울증)가 사회 전체에 만연하면서 극단적 선택에 대한 우려가 높다. 생계난은 극단적 선택을 고민하게 만드는 요인 1순위다. 전국민 통신비 2만원 지원처럼 실효성에 의문이 드는 정책들이 나오는 가운데 상담을 통한 '심리 방역'마저 불발되는 사례들이 나와 자영업자들의 우울감이 높아질 전망이다.

김씨는 18일 머니투데이에 1393 통화내역을 이미지로 캡처한 문자를 보내며 "오죽하면 전화를 걸었지만 7분이 지나도 응답이 없어서 끊었다"고 말했다. 그는 우울감에 휩싸인 채 단기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뭐라도 벌어보려고 멀쩡한 가게 놔두고 쿠팡 알바를 했다 앓아 누웠다"고 했다.

김씨와 같은 지역인 일산엔 신변을 비관해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 간신히 살아남은 코인노래방 업주도 있다.

자살예방상담전화는 극단적 선택을 생각하는 국민에게 정신건강전문요원·임상심리사·사회복지사 등 전문가들이 24시간 상담을 해주는 서비스다. 2018년 12월 '자살예방국가행동계획'에 따라 출범했다. 극단적 선택을 하기 직전 응급상황에서 번호를 쉽게 떠올리 수 있도록 지자체들이 운영하는 정신건강상담전화(1577-0199)보다 짧은 4자리 특수번호(1393)가 도입됐다.

문제는 한꺼번에 많은 전화가 오거나 상담시간이 길어질 경우다. 112·119와 달리 통화 연결이 더딜 수 있어 상담 희망자가 스스로 전화를 포기하고 더 부정적인 기분에 휩싸일 수 있다. 즉각 통화가 될 때도 있지만 김씨사례처럼 절박한 기분에도 메시지만 듣다 끊는 경우가 있다.

박종익 강원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통화가 안 되면 여러 가지 심적인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며 "최근 코로나 블루에 직접적으로 생계에 대한 위협이 폭발적으로 늘어 실제로 극단적 선택에 대한 고위험군은 많이 늘었다"고 분석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현재 42명이 교대근무 방식으로 업무를 하고 있다"며 "극단적 선택 뿐 아니라 다양한 고민에 대한 상담 수요가 있어 즉각 통화가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극단적 시도 선택 후 정신과 진료도
/사진=중앙자살예방센터 홈페이지 캡처./사진=중앙자살예방센터 홈페이지 캡처.
복지부가 통계청 자료를 인용해 발표한 2018년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당시 극단적 선택으로 사망한 인원은 1만3670명으로 2017년보다 1207명 증가(9.7% 증가)했다. 사망자 1인당 평균 3.9개의 생애 스트레스 사건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다양한 제도적, 사회적, 개인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한두 가지의 요인만이 극단적 선택에 영향을 미치진 않는다.

다만 중앙자살예방센터가 2018년 전국 약 2만5233 표본가구 내 만13세 이상 가구원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경제적 어려움(36.0%)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생각하게 만든 이유로 가장 빈번하게 지목됐다. 이어 가정불화(14.5%) 외로움·고독(12.6%)순이었다.

특히 수도권 1만6000개 노래방 등 집합금지 업종은 생계난이나 우울감을 해소할 지원을 적기에 받지 못하면 비극이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코로나 확산 저지를 위한 방역이 강화될수록 피해업종이 임차료 등 손실은 쌓여가는 부작용이 커지고 있기 때문. 노래방, PC방(수도권 기준 13일 집합금지 해제) 등 집합금지 명령을 받았거나 유지되고 있는 업종 종사자들은 200만원 규모로 주어지는 2차 재난지원금 만으론 회생이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심지어 집합금지대상인 유흥주점은 2차 재난지원금 대상에서도 제외됐다.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집합금지업종 사업을 하던 자매의 극단적인 선택 시도 사례를 언급하며 "이런 마음을 느끼는 자영업자가 굉장히 많다"며 "통신비 2만원을 나눠준다는 게 큰 의미가 있을까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코인노래연습장협회 소속 10여명의 점주들은 지난 19일 오후 1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인도 모여 "장기간 지속된 집합금지명령으로 영업을 못해 생활고를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며 국회 앞 인도에 근조 화환을 걸고 상복을 입은 채 시위를 벌였다.

노래바(유흥주점)를 하다 언니(사망)와 함께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뒤 살아남은 전직 사장은 기자와 통화에서 "집합금지를 맞아 모든 업소가 어렵기 때문에 업계인들끼리 도움을 주고 받는 것조차 불가능하다"며 "가게는 폐업하고 정신과 진료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현재 기존에 관심을 갖던 수준보다 더 많은 (극단적 선택 예방) 대책이 필요하게 됐다"면서도 "방역이냐 경제냐 중간에서 접점을 찾는 것은 쉽지 않은 상황일 것"이라고 봤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예방 핫라인 1577-0199,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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