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적분할시 지분 매각·합병 관여 못해…소액주주 권익 축소된다"

머니투데이 정인지 기자 2020.09.17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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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적분할시 지분 매각·합병 관여 못해…소액주주 권익 축소된다"


LG화학의 물적분할 논란이 뜨겁다. 물적분할 자체로는 기업의 가치에 영향을 주지 않지만 '핵심 사업부를 빼앗겼다'고 느끼는 소액주주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대기업이 특정 사업부를 물적분할 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은 아니다. 다만 핵심 사업부가 분할을 통해 비상장사가 되면 소액주주들이 주주총회 등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없어 권익이 축소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LG화학은 이날 긴급 이사회를 열어 전지사업부(전기차 배터리 사업)를 분사키로 했다. 분사 방식은 LG화학의 100% 자회사로 두는 물적 분할이다. 이후 물적 분할 회사를 상장(IPO)시켜 자금 조달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적분할을 하게 되면 소액주주를 포함한 기존 LG화학 주주들은 신설회사 주식을 받지 못한다. 배터리 사업에 직접 투자하려면 신설회사 주식을 따로 매수해야 한다.



주주들의 불안은 LG화학이 앞으로도 신설 법인에 대해 지배력을 가질 수 있을까다. 실제로 2018년에 발간된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물적분할한 상장사들(전체 78건)의 약 32%가 신설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잃었다.

2015년부터 2017년 12월 말까지 3년간 물적분할을 실시한 상장법인을 분석한 결과 44.9%(35건)는 분할 이후 신설 자회사의 지분 구조가 변했다. 이 중 지분이 다소 감소하더라도 존속기업이 여전히 경영권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는 10건에 그쳤다. 나머지 25건은 지분매각, 합병, 유상증자 등으로 존속기업이 지배력을 상실했다.

송은해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선임연구원은 당시 보고서에서 "물적분할로 신설 기업이 비상장사가 되면 기존 소수주주들은 주총 의결권을 갖지 못하므로 권익이 축소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자회사의 지분 매각은 이사회 결의만으로 가능하다. 존속회사가 신설회사 지분을 매각하거나 타 법인과 합병시키는 등 중대한 경영의사결정 사안에 대해 주주들이 감시, 견제할 권한이 약화된다는 설명이다.

송 연구원은 또 분할을 위한 주주총회 이전에 후속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정보가 공개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24곳은 분할기일로부터 2개월도 채 안되는 시점에서 신설회사의 지분매각·합병·유상증자 등을 진행했다.

그는 "많은 경우에 분할 직후 지배구조 개편이 이뤄지는데, 관련 계획은 분할을 위한 주주총회 이전에 공시되지 않기 때문에 주주들이 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의결권을 행사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증권시장에서 삼양옵틱스(현 에스와이코퍼레이션)는 물적분할로 소액주주들이 피해를 입은 대표적인 사례로 회자된다.

삼양옵틱스는 2013년 핵심 사업인 광학렌즈 사업부를 물적 분할한 뒤 사모투자펀드인 보고펀드에 매각했다. 껍데기만 남은 존속회사는 매각대금을 활용해 유상감자를 한 뒤 자진 상장폐지했다.

주력사업부를 매각할 줄은 몰랐던 개인주주들은 기업 가치 급락의 피해를 고스란히 입었다. 소액주주들이 연대해 임시주총에서 표대결을 펼치기도 했지만 상폐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보고펀드는 인수한 광학렌즈 사업부(현재 삼양옵틱스)를 2015년에 다시 코스닥시장에 상장시켰다. 보고펀드는 유상감자, 배당, IPO(기업공개) 등을 통해 투자자금(680억원) 이상을 현금으로 회수한 것으로 평가된다.

물론 통계를 가지고 특정 기업의 미래를 예단할 수는 없다.

물적분할의 장점으로는 △분할 후에는 각 사업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고 △재무구조가 개선되고 신규 자금조달이 원활해지며 △비대해진 사업구조를 분할해 투자, 운영, 관리를 최적화할 수 있다는 점 등이 꼽힌다.

네이버의 경우 지난해 네이버페이를 물적 분할했을 때 오히려 '금융 강화의 신호탄'으로 평가를 받았다.

네이버는 지난해 8월 사내독립기업인 네이버페이를 물적 분할해 '네이버파이낸셜'을 설립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미래에셋그룹으로부터 8000억원을 유치받고, 지분 17%를 내줬다. 네이버페이 역시 최근 네이버 주가를 이끌어온 주요 요인이지만 물적분할에 따른 주주들의 불만은 크지 않았다.

결국 LG화학이 주주들의 불만을 안정화시키기 위해서는 소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분할 후 후속 조치와 관련해 LG화학이 공식적으로 발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LG화학은 이날 신설법인의 IPO(기업공개)에 대해 "현재 구체적으로 확정된 부분은 없지만 추후 지속적으로 검토해 나갈 예정"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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