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자 줄어드는 위메프, '숨고르기' or '위기'

머니투데이 이재은 기자 2020.09.17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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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분기 위메프 이용자 이탈, e커머스 6위로…노조 만들어지며 내홍도

위메프 사옥 /사진=뉴스1위메프 사옥 /사진=뉴스1


e커머스 위메프가 위기설에 휩싸였다. 신사업들은 제궤도에 오르지 못한 상황에서 이용자수가 급감하며 코로나19(COVID-19) 수혜를 입고 있는 다른 e커머스 업체들에 밀리고 있어서다. 더구나 내부적으로 복지가 줄어들고 조직 개편·인사 발령도 적절치 못했다는 비판이 쏟아지며 노조까지 만들어졌다. 박은상 대표의 공백기가 길어지면서 지난해 투자받은 3700억원의 사용적기를 놓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17일 닐슨코리안클릭의 '2020년 2분기 전자상거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위메프의 이용자 이탈이 심화됐다. 위메프는 업체별 순이용자수(UV) 1076만명으로 6위를 기록했다. 이는 2년 전인 2018년 월간 평균 1200만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10% 줄어든 수준이다. 위메프는 티몬(1141만명)에게도 추월을 당했다. 위메프는 이용자 방문율도 떨어졌다. 지난해 43%였던 이용자 방문율은 지난 2분기 39%로 감소했다.



업계서는 예견된 일이란 평가가 나온다. 다른 e커머스들은 쿠팡 '로켓배송', 티몬 '타임커머스'등 각자의 특징을 갖고 고정 이용층을 만든 반면, 위메프는 이렇다할 '한 방'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단위(억원) /사진제공=위메프단위(억원) /사진제공=위메프
위메프 내부서도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연간 영업손실이 몇년째 지속돼온 만큼 돌파구가 필요한데, 좀처럼 돌파구가 보이지 않아서다. 위메프는 2018년 연간 영업손실 390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는 757억원으로 적자 폭이 두배 가까이 늘었다. 이미 수년 째 적자 경영이다.

위메프도 적자 폭을 줄이기 위해 신사업을 개척하는 등 노력을 해왔지만 결실이 없다. 지난해 위메프는 8개 자회사를 설립, 현재 총 12개의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하지만 아직 자회사 중 뚜렷하게 사업적 성과를 거둔 곳은 없다. 오히려 적자 폭을 키우기만 하고 있다. 2018년 위메프 자회사는 1억4000여만원의 영업익을 올렸지만, 지난해는 영업손실 17억4900여만원을 내 적자로 전환됐다.
리틀리케 홈페이지 공고문리틀리케 홈페이지 공고문
그나마 지난해 설립한 자회사 중 '인벤터스'가 그나마 눈에 띄었다. 인벤터스는 요거트 브랜드 '리틀리케'를 출시, 유튜브 브이로그 등에서 인기를 끌었다. 마켓컬리에서 금세 품절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하지만 리틀리케는 해외 인기 요거트 브랜드의 디자인을 표절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이달 말 판매 중지를 선언한 상태다.



다른 신사업 상황도 여의치 않다. 위메프는 배달 애플리케이션을 미래 먹거리로 보고, 지난해 4월 위메프오를 출시했다. 배달의민족과 요기요가 양분하고 쿠팡이츠가 급속 성장하는 시장에 위메프오가 뛰어들면서 차별화 전략으로 삼은 건 '가맹점과의 상생'이었다.

물론 1년만에 거래액이 25배 신장하는 등 성장세는 빠르지만, 아직까지 별 다른 매출 기여는 없는 상황이다. 위메프는 장기적 관점에서 뷰티·맛집·생활여가 등 종합 O2O(온오프라인 연계) 플랫폼을 지향하고 있다며 현재는 성장 과정이므로 투자가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만성 적자경영을 이어오고 있는데 추가적인 부담이 전체 부실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은상 위메프 대표 / 사진제공=위메프박은상 위메프 대표 / 사진제공=위메프
위메프도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 위메프는 박은상 대표이사가 지난 7월 초 건강 상의 이유로 무기한 휴직에 들어간 뒤 각 부문별 4인 조직장 체제의 임시 경영체제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박 대표의 공백이 길어지면서 지난달 중순, 하송 최고경영지도자 직무대행 체제로 전환했다.

하 직무대행은 대행을 맡은 직후 임원들에게 이메일을 통해 "최근 내부 지표 및 외부 조사기관 등에서 집계된 수치를 보면 회사의 (경영지표) 숫자들이 2017년 수준으로 퇴보했고 이 위기를 넘어서지 못하면 회사가 사라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기 상황일 수록 내부가 결집해야하지만, 현재 위메프는 내홍에도 휘말려있다. 지난 15일엔 위메프에 노조가 설립됐다.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위메프 지회는 위메프가 e커머스 업계의 경쟁 구도에서 발생한 문제들을 직원들에 전가해왔다며 △촉박한 업무 △갑작스럽고 잦은 조직 변경 △논의 없이 사라지는 복지제도 등을 이유로 들고 노조 설립을 알렸다.

결국 업계에선 지난해 투자받은 3700억원의 용처를 제대로 정하지 못한 채 박 대표의 부재가 길어지면서 위메프가 표류하게 된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위메프는 특별한 특장점을 보이지 못해서 사용자를 유인하는 데 한계가 있던 것 같다"며 "빠른 e커머스 시장에서 도태되지 않으려면 사업 전략을 시급히 새로 수립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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