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숙원 美 호텔 지키자'…대한항공, 자회사에 1조 빌려준다

머니투데이 우경희 기자 2020.09.17 08:08
글자크기
월셔 그랜드 센터/사진=대한항공월셔 그랜드 센터/사진=대한항공


대한항공이 선대의 숙원사업 지키기에 나섰다. 코로나19(COVID-19)로 한 푼이 아쉬운 상황에서도 자회사 한진인터내셔널 만기도래 차입금 상환 등을 위해 9억5000만달러(1조1150억원)를 대여한다.

대한항공은 16일 이사회를 열고, 자회사 한진인터내셔널(HIC)에 대한 9억5000만달러 자금 대여안을 심의·의결했다고 17일 밝혔다.



이 중 9억달러는 한진인터내셔널의 차입금 상환에 활용되며, 5000만달러는 호텔산업 경색에 따른 운영자금 충당에 활용된다.

한진인터내셔널은 9억달러 차입금이 이달 중 만기도래 예정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호텔·오피스 수요 감소 등 시장상황 악화로 리파이낸싱(Refinancing)이 지연되고 있다.



대한항공은 이에 따라 우선적으로 일시적인 금전 대여를 제공하기로 했다. 대한항공은 한진인터내셔널에 제공하는 대여금이 1년 이내에 대부분 회수된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계획도 밝혔다. 대여금 9억달러 중 3억달러는 이달 말 대한항공이 수출입은행으로부터 대출받아 다시 한진인터내셔널에 대출한다. 대한항공 측은 "대한항공이 대출금을 전달하는 구조로써 사실상 대한항공의 유동성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다른 3억달러는 내달 중 한진인터내셔널의 브릿지론(단기대출)을 통해 상환받을 예정이다. 이를 위해 대한항공은 미국 현지 투자자와 한진인터내셔널 지분 일부 매각을 연계한 브릿지론을 협의 중이다.


마지막 3억달러는 내년 호텔·부동산 시장 위축 해소 및 금융시장이 안정화 되는 시점에 한진인터내셔널이 담보대출을 받아 대한항공에 돌려주기로 했다.

한진인터내셔널은 1989년 미국 캘리포니아에 설립된 회사다. 대한항공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2017년부터는 윌셔 그랜드 센터(Wilshire Grand Center)를 재건축해 운영 중이다.

총 10억달러 이상이 투입된 재건축을 통해 월셔 그랜드 센터는 상층부 호텔과 저층부 오피스로 구성된 총 73층 건물로 재탄생했다. 고 조양호 선대 회장의 숙원사업이었다.

대한항공은 코로나19에 따른 경영위기로 월셔 그랜드 센터 매각을 검토했지만 사업 존속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