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인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인근에서 한 어르신이 무료급식으로 나눠준 주먹밥 등을 들고 가다 멈춰서서 한숨 돌리고 있다. 2020.5.8/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방판업체와 노인요양시설 등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이어 나오고 있다. 동네 복지시설이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으로 문을 닫자 노인들이 방판업체(일명 떴다방)나 공원 등 다른 커뮤니티를 찾고 있어 이에 걸맞은 근본적인 사회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의 한 노인복지관 관계자는 "제가 코로나 터지고 나서 입사했는데 듣기로는 코로나 터지기 전에는 하루에 1000명 정도는 왔다갔다고 들었다"며 "지금은 정말 급하게 제출해야 할 서류가 있을 때만 들리게 하고 대개 출입을 막았다"고 말했다.
그는 "경로당도 코로나 때문에 다 문을 닫았다"며 "주기적으로 어르신들에게 안부전화를 드리고 있는데 많은 분들이 답답해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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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들의 공식 커뮤니티인 경로당과 노인복지관 등 복지시설이 문을 닫자 자체적으로 모이면서도 음식을 나눠먹을 수 있는 방판업체 설명회나 공원 등지로 몰리는 셈이다.
문제는 방판업체 설명회 자체가 불법인 경우가 많다보니 깜깜이 전염이 이뤄진다는 점이고 면역력이 떨어진 노인들로서는 코로나19에 감염된다면 중증환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아울러 공원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담소를 나누는 노인들이 많아 집단 감염이 우려된다.
14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인근에서 어르신들이 무료급식을 위해 줄지어 서 있다. 2020.5.14/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고령자는 대개 면역력이 떨어지고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가 많아 코로나19에 걸렸을 경우 중증 질환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실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코로나19로 인한 중증질환 위험이 가장 큰 연령대는 85세 이상"이라며 "미국에서 보고된 코로나19 관련 사망자 10명 중 8명은 65세 이상 성인"이라고 밝혔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노인들을 위한 지역 커뮤니티를 마련하는 등 구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예방의학과 교수는 "지금 확진자가 많이 나오는 곳은 젊은 사람들 많이 가는 시설이라기보다도 노인들이 많이 가는 병원과 요양시설, 방문판매업소같은 곳"이라며 "노인들이 방문판매 업소 등으로 가는 건 코로나19이후 노인들이 다닐 수 있는 공간이 모두 폐쇄됐기 때문"이라고도 지적했다.
기 교수는 결국 노인들이 노인정 등 갈 수 있는 지역 커뮤니티가 없어졌기 때문에 결국 방문판매 업소 등으로 가게 된다고 지적했다. 기 교수는 "방역만이 문제가 아니고 사회적인 문제이기도 하다"며 "노인들을 감염 위협에서 어떻게 지켜내는지 고민을 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공식적으로 허가를 하는 설명회가 아닌데 거기서 식사를 무료로 나눠주고 기념품도 주기 때문에 노인들이라던지 취약계층들이 한꺼번에 감염되는 것"이라며 "만약 가게 되더라도 KF94마스크를 꼭 끼고 음식을 절대 먹지 않는 식으로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천 교수는 또 "현재 폐쇄된 노인정을 시간제로 인원제한을 두고 받아서 열고 식사를 함께 하지 말고 마스크 착용을 철저하게 관리하는 등의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겠다"며 "그렇게라도 (공식적으로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을) 하는 게 안 하는 것보다 나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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