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대 공중보건대 연구실에서 일하다 지난 4월 미국으로 도피한 옌리멍 박사. (유튜브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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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구 전문가들 "옌리멍 논문 근거 없다" :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16일(현지시간) "사실 확인: 새로운 연구는 코로나19가 실험실에서 만들어졌다는 증거를 제공하는가"란 제목의 기사에서 미국과 유럽의 전문가들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홍콩대 공중보건대 연구실에서 일하다 지난 4월 미국으로 도피한 옌리멍 박사는 14일 개방형 정보 플랫폼 제노도에 "코로나19가 우한 실험실에서 만들어졌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서구권 전문가들은 옌 박사의 논문을 신뢰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학계에선 코로나19가 자연 발생했다는 이론이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단체는 최근 미 연방수사국(FBI)이 사기 혐의로 기소한 스티븐 배넌 전 트럼프 선거 캠프 고문과 2014년 뇌물·사기·납치·강간 등의 혐의로 기소됐으나 해외로 도피한 중국의 부동산 재벌 궈원구이(郭文貴)가 설립한 단체다.
뉴스위크는 또 "제노도에 사전 게재됐다는 건 국제 학술지 게재에 필요한 엄격한 동료 검토를 거치지 않았다는 의미"라며 "이 논문은 서론부터 음모론적인 어조를 띄면서 코로나19 기원에 대한 논쟁을 검열과 사기에 맞선 싸움으로 몰고 갔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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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병원체인 SARS-CoV-2. © AFP=뉴스1
◇ "모든 생명체엔 분절 부위 있어…신뢰성 제로" : 유전자 분석을 문제 삼은 전문가도 있었다. 연구팀은 "코로나19 스파이크 단백질에는 '퓨린 분절 부위'라는 바이러스 감염력을 높이는 부위가 있다. 그런데 이 부위는 자연에서 나타나는 같은 계통의 코로나바이러스에선 전혀 찾아볼 수 없다"라고 실험실 유출설의 근거를 밝혔다.
그러나 캐나다 맥마스터대의 바이러스 학자인 아린제이 베나르지 박사는 "자연 속의 모든 DNA 서열에는 분절 부위가 있다"며 "코로나19 유전자에 분절 부위가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논문에 제시된 근거는 입증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캘리포니아대학의 진화생물학자 조나단 아이젠 박사도 "이 논문은 확증되지 않은 주장들로 가득 차 있다"고 비판했다. 영국 베스대 미생물 발병학 전문가인 앤드류 프레스턴 박사 역시 "현재 상태로는 어떤 신뢰성도 갖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심지어 워싱턴대 진화생물학자 칼 버그스트롬 교수는 이날 트위터에 "기괴하고 근거 없는 논문"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이 보고서는 코로나19 유전자의 객관적 해석에 근거하지 않았다"며 "장황한 주장만 있을 뿐 데이터에 의해 뒷받침되지 않는다. 논문은 코로나19 기원에 관해 학계에서 정설로 받아들여지는 가설(자연 발생)에서 출발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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