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업계도 테슬라 '배터리데이' 주목, "위협보다는 전환점 인식"

머니투데이 주명호 기자 2020.09.2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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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③미리 가본 테슬라 '배터리 데이'

편집자주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업계는 물론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시선이 23일 새벽 5시30분 열리는 미국 테슬라 ‘배터리 데이'에 쏠린다. 이날 전기차 1위 테슬라가 핵심 부품인 배터리 관련 ’깜짝 발표‘를 잇따라 내놓을 수 있어서다. 일부에선 이날 행사가 테슬라 뿐 아니라 전기차 시장 생태계 전반에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반도체, 그 다음의 차세대 먹거리로 불리는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 기회이자 위협이 될 테슬라 배터리 데이. 동전의 양면 같은 이 현장을 미리 들여다본다.

지난 8월 현대차가 발표한 전기차 브랜드 아이오닉의 렌더링 이미지. /사진제공=현대자동차지난 8월 현대차가 발표한 전기차 브랜드 아이오닉의 렌더링 이미지. /사진제공=현대자동차


배터리업계 뿐 아니라 완성차업계도 테슬라의 '배터리 데이'에 관심이 높다. 현대차를 비롯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이미 전용 플랫폼을 가동했거나 가동 예정으로 생산의 중심축을 기존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속속 전환하고 있다. 이 때문에 테슬라가 이번 배터리 데이에 발표할 혁신의 강도가 완성차 업체들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행보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전망이다.



완성차 업계는 일단 큰 틀에서 테슬라가 예상을 뛰어넘는 기술혁신을 발표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 특히 업계의 가장 큰 관심사인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 여부는 이번 배터리 데이에서 도입이 발표되는 것은 시기상조가 아니냐고 전망한다. 전고체 배터리는 현재 배터리 업계의 주축인 리튬이온 배터리 대비 용량과 안전성을 크게 강화할 수 있어 '꿈의 배터리'로 불린다. 문제는 도입 시기인데 만약 테슬라가 이 전고체 배터리를 거론한다고 해도 구체적으로 실제 도입까지는 상당 기간이 걸릴 수 있다.

한 완성차 업체 관계자는 "전고체 배터리를 전기차에 실제 적용할 만큼 안정성이나 양산 기술을 확보하려면 수년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 정설"이라며 "배터리 데이에서 언급된다고 해도 기존 배터리 업체들의 개발 상황 및 방향성과 크게 다른 발표를 내놓진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적극적인 삼성SDI는 이 배터리의 상용화 시점을 2027년 이후로 보고 있다.



테슬라가 전고체가 아니 일반 배터리를 양산하겠다는 계획도 당장 내놓기는 힘들다는 분석이다. 완성차 업체에게 배터리 생산은 사실상 새로운 사업영역이어서 이를 위한 설비 구축에 막대한 투자비가 들 수밖에 없다. 기존 완성차 업체들이 배터리 업체들과 전략적 협업을 통해 배터리 생산에 나서는 것도 이런 이유다. 한국 SK이노베이션은 유럽 폭스바겐과 손을 잡았고, LG화학은 미국 GM과 전략적 협업에 나서고 있다.

다만 기존 완성차업체들도 중장기적으로는 배터리 자체 양산 필요성이 높지 않겠느냐는 관측이다. 전기차 생산원가에서 배터리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자체 생산할 경우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또 다른 완성차 업체 관계자는 "완성차 업체가 배터리 자체 기술을 갖는다면 지금보다 업체별로 훨씬 특화된 전기차를 대거 생산할 수 있다"며 "글로벌 완성차마다 배터리 자체 개발을 위한 준비를 꾸준히 이어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완성차 업계는 내년부터 본격적인 전기차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본다. 현대차는 지난 8월 순수 전기차 브랜드 '아이오닉'을 공식 출시하고 2025년까지 56만대를 생산해 테슬라를 추월한다는 전략이다. 폭스바겐도 2022년까지 27종의 전기차를, GM은 2023년까지 22종의 전기차를 각각 선보이며 시장 점유율을 높일 방침이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테슬라의 움직임과 별도로 완성차 업체들도 이미 전용 플랫폼을 통한 전기차 생산을 본격 준비 중"이라며 "테슬라 배터리 데이 발표를 주목하고 있지만 이를 위협으로 보기보다는 혁신에 속도를 내는 전환점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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