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한국국학진흥원
지금 시대의 고민을 쉽게 풀어준 과거 사례들이 발견돼 화제다. 무슨 일이 있어도 예를 지켰던 조선시대의 ‘예외 기록’들이다. 전국적으로 역병이 돌아 차례를 지내지 않았다는 기록이 발견된 것이다.
경북 예천에 살고 있던 초간 권문해는 ‘초간일기’(1582년 2월 15일자)에서 “역병이 번지기 시작하여 차례를 행하지 못하니 몹시 미안하였다”면서 나라 전체에 전염병이 유행하는 탓에 차례를 지내지 못해 조상님들께 송구스럽다고 했다. 그리고 이틀 뒤에 작성한 일기에는 “증손자가 홍역에 걸려 아파하기 시작했다”는 내용이 실렸다.
안동 하회마을의 류의목은 ‘하와일록’(1798년 8월 14일자)에서 “마마(천연두)가 극성을 부려 마을에서 의논하여 추석에 제사를 지내지 않기로 정했다”고 했으며, 안동 풍산의 김두흠 역시 ‘일록’(1851년 3월 5일자)에서 “나라에 천연두가 창궐하여 차례를 행하지 못하였다”고 했다.
‘현종실록’(1668년)에는 “팔도에 전염병이 크게 퍼져 사람들이 많이 죽었는데, 홍역과 천연두로 죽은 사람이 가장 많았다”는 기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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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홍역과 천연두가 크게 유행했던 탓에 추석 같은 중요한 명절 행사도 건너뛰기 십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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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역병이 돌 때 차례를 비롯한 모든 집안 행사를 포기한 이유는 무엇보다 전염의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사람 간의 접촉 기회를 최대한 줄여 전염병을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의 표출이었던 셈이다.
한국국학진흥원 관계자는 “코로나19도 조선시대 홍역과 천연두에 비할 수 없을 만큼 파괴력이 강한 전염병”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조선시대 선비들처럼 과감하게 추석 차례를 포기하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