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안방' 노리는 스포티파이, 韓 뽕필 제대로 읽을까요

머니투데이 백지수 기자 2020.09.19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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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파이 이미지 /사진=로이터·뉴스1스포티파이 이미지 /사진=로이터·뉴스1


세계 최대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가 국내 시장 진입 초읽기에 들어갔다. 국내 음원 플랫폼 업계에서는 세계적인 규모의 '플랫폼 공룡'인 스포티파이가 토종 시장을 잠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하지만 국내 플랫폼에 밀려 시장에서 도태된 애플뮤직의 수순을 밟지 않겠나느냐는 관측도 공존한다. 외산 큐레이션 서비스가 한국인들의 감성을 토종 서비스만큼 읽어내고 서비스에 반영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스포티파이 한국법인 스포티파이코리아는 최근 한국음악저작권협회나 한국음반산업협회,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 음원 유통사 등과 서비스 음원 확보를 위한 저작권료 등에 관한 협상을 다방면으로 진행 중이다. 국내에서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하기 위한 음원 이용료 협의가 끝나야 본격적으로 서비스를 개시하는데 아직 가격 문제 등에 대해 국내 이해관계자들과 이견 차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스포티파이코리아는 이달 초 본격적인 영업을 앞두고 자본금 규모를 9억원에서 58억원으로 늘리는 등 사업 정비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 한국 법인 설립 당시부터 대표 이사를 맡고 있는 피터그란델리우스 스포티파이 본사 법무총괄 외에 국내·외 사내이사 2인과 감사 1인도 선임했다. 국내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과 비공개 테스트용 트위터 계정도 만들어 둔 상태다.


전세계 이용자 약 3억명…한국에선 '제2의 애플뮤직' 될까
국내 음원 플랫폼 업계에서도 시장 경쟁자로서 스포티파이의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스포티파이가 지난 6월 기준 전 세계 이용자 수가 2억9000만여명에 달하는 등 전세계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최강자라는 점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스포티파이는 압도적인 이용자 수로 방탄소년단(BTS)이나 블랙핑크 등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K팝 아티스트들의 교두보가 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음원 플랫폼 업계 관계자들은 스포티파이 역시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원 오브 뎀'일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국내 시장에서는 멜론과 지니뮤직 등 토종 플랫폼들이 아직까지 굳건한 입지를 지키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다양한 음원을 확보하는 것이 서비스의 성패를 가르는 음원 플랫폼 산업 특성상 외산인 스포티파이가 국내 플랫폼에서 우위를 점하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 플랫폼들은 대부분 주요 디지털 음원 유통사를 함께 운영한다. 지난 2월 한 시장조사업체 조사에서 시장점유율 1위(38.5%)로 나타난 멜론을 운영하는 카카오는 카카오M(구 로엔엔터테인먼트)을 보유하고 있다. 점유율 2위(25.7%)인 KT의 지니뮤직은 CJ E&M이 2대 주주다.

2016년 국내 시장에 진입한 외산 플랫폼 애플뮤직 역시 비슷한 문제에 직면하고 시장에서 도태됐다. 애플뮤직은 국내 음원 유통사들과 대립하면서 국내 음원 서비스에 난항을 겪었던 탓에 국내 시장 점유율이 1%에도 못 미치게 됐다.


"한국인 '갬성'과 익숙함이 무기"…무시 못하는 토종 플랫폼 충성도
이미 이용자들에게 익숙한 기존 국내 음원 플랫폼들의 충성도가 스포티파이에 오히려 진입장벽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2019 음악산업백서'에서는 지난해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이용자 표본 2358명 중 한 서비스를 3년 이상 이용한 비중이 33.3%, 1년 이상 3년 미만 이용한 비중이 27.7%로 조사됐다고 밝히고 있다. 절반 이상의 이용자들이 한 번 유료 결제한 서비스 플랫폼을 꾸준히 이용하는 셈이다.

결국 스포티파이의 강점인 큐레이션 서비스가 국내 시장 수요를 얼마나 충족시킬 수 있느냐에 달렸다는 전망이 나온다. 큐레이션 서비스는 이용자의 이용 패턴이나 날씨, 계절 등에 따른 음원 선호도, 트렌드 등을 알고리즘으로 분석해 이용자에게 추천해주는 서비스다.

국내에서도 2018년 'AI(인공지능) 맞춤형 큐레이션'을 표방하며 등장한 SK텔레콤의 '플로(Flo)'가 시장 3위로 올라서는 등 음원 큐레이션 서비스 수요가 점점 늘고 있다. 멜론과 지니뮤직 등 대부분의 토종 플랫폼들도 AI와 빅데이터 분석을 활용한 큐레이션을 제공하고 있다. '큐레이션의 강자'로 불리는 스포티파이가 시장에 위협일 수 있다는 부분으로 강조되는 부분이다.

문제는 큐레이션의 '질'이다.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감성'을 반영한 큐레이션 서비스를 위해서는 트로트, 인디 음악 등 광범위한 음원 확보가 필요한 만큼 결국 음원 확보 문제와 맞물려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 플랫폼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플랫폼들도 스포티파이 못지 않게 큐레이션 서비스를 고도화시키고 있고 실시간 차트 의존도가 높다는 문제도 차트 정산 방식 등을 고쳐 나가는 등 이용자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며 "오히려 한국인 이용자들 정서에 맞는 음악 추천에는 토종 플랫폼이 더 강점이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업계 다른 관계자도 "사실 음원 플랫폼 서비스의 상품인 음원은 어느 플랫폼이든 다 비슷하다"며 "결국 어떻게 음악을 들을 건지를 소비자가 선택하는 것인데 다양한 음악을 접하겠다는 국내 이용자들의 높은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스포티파이 역시 '원 오브 뎀'(One of them)으로 경쟁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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