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지스터부터 점착제까지…롤러블폰 핵심기술 속속 국산화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2020.09.15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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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폼팩터 새로운 대안 롤러블폰 ③

편집자주 접고 펴고 돌리고? 이제는 둘둘 만다. 스마트폰 폼 팩터(Form factor) 전쟁이 한창이다. LG전자가 가로로 돌리는 스위블폰(LG윙)에 이어 세계 최초로 롤러블폰(마는 스마트폰) 출시를 예고했다. 롤러블폰은 가볍고 얇으면서도 대화면을 즐길 수 있다. 폴더블폰을 뛰어넘는 폼팩터 혁신의 완결판으로도 불린다. 삼성전자 등 폴더블폰에 주력하는 경쟁사들도 물밑 개발을 진행하는 이유다. 롤러블폰 기술과 시장현황을 점검해봤다.

감압성 점착제를 사용해 제조된 디스플레이 모식도/사진=UNIST감압성 점착제를 사용해 제조된 디스플레이 모식도/사진=UNIST


LG전자가 돌돌 말아 휴대하는 스마트폰, 이른바 ‘롤러블폰’ 출시를 전격 예고한 가운데, 과학기술 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도 관련 핵심기술 개발 및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5일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 이동욱 교수, 전기·전자공학과 김학선 교수 연구팀은 롤러블폰 제작에 필수적인 ‘아크릴계 감압성 점착제’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휴대폰 디스플레이 소자는 유리창, 금속전극, 발광물질 등이 차곡차곡 쌓여 있는 샌드위치 구조로 이뤄져 있다. 이 구성품 사이를 양면테이프와 같은 점착제를 이용해 연결하고 고정한다. 김학선 교수는 “롤러블폰처럼 화면은 크게 보면서도 갖고 다닐 때는 작게 만들어야 한다면 결국 화면을 접거나 말거나 구길 때 외부 변형을 견뎌낼 수 있는 점착제 개발이 필수”라고 말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점착제는 포스트잇·스카치테이프처럼 살짝 눌러주는 힘만으로도 접착력을 갖는다. 또 표면에서 잘 벗겨지지 않는 성질 즉 박리 강도가 높으면서 우수한 신축성을 지녔다. 연구진이 박리 강도를 실험한 결과 스카치테이프보다 약 65% 높았고, 원래 길이 보다 25%가량 늘려도 즉각적으로 원상태로 돌아왔다. 이 교수는 “접착력을 추가로 보완하면 롤러블폰 디스플레이 소자에 사용 가능한 점착제를 대량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경근 선임연구원이 수직으로 쌓은 고성능 유기 트랜지스터를 선보이고 있다/사진=표준연임경근 선임연구원이 수직으로 쌓은 고성능 유기 트랜지스터를 선보이고 있다/사진=표준연
롤러블폰과 같이 유연한 스마트기기 개발에 있어 핵심은 정보처리·저장 반도체 소자인 트랜지스터와 배터리 등 기기 내 탑재하는 부품이 전부 유연해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트랜지스터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트랜지스터 성능에 따라 디스플레이 반응 속도, CPU(중앙처리장치) 처리 속도, 데이터 용량, 전력 소모량 등이 결정되기 때문에 롤러블폰 성능 경쟁력과 직결된 탓이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소재융합측정연구소는 구부리거나 종이처럼 접어도 손상을 입지 않은 채 성능은 유지할 수 있는 트랜지스터 개발을 위해 수평이 아닌 '수직'으로 쌓는 기술을 고안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트랜지스터를 수직으로 쌓으면 구부리거나 휘는 등의 설계에 있어 디자인 자유도가 높아지고, 초소형 크기로 제작 가능하다. 또 기존 수평 방식의 유기 트랜지스터보다 최대 구동 속도가 100배 빨라지고, 구동에 필요한 전압을 3분의 1까지 낮춰 정보처리 성능이 그만큼 향상된다. 임경근 표준연 선임연구원은 “이번 기술은 궁극적으로 형태가 자유롭게 변하는 디스플레이, 센서, 반도체 소자와 같은 차세대 스마트기기에 적용돼 개발 시기를 앞당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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