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는 2018년 미중 무역전쟁 발발 후 중국 기술기업의 자금조달을 돕기 위해 만든 커촹반(科創板)에 SMIC를 상장시켰다. SMIC는 IPO(기업공개) 신청서를 제출한 후 불과 46일만에 상장하는 중국증시 사상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겼다.
지난 6월 1일 SMIC가 IPO 신청서를 접수하고 7월 16일 커촹반에 상장하는 동안 SMIC H주는 18.18홍콩달러에서 장중 최고 44.8홍콩달러까지 주가가 수직상승했다. 하지만 정작 상장 당일인 7월 16일 SMIC H주는 25% 급락한 28.75홍콩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소문에 사서 뉴스에 팔아라’는 증시 격언이 여실히 적용된 셈이다.
올해 SMIC가 중국에서 이슈가 되면서 이 종목에 투자한 국내 투자자도 급증했다. SMIC는 올해 국내 투자자가 가장 많이 투자한 중화권 종목이다. 한국예탁결제원의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국내투자자의 SMIC 순매수금액은 2억1876만 달러(약 2580억원)에 달한다. 올해 국내 투자자의 전체 해외주식투자에서도 9위를 차지할 정도로 SMIC 투자규모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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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투자자의 SMIC 매수가 조금씩 늘기 시작한 건 지난 5월이다. 국내투자자의 SMIC 순매수 규모는 5월 2733만 달러(약 322억원), 6월 1520만 달러(약 180억원)를 기록했고 7월 1억4651만 달러(약 1730억원)로 급증했다.
7월 커촹반 2차 상장을 앞둔 SMIC H주가 급등하는 구간에서 국내 투자자들의 매수규모도 따라서 커진 것이다. SMIC는 중국 본토증시인 커촹반에 상장하면서 기업공개를 통해 532억 위안(약 9조원)을 조달했고 상장당일인 7월 16일 200% 넘게 상승한 82.92위안으로 거래를 마쳤다. 시가총액 6000억 위안(약 100조원)이 넘는 초대형 기업이 탄생한 것이다.
하지만 상장 후에는 상승 동력이 약화됐다가 지난 7일 미국 제재보도가 나온 후부터는 SMIC A주도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4일 SMIC A주는 54.88위안으로 장을 마감했다. 상장일 종가 대비 30% 넘게 하락했다.
여기서 의아한 건 SMIC 주가는 중국 본토에 상장된 A주(54.88위안)가 홍콩증시에 상장된 H주(19.16홍콩달러)보다 세 배 이상 비싸다는 사실이다. 동일한 의결권과 배당권리를 가진 주식이 단지 중국 본토증시에 상장됐다는 이유만으로 A주에 훨씬 비싼 프리미엄이 붙어 있다. 알송달송한 현실이다.
그렇다면 SMIC H주에 투자한 국내 투자자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SMIC H주는 악재가 이미 노출된 상황이고 현 시점은 손절매를 하기에는 이미 늦은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중국은 향후 계속될 미중 기술경쟁에서 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반도체 산업, 그 중에서도 파운드리 산업을 육성해야만 하고 중국 파운드리 업체 중 가장 앞서가는 업체는 SMIC라는 점도 지금 손절하는 걸 머뭇거리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