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가 재팬' 출범…한일관계 키워드는 '차기 관방장관'

머니투데이 최경민 기자 2020.09.14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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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아베 연장선' 평가에도 '기대감 제로'는 아냐…정상외교 관건

[도쿄=AP/뉴시스]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이 2일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연설하고 있다. 스가 장관은 아베 신조 총리 후임을 선출하는 자민당 총재 선거 출마를 정식으로 표명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국난 중에 정치 공백은 결코 허용될 수 없다"라며 자민당 총재 선거 입후보를 공식적으로 표명했다. 2020.09.02.[도쿄=AP/뉴시스]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이 2일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연설하고 있다. 스가 장관은 아베 신조 총리 후임을 선출하는 자민당 총재 선거 출마를 정식으로 표명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국난 중에 정치 공백은 결코 허용될 수 없다"라며 자민당 총재 선거 입후보를 공식적으로 표명했다. 2020.09.02.


우리 정부는 '스가 재팬'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내다보면서도, 일본의 새로운 리더십 출범이 관계 개선의 모멘텀이 될 수 있다는 기대를 놓지 않고 있다. 일본의 변화 여부를 관측할 수 있는 키포인트로는 '차기 관방장관'을 꼽는 중이다.

일본 자민당은 14일 중·참의원 양원 총회를 통해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을 새 총재로 선출했다. 스가 총재는 오는 16일 임시국회에서 총리 지명 투표를 통과한 후, 아베 신조 총리의 후임자로 정식 취임하게 된다.



정부와 외교당국은 일본 총리 교체에 의미를 크게 부여하고 있진 않다. 스가 총재는 아베 총리의 최측근 인사로, 기존의 정책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위안부, 강제징용 등 과거사 문제와 관련한 전향적인 변화도 없을 것이라는 예측이 힘을 얻는다. 우리 정부는 한일 간 과거사 문제와 현재·미래 문제를 투트랙으로 나눠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일본은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보복적 성격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 등을 취한 상황이다.



외교당국은 스가 총재의 한일관계 접근법이 아베 총리의 연장선에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외교 경험이 거의 없다는 평가를 받는 스가 총재는 최근 "총리가 되면 외교는 아베 총리와 상의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 한일문제와 관련해서는 "(한국의) 국제법 위반에 철저히 대응해 나가겠다"고 언급했다.

기대감이 아예 없지는 않다. 새로운 리더십이 출범하면, 새로운 인물들이 전면에 나서기 마련이고, 이들과 새롭게 접촉하는 과정에서 관계가 형성될 여지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스가 총재가 총리에 취임하면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통화가 이뤄질 게 분명하다. 우리 정부는 올해 내 한중일 3국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기도 하다. 3국 정상회의가 성사되면, 자연스럽게 양자 한일회담 역시 세팅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프로세스 속에 한일 간 '협력' 의제가 화두가 될 수도 있다.


외교부는 1차적으로 '스가 내각'이 어떻게 구성될 지 여부를 지켜보고 있다. 조각 폭이 클 것으로 보이진 않지만, 새 '관방장관'이 임명될 것이란 점에 주목한다. 스가 총재 본인이 총리로 갈 경우, 관방장관직에 공백이 생기기 때문에, 반드시 인사가 있을 수밖에 없다.

관방장관은 일본의 정부 대변인 격으로 불리는 핵심 요직이다. 최근 일본 정계에서 총리실의 내각 장악력이 강해진 상황이기에, 총리와 가장 밀접한 관계를 가지는 관방장관의 위상이 크게 강화된 측면이 있다. 관방장관 휘하에 고위급 인사권을 가진 '내각인사국'이 있기도 하다.



신임 관방장관은 스가 총재의 의중과 자민당 내 파벌 구도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점쳐진다. 우리 외교당국도 새롭게 구성되는 총리실과 관방장관실을 중심으로 아웃리치(outreach, 접촉 및 설득)에 나설 게 유력하다. 최근 양국 외교부 차관은 "대화를 통해 양국 간 현안 해결을 모색해 나간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던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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