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이는 인도와 중국 간 국경 분쟁이 시발점이다. 지난 6월 인도군과 중국군은 라다크 지역 갈완 계곡에서 충돌해 수십명의 사상자를 냈으며, 현재까지 군사적 갈등은 이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인도에선 중국 불매 운동이 한창이다. 지난 6월엔 틱톡, 위챗 등 50여 개 앱을 금지했다. 중국 국기와 시진핑 사진을 불태우는 등 반중 정서가 고조되는 분위기다.
그러나 펍지의 제안이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현지에서 텐센트와 펍지를 공동체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아서다. 텐센트가 배그 모바일의 공동 개발자인데다가, 펍지 모회사인 크래프톤의 2대 주주(지분율 13.2%)라는 이유가 크다. 엔코어스게임즈 공동 창업자는 "단순히 배급권자의 이름만 바꾸는 것으로는 책의 저자를 바꿀 수 없다"며 "인도 정부는 이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벤처투자업체 인디아쿼션트 파트너는 "인도 정부는 세부적인 소유권을 묻고 있는 것이 아니라 (개인정보) 유출이 왜 일어나는지 묻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중국과 펍지는 긴밀한 사업 파트너다. 텐센트는 크래프톤의 경영 전반에도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부터 샤오이마 텐센트게임즈 부사장이 크래프톤의 등기이사로 등재돼 현재 경영 자문을 맡고 있기도 하다. 양사의 관계는 배그 모바일에서 잘 드러난다. 텐센트는 중국에서 배그 모바일이 판호(사업 라이선스)를 받지 못하자, 지난해 4월 서비스를 종료하고 바로 ‘화평정영(和平精英)’을 내놨다. 배그 모바일과 게임 방식, 그래픽 등이 유사해 같은 게임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크래프톤은 부인하고 있지만, 업계에선 텐센트가 배그 모바일의 IP를 활용한 대가로 크래프톤에 로열티를 지급한다고 보고 있다.
장병규 크래프톤 이사회 의장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크래프톤은 올 상반기 약 8800억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이 중 모바일 게임 매출이 80%를 차지한다. 배그 모바일이 모바일 게임 실적을 견인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PC 배그의 하락세가 뚜렷한 상황에 배그 모바일이 크래프톤 실적을 떠받치고 있는 것이다. 배그 모바일 서비스가 인도 시장에서 재개되지 않는다면 실적 악화는 불가피해 보인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크래프톤의 IPO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카카오게임즈가 상장 초대박을 치면서 크래프톤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크래프톤은 장외 시장 시가총액(14일 기준)만 11조원이 넘는 IPO 최대어다. 게임업에 대한 긍정적 흐름을 타고 상장 후 기업가치가 약 30조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크래프톤의 약점이었던 단일 게임 리스크가 커지면서 기업 가치가 저평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크래프톤의 약점은 배그 외에 눈에 띄는 게임이 없다는 것이다. 지속적으로 신작을 출시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지난해 출시한 모바일 게임 '미니라이프'와 콘솔·PC 게임 '미스트오버' 모두 성적이 변변치 않다. 지난 3월 장병규 이사회 의장의 복귀작으로 기대를 모았던 모바일 RPG '테라 히어로' 역시 부진했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게임즈가 성공적으로 상장한데는 지금이 기업 가치를 가장 높게 책정받을 수 있는 적기라는 배경이 크게 작용했다"라며 "크래프톤 역시 이를 인지하고 IPO를 적극 추진중이지만 뜻밖에 장애물을 만나 고민이 깊어졌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