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동 KB국민은행 영업점 직원들이 일하는 모습./사진제공=국민은행
#. 은행원은 정말 없어질 직업일까요? 디지털 교육 때 AI 얘기만 하는데 자괴감 드네요.
(직장인 익명 애플리케이션 블라인드 글)
#. 하반기 은행 공채 소식 또 없나요? IT 수시채용만 뜨네요. 비상경 문과 취준생은 웁니다.
(금융권 취업준비 네이버 카페 게시글)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SC제일·한국씨티 등 6개 시중은행 임직원은 2014년 말 7만5281명에서 2018년 말 6만9638명으로 줄었다. 6개 시중은행 점포는 2014년 말 4419개에서 지난해 말 3784개가 됐다.
금융경제연구소는 최근 펴낸 보고서에서 2017년 한국씨티은행 사례를 다뤘다. 당시 점포 80% 폐쇄를 결정하면서 인력 구조조정이 핫이슈가 됐다. 연구소는 구조조정은 없었지만 점포에서 일하던 직원이 콜센터 업무를 맡는 등 일의 성격이 달라졌고 신규 채용 문은 확 좁아졌다고 분석했다. 행원급보다 책임자급 비중이 월등히 높은 항아리형 인력구조가 만들어졌다고도 했다. 금융경제연구소는 “사람을 내보내지 않지만 뽑지도 않는 구조가 고착화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들어 노조는 점포 구조조정의 빠른 속도를 문제 삼는다. 디지털 시대, 더욱이 코로나19(COVID-19)로 앞당겨진 언택트(비대면) 시대에 은행 오프라인 점포 축소는 당연한 흐름이지만 그 속도가 너무 빨라졌다는 것이다. 이는 금융당국의 시각과도 일치한다.
실제로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은 올 상반기 모두 106개 점포를 통폐합했다. 같은 기간 신설된 점포는 11개에 불과하다. 반기에 95곳이 사라진 셈이다. 박홍배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 위원장은 “은행이 코로나 시국을 틈타서 점포 축소에 속도를 내고 있는데 ‘코로나 이후’에 미칠 영향을 두루 생각해야 한다”며 “금융당국도 속도 조절을 당부하고 나섰는데 좀 더 강한 규제와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노조는 수익성만 강조하고 ‘사람’을 외면하는 은행의 방침에 대해서도 불만을 제기한다. 신규 채용, 고용 유지뿐만 아니라 금융소외계층의 보호 필요성도 강조한다. 젊은 세대는 앱(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한 금융생활에 익숙하지만 노년층은 오프라인 점포를 주로 이용한다는 점에서다. 박 위원장은 “은행이 가진 공적인 기능, 역할이 많은데 수익성만 따지는 건 옳지 않다”고 했다. 또 다른 금융노조 관계자는 “최근 흐름만 보더라도 청년 채용이 눈에 띄게 줄었고 금융 약자들의 접근성 또한 급격하게 나빠졌다”며 “은행이 단순히 효율 문제로 점포를 바라봐서는 안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