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대에선 키르기스스탄 출신이 ‘원어민’ 영어강사?

머니투데이 유동주 기자 2020.09.13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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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동해 기자 = '사모펀드 및 자녀 입시비리' 등의 혐의를 받는 정경심 동양대학교 교수가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위반 등 관련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0.9.10/뉴스1(서울=뉴스1) 이동해 기자 = '사모펀드 및 자녀 입시비리' 등의 혐의를 받는 정경심 동양대학교 교수가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위반 등 관련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0.9.10/뉴스1


지난 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 심리로 열린 정경심 교수에 대한 공판에선 '외국인'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동양대 어학교육원에서 2012년 3월부터 2014년 2월까지 '원어민' 교수로 일했던 키르기스스탄 국적의 A씨였다. A 씨는 딸 조씨 뿐 아니라 아들 조O씨도 동양대에서 자주 만났다고 증언했다. 학교 폭력 피해자였던 아들 조씨에게 정 교수 부탁으로 조언 등을 해주며 어린이 영어캠프를 위한 준비를 같이 했다고도 했다.

그런데 A씨가 원어민 교원으로 일했다는 사실 자체도 흥미를 끄는 부분이다. A씨는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다. 키르기스스탄 공용어는 키르기스어와 러시아어다.



교육부는 EPIK(English Program In KOREA)프로그램을 통해 '원어민 영어교사(영어보조교사)의 출신국가는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7개국으로 정해놓고 있다. 미국, 캐나다, 영국, 아일랜드, 호주, 뉴질랜드, 남아프리카공화국이다. 이 7개국 시민권자이고 전과가 없으면서 4년제 대학 학사학위가 있어야 한다.

교육부 '영어 원어민 강사'는 영어 모국어 7개국 출신으로 제한돼
고려인 혼혈인 A씨는 영국 대학에서 '공중위생'을 전공하긴 했지만 국적은 키르기스스탄이었다. 외국인 비자업무를 많이 다뤘던 배진석 변호사(다솔 법률사무소)는 "초중고 등 공교육에서 원어민 교사나 강사를 할 수 있는 자격은 국적과 비자종류로 제한돼 있다"며 하지만 "대학이나 학원가 등 사교육에선 비자취득만 적법하면 국적은 따지지 않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초중고에서 일하고 있는 '원어민 교사(강사)'의 법적 정의로는 7개국 출신의 4년제 대학 출신으로 한정돼 있지만, 실제 대학을 비롯한 학원가에서 '원어민 영어 교사(강사)'로 활동하는 이들은 7개국 출신이 아닌 경우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동양대 등 대학에서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이들을 영어 교원으로 채용하는 경우가 있지만 이는 교육부의 초중고 대상 프로그램과 무관하고 자체 기준을 통해 채용하기 때문에 법령을 위반한 것은 아니다.

최근엔 다문화 관련 지원정책의 하나로 결혼이민자들에게 다문화센터 등에서 원어민 영어강사 양성교육을 하기도 한다. 이런 프로그램으로 양성되는 영어 원어민 강사들은 대부분 법에 정해진 7개국이 아니라 필리핀이나 키르기스스탄 등 출신이다.


'이중언어 강사'라는 보조 교사로 초등학교 등에서 중국어, 러시아어 등 제2외국어 교육 목적으로 뽑힌 이들 중에서도 영어를 가르치는 경우도 있다.

영어 교수나 교사 그리고 강사로 일하려면 E-1(교수), E-2(회화지도) 비자를 발급받거나 출입국과 취업활동이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재외동포비자(F-4)를 받아야 적법하다. 하지만 학원가나 개인 교습을 하는 외국인 강사 중엔 관광비자 등만으로 불법취업을 하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평촌 학원가 한국인 영어강사인 김수정(가명)씨는 "학교 원어민 강사들은 최근엔 엄격해진 기준에 따라 비자나 자격증을 갖추고 있지만 학원에서 일하는 외국인들은 모국어가 영어가 아닌 곳 출신들이 출신지를 속이는 경우도 적지 않다"며 "외국인 강사가 가끔 사고를 쳐 언론에 보도되면 법무부 등에서 그때마다 단속을 하기도 하지만 자격을 갖춘 영어강사를 구하기 어려워 비영어권 출신들이 불법으로 일하는 게 근절되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교육부 운영 EPIK 프로그램 외국인 영어강사 모집을 위한 홍보 홈페이지 캡쳐/교육부 운영 EPIK 프로그램 외국인 영어강사 모집을 위한 홍보 홈페이지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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