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구찌 비켜!" 명품 뛰어넘는 컨템포러리, 한섬의 도전

머니투데이 오정은 기자 2020.09.13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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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K-패션 한섬 키우는 현대백화점의 비전…의류에서 가방, 슈즈에서 향수·화장품까지

"샤넬·구찌 비켜!" 명품 뛰어넘는 컨템포러리, 한섬의 도전


토종 패션기업 한섬이 '한국의 샤넬'을 꿈꾸며 명품을 뛰어넘는 럭셔리 컨템포러리 하우스로 도약하고 있다. 패션의류 영역에서 구축한 독보적인 실력을 바탕으로 가방, 슈즈, 쥬얼리에서 향수·화장품까지 전방위적인 사업 확장을 시도 중이다.

프랑스의 명품 브랜드로 유명한 샤넬·루이비통·에르메스 같은 브랜드는 프랑스 본토에서 '럭셔리 브랜드'로 불린다. 역사와 스토리를 간직한 이들 명품 브랜드는 헤리티지(heritage·유산)를 바탕으로 글로벌 패션업계서 강력한 입지를 구축했다.



하지만 본고장인 유럽에서 정작 이들 명품 브랜드는 '올드하고 식상하다'는 이유로 한국, 중국에서만큼 소비 열기가 뜨겁지 않다. 유럽 현지에서 명품의 자리를 대체한 것은 한섬의 TIME(타임)같은 컨템포러리 브랜드다. 컨템포러리 브랜드는 역사와 과거를 반영하는 명품과 달리 동시대의 트렌드를 반영한 현대적인 디자인을 추구한다. 신진 디자이너의 신선한 감각을 반영한 컨템포러리는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 이미 대세다.

한섬의 마인(MINE)에서 선보인 액세서리들/사진=더한섬닷컴 한섬의 마인(MINE)에서 선보인 액세서리들/사진=더한섬닷컴
타임과 마인, 시스템 등 강력한 컨템포러리 브랜드를 다수 육성하는데 성공한 현대백화점 계열 한섬은 패션의류 부문의 성공을 바탕으로 가방, 슈즈, 향수에서 화장품까지 라인업을 확장하며 '한섬 하우스'로 도약하고 있다. 9월 들어 한섬은 가방·지갑·슈즈·쥬얼리 등 액세서리 전문 편집스토어 '더 한섬 하우스 콜렉티드'를 론칭해 한섬 패션의류의 DNA를 가방·쥬얼리·모자에 이식하고 있다.



한섬은 타임·마인 등 각 브랜드의 액세서리 디자인과 소재 개발을 전담하는 디자인실과 기획실을 신설하고 전담 조직 확대와 투자에 나섰다. 2025년까지 액세서리 매출을 1000억원대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또 최근 타임(TIME)은 최초로 세뜨(sept)라는 이름의 향수도 출시했다. 2021년 한섬의 화장품 브랜드 론칭에 앞서 향수를 먼저 선보인 것이다.

코로나19(COVID-19)로 패션업계 전반이 어려운 가운데 한섬도 상반기 매출액이 8% 하락하고 영업이익도 9.6% 줄었다. 하지만 어려운 환경에 굴하지 않고 △3대 패션몰(더한섬닷컴·H패션몰·EQL) 온라인 집중 투자 △화장품 기업 인수 △액세서리 사업 강화 등 기회를 기다리며 내실을 충실히 다지는 중이다.

타임의 새로운 향수 SEPT/사진=타임 공식 인스타그램 타임의 새로운 향수 SEPT/사진=타임 공식 인스타그램
송은희 아이에이씨(IAC) 대표는 "한섬은 글로벌 시장에서 겨룰 수 있는 경쟁력을 지닌 몇 안 되는 K-패션 토종 브랜드라는 점이 최대 강점"이라며 "한국을 대표하는 컨템포러리 브랜드로 코로나19라는 혼돈 상황에서 내실을 다지면 시장이 안정화됐을 때 바로 해외진출이 가능한 실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백화점은 대부분 라이센싱(상표권 취득)을 통해 해외 패션 브랜드를 유통하는 경우가 많다. 현대백화점만이 한섬이라는 토종 강자를 인수해 조용한 가운데 강력한 K-브랜드 육성에 힘을 쏟고 있다.

샤넬이 패션에 출발, 쥬얼리와 가방, 향수에서 화장품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한 것처럼 한섬은 패션기업을 넘어 '더 한섬 하우스' 도약을 목전에 뒀다. 송 대표는 "패션업계는 이제 패션을 넘어 '패션&라이프스타일'을 지향하고 있다"며 "한섬이 취급 품목을 늘리며 종합 하우스로 가는 것은 해외 진출을 위한 좋은 포석이 될 수 있다"고 했다.

한섬의 마인 브랜드 이미지컷/사진=한섬한섬의 마인 브랜드 이미지컷/사진=한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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