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년만에 주가 381%↑…2차전지 굴리는 대장주 '피엔티'

머니투데이 조준영 기자 2020.09.1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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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목대해부]피엔티

편집자주 매일같이 수조원의 자금이 오가는 증시는 정보의 바다이기도 합니다. 정확한 정보보다는 거품을 잡아 손실을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머니투데이가 상장기업뿐 아니라 기업공개를 앞둔 기업들을 돋보기처럼 분석해 '착시투자'를 줄여보겠습니다.

반년만에 주가 381%↑…2차전지 굴리는 대장주 '피엔티'


전기차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면서 업계내 경쟁이 치열해진다. 핵심은 내연기관보다 빠르고 안전하게 멀리 갈 수 있는 전기차를 만드는 거다.

결국 모든 경쟁은 핵심소재 개발로 귀결된다. 전기 에너지 밀도와 출력을 끌어 올리기 위해서다. 한편에선 소재 개발에 열을 올린다면 이 첨단소재를 제대로된 2차전지로 만들어주는 역할은 '전극공정'이 책임진다.



이 공정의 핵심기술인 '롤투롤(roll-to-roll)' 기반 선도업체 피엔티가 각광받는 이유다. 올 2분기 수주 잔고는 일본 경쟁업체의 2배이상 수준으로 국내 2차전지 3사(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뿐만 아니라 중국, 유럽 등의 배터리제조사와도 납품계약을 체결했다.

견조한 전방 산업을 바탕으로 주가도 수직상승이다. 지난 3월 4810원까지 떨어졌던 주가는 지난 11일 2만3150원까지 올라 381%의 상승률을 보였다.



◇말로만 듣던 2차전지
/자료=한국투자증권/자료=한국투자증권
우선 2차전지는 한 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이 아닌 충전을 통해 반영구적으로 사용하는 전지를 말한다. 당연히 빠르고 많이 충전하고 오래 쓸 수 있기 위한 기술개발이 이어져왔다.

2차전지엔 △양극재 △음극재 △전해액 △분리막 등 크게 4개 핵심소재가 들어간다.


간단히 살펴보면 양극재는 2차전지의 용량과 출력을 결정짓는 소재로 생산원가의 40% 가량에 달한다. 음극재는 이 양극재에서 나온 리튬이온을 보관하고 방출하면서 전기에너지를 만드는 역할을 한다.

전해액은 양극재와 음극재에서 나오는 리튬이온이 이동하는 매개체다. 분리막은 양극과 음극이 서로 섞이지 않도록 막아주는 역할을 하며 배터리의 안정성을 결정짓는 핵심소재다. 미세한 구멍을 통해 리튬이온만 이동시킨다.

◇어떻게 만드나
/자료=상상인증권/자료=상상인증권
2차전지의 생산공정은 크게 '전극-조립-활성화' 3단계를 거친다. 전극공정은 2차전지를 작동시키는 핵심인 양극과 음극 전극판을 만드는 과정이다.

조립공정은 전극과 원재료를 가공·조립해 2차전지를 만드는 공정이며 활성화 공정은 충전과 방전을 반복해 2차전지를 제대로 작동시키는 것이다.

핵심은 전극 공정이다. 2차전지 소재를 직접 다루는 과정이다보니 첨단기술이 요구된다. 2차전지에서 가장 중요한 에너지밀도를 개선하기 위해선 양극재와 음극재를 전극에 얼마나 넣을수 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이때 전극에 코팅밀도를 높이고 소재변형을 최소화하는 것이 바로 '롤투롤' 기술이다. 회전하는 롤(roll)에 소재를 감아 물질을 도포하는 것을 말한다. 2차전지 공정 중 가장 까다로운 기술로 그동안 도레이, 히라노 테크시드 등 일본기업들이 주도해왔다.

하지만 피엔티가 지난 2009년부터 국산화에 성공했고 기술격차도 대부분 해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고객사도 꾸준히 증가해 시장점유율은 약 50% 수준이며 앞으로 2차전지 시장이 확대되면서 그 수혜도 장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국내 2차전지 3개사 물량이 수주잔고의 70%에 달하며 올 2분기 수주잔고(4513억원)는 일본 경쟁업체의 2배이상 수준을 기록했다.
◇롤투롤은 왜 중요한가
/사진=삼성증권/사진=삼성증권
롤투롤 장비는 전해액을 제외한 분리막, 음극, 양극 등 핵심소재를 생산하는 필수장비다.

롤과롤 사이에 알루미늄 또는 구리호일(동박)에 소재를 도포한 후 말려주는 코팅(Coating)이 첫번째 순서다. 이때 얼마나 넓고 빠르게 코팅하는지가 중요하다.

이후 코팅된 물질을 롤과롤 사이에 정확한 압력으로 두께를 얇게 만드는 캘린더(Calender) 과정을 거쳐 사이즈별로 커팅하는 슬리터(Slitter)까지 롤투롤 기술이 적용돼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공정을 가능케 한다.

특히 2차전지는 반도체나 디스플레이에 사용되는 필름보다 더 넓고 긴 전극을 필요로 해 롤투롤 장비가 공정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절대적이다.

권태우 DS투자증권 연구원은 "2차전지 전방산업이 커지다보니 (롤투롤)장비가 소재업체들에게 굉장히 중요하다"며 "앞으로 수년간 2차전지 관련 업체들이 캐파(CAPA·생산능력)를 증설할 것이고 최소 2~3년간 안정적으로 장비납품이 가능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어떤 소재든 얇고 넓게 펼 수 있는 기술인만큼 2차전지 뿐만 아니라 전자전기, 디스플레이, 기타산업에도 롤투롤 장비가 다양하게 활용된다.

권 연구원은 "(롤투롤 장비는) 수소연료 전지에도 활용될 수 있다"며 "이 전지도 200~300개 막들이 모여 하나의 셀을 만드는 형태인데 이 과정에도 롤투롤 장비가 사용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2차전지 시장 커질수록 피엔티도 쑥쑥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전망.(포스코뉴스룸 갈무리)© 뉴스1전기차 배터리 시장 전망.(포스코뉴스룸 갈무리)© 뉴스1
이처럼 롤투롤 장비는 2차전지 설비투자 확대에 발맞춰 함께 증가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특히 앞으로 2차전지 수요가 공급을 넘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글로벌 2차전지 업체들은 앞다퉈 관련 캐파증설을 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3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수요는 916GWh(기가와트시)로 공급량 776GWh를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됐다.

이종원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이슈가 있지만 여전히 글로벌 배터리 생산업체들의 CAPEX(시설투자)는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며 "전방사의 투자사이클을 고려할 때 견조한 매출상승으로 인한 실적향상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2023년까지 급격히 진행되는 글로벌 1차 설비투자 확대 사이클에 기반한 견조한 매출상승이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업계는 피엔티의 실적이 뒷받침되면서 주가도 당분간 우상향 기조를 그릴 것으로 전망한다. 전극공정에서의 독보적인 기술력을 담보한 장비주 실적은 성장가능성이 높고 일각에서 제기되는 밸류에이션 부담도 이에 맞춰 점차 해소될 것이란 설명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도 "현재 2차전지 관련 글로벌 소재업체들의 PER(주가수익비율)은 대부분 60~70배를 넘어선다. 합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면서도 "(피엔티는) 외국의 동종업계 대비 매출, 영업익 등 사업부문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점차 고밸류 부담이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변수는 테슬라?
FILE - In this March 14, 2019 file photo, Tesla CEO Elon Musk speaks before unveiling the Model Y at the company's design studio in Hawthorne, Calif. Musk says he’s deleted his Twitter account 10 months after a tweet landed him in trouble with U.S. regulators. Musk changed his Twitter display name to Daddy DotCom on Father’s Day. Daddy.com is an actual website that provides parenting information to new and expecting fathers. (AP Photo/Jae C. Hong, File) / 사진제공=AP 뉴시스FILE - In this March 14, 2019 file photo, Tesla CEO Elon Musk speaks before unveiling the Model Y at the company's design studio in Hawthorne, Calif. Musk says he’s deleted his Twitter account 10 months after a tweet landed him in trouble with U.S. regulators. Musk changed his Twitter display name to Daddy DotCom on Father’s Day. Daddy.com is an actual website that provides parenting information to new and expecting fathers. (AP Photo/Jae C. Hong, File) / 사진제공=AP 뉴시스
테슬라가 전기차 시대를 활짝 열어젖힌 만큼 향후 변수도 테슬라로부터 나올 가능성이 높다. 한국시간으로 오는 23일 열릴 테슬라의 배터리 기술·투자 설명회인 '배터리 데이'가 그 분기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직까지 구체적인 내용이 드러나진 않았지만 테슬라의 자체 배터리개발 계획이 드러나거나 기존 리튬이온전지 대신 전고체 배터리 활용 등 신기술을 공개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4월 "(배터리 데이)는 테슬라 역사상 가장 흥미로운 날이 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기존 2차전지 장비시장에서 확실한 주도권을 갖고 있는 피엔티 입장에서 '배터리 데이'의 결과에 따라 향후 공정이나 장비변화가 필요할 수도 있다. 다만 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권태우 연구원은 "(배터리데이)가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본다"면서도 "기존 캐파는 가져갈 것이고 향후 몇년간은 비슷한 유형의 장비를 만들 것이기 때문에 기술력이 바뀐다고 하더라도 앞으로 2~3년간 리스크가 적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2차전지가 구조적으로 바뀐다면 피엔티가 그 기술변화에 재빠르게 적응할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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