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지금 한국 증시에서 ‘SK하이닉스 개미 구하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김씨, 이씨, 박씨, 최씨 등으로 대변되는 SK하이닉스 개미들이다. SK하이닉스는 올해 개인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 2위다. 약 3조1009억원을 순매수해 삼성전자(7조7593억원) 다음으로 많이 매수했다.
여타 시총 상위 종목의 상승률과 비교하면 상대적 열세는 더욱 두드러진다. 카카오(147%)와 LG화학(122%)은 상승률이 100%가 넘고, 삼성SDI는 82%, 삼성바이오로직스 76%, 셀트리온 65%, NAVER 64% 등도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SK하이닉스만 유일하게 마이너스 상태다.
SK하이닉스는 지난 5월 6일 차트분석에서 장기 하락의 징조로 여기는 ‘데스 크로스’(Death Cross)가 발생했다. 50일 이동평균선이 200일 이동평균선을 위에서 아래로 뚫고 내려간 것이다. 이후 4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하락 추세는 개선되지 못하고 더 악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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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의 열세는 아무래도 메모리반도체 업황 부진 탓이 크다. 그러면서 시장에서 SK하이닉스에 대한 신뢰가 흔들렸다. 미래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투자자 심리도 얼어붙었다.
무너진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여러 타개책 중의 하나로 오너 회장의 대규모 자사주 매입을 들 수 있다. 임원들의 자사주 매입도 포함된다. 미래 메모리반도체 업황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고 시장이 신뢰를 잃어가면서 주가가 크게 하락할 때 내부자들의 자사주 매입은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고 투자자 심리를 되돌리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특히 오너 회장의 대규모 자사주 매입은 책임경영의 의지를 실천한다는 차원에서 더욱 빛이 난다.
마침 좋은 사례도 있다. 현대차는 지난 3월 코로나19 쇼크로 미래 자동차 산업 전망이 극도로 불투명해진 때가 있었다. 그러면서 주가는 불과 한 달도 안 돼 11년 전 수준으로 후퇴했다. 2월 중순 13만원대였던 주가는 한 달 만에 6만5000원대까지 급락하며 거의 반토막이 났다. 폭락이었다.
이때 혜성같이 나타나 현대차의 신뢰를 회복시킨 사람은 다름 아닌 그룹의 오너인 정의선 수석부회장이었다. 그는 자신의 돈 817억원을 들여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주식을 대규모 매수했다. 총 5일에 걸쳐 꾸준히 주식을 매수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주가는 급반등했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거의 모든 임원들도 자사주 매입에 동참했다. 특히 현대차 임원들은 3월부터 8월 초까지 125여명의 임원들이 약 33억원 어치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8월 들어 현대차 주가는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11일 종가 기준 현대차는 작년 말 대비 42% 올랐다. 그러면서 50일 이동평균선이 200일 이동평균선을 아래에서 위로 뚫고 올라간 ‘골든 크로스’(Golden cross)도 만들었다. 골든 크로스는 차트분석에서 장기 상승의 신호로 여긴다.
현대차의 주가 반등은 정부의 ‘그린 뉴딜’ 정책의 수혜로 떠오른 덕분이기도 하지만, 가장 위기인 순간에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대규모 자사주 매입이 시장의 신뢰를 회복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은 수백번을 말해도 부족함이 없다. 당시 전대미문의 코로나19 사태로 시장에서 현대차 미래에 대한 극도의 불안감이 팽배했을 때 정 수석부회장은 자사주 매입을 통해 시장의 불안을 잠재웠다. 주가 방어를 위해 오너가 직접 수백억원에 달하는 개인 돈을 투자하는 책임경영의 모습은 시장에 매우 강력한 신뢰를 전달하기에 충분했다.
마찬가지로, 지금 하반기 메모리반도체 업황 전망이 부진하면서 SK하이닉스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진 때 오너인 최태원 회장이 발 벗고 나서서 대규모 자사주 매입을 한다면 시장에 강력한 신호를 전달할 수 있다. 최 회장이 SK하이닉스의 미래가 어둡지 않고 오히려 성장 기회가 크다는 점을 몸소 증명한다면 SK하이닉스가 개미들의 무덤이 아닌 게 되고 올해 SK하이닉스에 3조원 넘게 투자한 개미들을 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