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의 확장] 북한에 강점이 있는 기술이 있을까?

뉴스1 제공 2020.09.12 08:14
글자크기

'세계적 수준' 높지 않아도 간과할 수 없는 발전 속도 주목해야
남북 기술 교류 위한 제도적 조치 미리 마련할 필요

[편집자주][시선의 확장]은 흔히 '북한 업계'에서 잘 다루지 않는 북한 이야기를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각 분야 전문가들이 그간 주목받지 못한 북한의 과학, 건축, 산업 디자인 관련 흥미로운 관점을 독자들에게 소개합니다.

최현규 통일과학기술연구협의회 회장© 뉴스1최현규 통일과학기술연구협의회 회장© 뉴스1


(서울=뉴스1) 최현규 KISTI 책임연구원/통일과학기술연구협의회 회장 = 예사롭지 않은 북한의 기술 영역들
북한이 핵기술과 미사일 발사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면 그 기술력은 예사롭지 않은 걸로 판단할 수 있다. 북한이 경제적으로는 분명 후진국이지만 일부 군사기술에서는 일부 뛰어난 부분이 있다. 이러한 북한의 군사 또는 국방기술이 민간분야로 전파되는 스핀 오프(Spin Off)가 진행된다면 북한의 경제 구동력으로 작용할 것이고, 평화적 이용이라는 측면에서 호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의 기술 중 국제적으로 우수하다고 평가할 만한 것은 과연 무엇인지는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궁금증이다. 북한은 첨단기술의 성과를 많이 내놓을 만큼 과학기술 영역이 선진화돼 있지는 않다. 하지만 정책적으로 과학기술을 강조하고, 집중 지원하며 목적 지향적 연구사업을 추진하기 때문에 그들의 과학기술 수준이 낮다고만 평가할 수는 없을 것이다.



북한의 강점 영역을 활용할 여지
남과 북을 비교할 때 북한의 절대 강점은 다양하고 많은 지하자원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석탄을 예로 들 수 있다. 엄격한 대북 제재 직전까지 북한의 대중국 석탄 수출은 북한 경제의 젖줄과 같은 역할을 했을 정도다. 고품위 흑연, 세계적 보유량이라는 마그네사이트, 첨단 소재로 활용되는 희토류 소재 등은 확실히 내세울만한 강점이다.
북한은 보건의료 문제를 '고려의학'(우리의 한의학)에서 해결하고자 해서 고려의학연구원, 고려의학종합병원을 두고, 여러 곳에 고려약생산기지를 두고 있다. 또한 고려의학의 정보화는 상당 수준에 이르러 원격의료를 추진할 정도이기도 하다. 전통의학과 대체의학으로서 가치를 가지기도 하고 또한 제약 영역에서도 생물자원의 활용 가능성이 높기도 하다.
또 북한에서 무엇보다 강점으로 들 수 있는 것은 인력, 즉 인적 자원이다. 수재교육 방식으로 양성된 과학기술 인력들이 존재하고, 특히 소프트웨어 개발 부문에서는 세계적 경쟁력이 있고, 활용 여지가 상당한 것으로 판단된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대안전기공장의 모습.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대안전기공장의 모습.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email protected]
문헌으로 북한의 강점 기술을 파악
북한의 기술과 제품을 구체적으로 파악한다면 그 실태를 보다 엄밀하게 파악할 수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제한이 있다. 하지만 북한 학자들의 국제학술논문 발표 내용들을 검색할 수 있고, 북한에도 우리의 학술지와 같은 형태로 학술출판물이 나오고 있으며 국가과학원의 '과학원통보'나 김일성종합대학의 김일성종합대학학보 등을 정기간행물로 발간하고 있다. 이러한 국내외 각종 발표 문헌들이 있으므로 이를 분석하면 북한이 강조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집권한 이후 북한의 해외 학술 논문 투고가 대폭 늘어났다. 이른바 SCI급 논문들에 등장한 내용을 통해 북한 과학기술 현황의 일부를 파악할 수 있다. 학술 영역이라 제한은 있지만 방향성을 확인할 수 있고, 국제적 학술 협력 관계를 파악할 수도 있는데 현재는 대부분 중국과 연계를 가지고 있다.
또한 북한의 당과 내각의 기관지 같은 뉴스 매체들과 북한의 대외 선전용 웹사이트 같은 곳에서 각종 행사를 전달하면서 북한의 관심 기술들을 소개하고, 시상된 우수 성과들을 전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 북한의 강점기술 또는 고유기술들이 종종 드러난다. 하지만 북한 정보자료 자체의 제한도 있을 뿐만 아니라 수록 내용에도 과장이나 왜곡의 가능성도 있으므로 그 해석에는 많은 주의와 전문적 식견이 필요하다.



북한, 과학기술 성과를 장려하는 제도 운영
북한의 우수기술이나 강점기술을 파악하는 데 유효한 방안은 북한이 제도적으로 운영하는 각종 시상식의 결과를 활용하는 것이다. 북한도 발명특허제도나 품질평가와 관련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고, 2.16과학기술상, 국가과학기술성과등록사업, 첨단기술제품등록사업 등의 제도를 통해 과학기술 성과를 장려하고 있다. 소프트웨어의 경우 우수 성과는 '프로그람공보'에 게재하고 있다. 이 제도들을 통해 발굴되고 심의, 평가된 기술들은 기본적으로 북한이 보유한 강점기술들로 볼 수 있을 것이다.
'2.16과학기술상'은 북한이 그 전 해에 가장 우수한 성과를 거둔 연구과제를 선정하여 시상하는 제도이다. 2.16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이다. 현재 2.16과학기술상은 북한에서 최고의 권위를 가진 상으로 알려져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집권한 이후 수상한 과제들 중에서 북한의 각종 매체에 그 기술명이 소개되어 확인된 것은 약 90개 정도다.
또한 '국가과학기술성과' 또는 '첨단기술제품'으로 등록을 하고 있는 데 이는 북한의 과학기술 행정 전반을 총괄하는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심의, 평가한 것들이다. 기술명이 확인된 것은 국가과학기술성과가 약 90개, 첨단기술 제품이 약 80개이다. 또한 국가과학원이 발간하는 학술지인 '과학원통보'의 매년 신년호에는 전년도 과학기술 성과가 소개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 수록된 연구성과는 100개 정도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자료사진.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평양 노동신문=뉴스1) = 자료사진.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email protected]
주목할 만한 북한의 기술들은 무엇인가?
이상에서 나타난 북한의 연구개발 성과는 북한이 자체적으로 우수하다고 인정한 것들이며, 북한의 강점들이 나타나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이 수집, 분석한 내용에 따르면 전체적으로 약 370개 항목이나 중복되는 기술들이 있고, 1회 이상 중복된 것들이 약 40개였다.
그중 북한이 강조하는 것들 중에서 두 가지 사례를 들어본다. 먼저, 북한 과학기술 성과 중 최고 평가를 받는 사례로, 첨단의료기기인 '나선식 뇌CT'가 있다. 김책공업종합대학 전자공학부 이무철 박사팀이 연구한 '저선량에 의한 화상 재구성 기술' 등에 기반하였다고 한다. 2015년 11월 북한에서 관련 기술이 발명특허로 등록되었고 학술논문도 10편 정도 나왔다. 북한의 첨단장비 개발 수준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또 하나는 북한 내부적으로 실용성을 강조한 것이 '능동형 전기보일러'이다. 컴퓨터 제어기술로 필요한 만큼 증기나 온수를 자동적으로 생산, 공급하는 에너지 절약형 보일러인데 일반 전기보일러에 비해 크기는 8분의 1이고 전기를 30~40% 절약한다고 한다. 황해북도 첨단기술제품제작소가 개발하여 각종 문헌 수록과 특허발명 등록을 했다. 이 기술은 문헌상으로만 판단하기 때문에 한계가 있으나 발열 효율을 극대화하고 단위 용량당 열교환기의 소형화가 가능하므로 활용성 및 파급성이 비교적 높다는 전문가의 기초 평가를 받기도 했다. 따라서 면밀한 시장성 분석을 해볼 만할 것이다.

북한의 강점기술을 남북 협력에 활용 가능
유엔은 다수의 안보리 결의를 통해 북한과의 과학기술 교류협력을 포괄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지식재산권 거래는 포괄적 면제 대상이다. 엄격한 대북 제재가 진행된 2016년 이후에도 미국 등의 기업들이 북한 발명총국에 특허출원을 하고 있고, 북한도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를 통해 국제특허화를 위한 관련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기술 교류의 진행은 각종 제도적 조치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
남북 협력을 구상하면 북한의 취약한 경제 탓에 지원 방식으로만 진행하고자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차후의 남북 협력 구도는 북한의 것을 적극 활용하는 방식으로 진전될 때 남과 북이 평화의 공존을 하는 길이 될 것이다. 북한의 기술 원천으로 남한의 청년들이 창업을 하여 손잡고 같이 국제무대인 실리콘밸리로 진출하는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