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SK하이닉스 제치고 시총2위 가나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2020.09.12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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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대폭락 후 6개월②-코로나19+동학개미, 증시지형 바꿨다

편집자주 2020년은 한국증시에 기록이 쏟아지는 시기가 될 전망이다. 10년 저점을 깨고 내려갔던 코스피와 코스닥은 역대 최대폭으로 반등했고 주식투자 인구와 자금, 거래규모 등 곳곳에서 기록이 나오고 있다. 코로나19(COVID-19)발 급락장 이후 6개월만에 생긴 변화다. 주목할 것은 증시흐름을 주도하는 주체가 ‘기관과 외국인’에서 ‘개인’으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새로운 룰 체인저의 등장이다.

코로나19(COVID-19)의 확산과 한국증시 주도세력으로 부상한 개인투자자들의 힘은 증시 지형도마저 바꿔 놓았다. 한국 경제를 이끌었던 중후장대 산업이 주춤한 사이 가능성만 보였던 인터넷, 바이오, 배터리는 성장성을 증명하며 빠르게 치고 올라왔다.

성장주의 시가총액 규모는 급속히 커졌다. 수년간 주도주로 군림했던 반도체 자리마저 넘보고 있다. 주가는 미래 가치를 선반영한다는 점에서 증시 지형 변화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개인투자자들이 전통적인 제조업 대신 한국경제의 신성장 동력이 될 산업군을 사들이며 시가총액 순위에 큰 변화가 왔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반도체 자리 노리는 BBIG7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 중 3개 종목이 지난해와 비교해 바뀌었다. 현대모비스, POSCO, 삼성물산이 시총 10위권에서 물러난 반면 카카오, 삼성SDI, LG생활건강이 10위권에 새로 진입했다.



자동차, 철강, 건설 등 과거 경제 성장을 주도했던 중후장대 업체들이 물러난 자리를 인터넷, 배터리 등 신산업이 차지한 것이다.

이 같은 변화는 코로나19 이후 가속화하고 있다. 최근 증시의 특징은 소위 'BBIG7'으로 불리는 7개 주도주가 증시를 이끌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배터리, 바이오, 인터넷, 게임 등 성장성이 기대되는 4개 업종에서 가장 주목 받는 7개 종목이다. LG화학 (373,000원 ▼8,500 -2.23%), 삼성SDI,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NAVER, 카카오, 엔씨소프트가 이에 해당한다.

특히 삼성전자 (76,300원 ▼2,300 -2.93%), SK하이닉스 (170,600원 ▼9,200 -5.12%), 삼성바이오로직스 (780,000원 ▼10,000 -1.27%)에 이어 시총 4위에 오른 NAVER (182,700원 ▼1,000 -0.54%)는 SK하이닉스를 제치고 시가총액 2위에 오를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 나올 정도다.


이들 업종은 코로나 이전에도 떠오르는 산업으로 주목 받았지만 이익이 현실화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점에서 가치를 높게 평가받진 못했다. 그러나 코로나의 확산이 가져온 사회의 변화는 신산업을 재평가하는 계기가 됐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언택트(Untact·비대면)의 일상화로 인터넷이 우리 생활에 차지하는 비중은 이전보다 크게 늘었다. 질병의 확산은 바이오 산업의 성장성을 부각시켰고, 환경에 대한 관심은 전기차 판매량 증가를 이끌었다.

단순한 기대감뿐 아니라 실적으로도 성장성을 증명했다. 올해 상반기 BBIG7의 매출액은 전년 동기대비 12.2%, 영업이익은 62.5% 급증했다. 코로나19 여파로 대부분 업종의 실적이 크게 감소한 것과 전혀 다른 양상이다.

시총 10위권에 새로 진입한 카카오의 경우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대비 26.5% 늘어난 1조8212억원, 영업이익은 173% 급등한 1860억원을 기록했다. 톡비즈, 카카오페이, 카카오페이지, 이커머스 등 대부분 사업에서 고른 이익 성장을 나타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상반기 영업이익 1437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엔씨소프트의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2배(115.6%) 가량 늘었다. LG화학(52.4%), 셀트리온(88%), NAVER(35.1%)도 두 자릿수 이익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들 성장주는 수년 간 국내 증시를 이끌었던 반도체 종목과의 격차도 빠르게 줄이고 있다.

최근 4~5년 간 증시 주도주는 단연 반도체였다. 글로벌 시장에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은 점프했다. 삼성전자의 코스피 시총 비중은 2015년 15%에서 현재 20% 이상으로 늘었고, SK하이닉스는 2017년 1월5일 이후 줄곧 시총 2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BBIG7의 시총은 지난해 말 146조원에서 지난 11일 273조원으로 9개월 만에 2배 가량 급증했다. 시총 2위 하이닉스와 3위 이하 종목들의 시총 격차는 2배 이상이었으나 현재는 턱밑까지 쫓아왔다. 지난달 20일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SK하이닉스를 제치면서 3년7개월만에 2위 자리가 바뀌기도 했다.

시총 상위 종목=한국 산업 지형…패러다임 변화에 주목
증권가에서는 최근 증시 지형도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한다. 증시는 한국 경제의 패러다임 변화를 미리 살펴볼 수 있는 가늠자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기간 산업 위주로 경제 외형이 급속히 팽창하던 1980~1990년대에는 한국전력을 비롯해 철강, 자동차, 금융업종이 시총 상위를 차지했다. 노동과 자본이 성장을 주도하던 시기였다.

그러다 2000년대 IT시대에 들어서면서 기술주들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삼성전자가 시총 1위에 올랐고 통신주와 인터넷 관련 업종들의 상승세가 가팔랐다. 버블 논란은 불가피했지만 인터넷이 국내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를 가져왔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었다.

2006년에는 조선, 2010년 전후로는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의 시대였다. 이 시기 한국 경제를 이끈 산업도 조선과 차화정이었다. 2016년 이후에는 반도체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현재 증시를 주도하는 BBIG7은 향후 한국 경제를 이끌어갈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관심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무역분쟁과 코로나19는 탈세계화와 비즈니스의 디지털화를 가속시킬 것"이라며 "과거와 다른 시각으로 증시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새로운 종목이 시총 탑(Top)10에 들면 대체로 2년 이상 지위를 유지한다"며 "올해 승기를 잡은 종목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주도주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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