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대산업개발과 인수 재협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아시아나항공이 15일 오전 서울 강서구 오쇠동 본사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자본확충을 위한 발행할 주식의 총수와 전환사채 한도를 늘릴 것을 의결 했다. 주주들이 입장한 후 직원들이 안내판을 치우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상황이 바뀐 것은 올해 초 코로나19(COVID-19) 사태가 터지면서 아시아나항공 재무상황이 급격히 악화되면서부터다. 아시아나의 부채 비율은 작년 말 1397%였으나 지난 6월에는 2291%로 급증했다.
그러나 HDC현산의 의지가 예전과 같지 않았다. HDC현산은 지난 7월 24일 아시아나항공과 계열사에 대한 12주의 재실사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수의지에는 변함이 없다고 재차 강조했으나 업계는 계약 무산 시 계약금 반환 소송에 대비하려는 의도로 해석했다. 인수를 포기하면 이행보증금으로 지급한 2500억원을 날리게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계약 무산 시,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이 각각 322억원, 2178억원을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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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인수조건 재협상 과정에서 아시아나측 과실이 드러나면 계약금을 지불하지 않아도 될 가능성이 있다"며 "인수 의지를 전제 조건으로 내세우면서 누구에게 과실여부가 있는지를 재실사해보자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HDC현산은 이런 의혹에 대해 30일 공식 보도자료를 내고 "재실사 제안이 계약금 반환을 위한 명분쌓기로 매도됐다"면서 반박했지만 시장의 시선은 바뀌지 않았다. 금호산업과 채권단 역시 이미 충분한 실사가 이뤄졌다며 재실사를 거부하고 HDC현산의 진정성에 의심을 표하며 대립했다.
인수 계약이 최종 무산된 만큼 HDC현산이 이행보증금반환 소송에 들어갈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신뢰를 잃은 마당에 '실리'라도 챙겨야 하는 상황이어서다. HDC현산과 금호산업, 채권단 모두 오랜 기간 소송전을 염두에 뒀던 만큼 세부 계약조건과 협상과정에서 치열한 법리 다툼이 벌어질 것이란 게 금융권의 예상이다.
한편, HDC현산은 11일 금호산업이 인수합병 최종 무산을 선언한 것과 관련해 "아직 공식문서를 받은 게 없어서 입장을 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