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잡아야 산다" 삼성·LG전자의 이유있는 변화

머니투데이 박소연 기자 2020.09.1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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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가전특명, MZ세대를 잡아라]①

삼성전자가 지난달 선보인 신혼가전 광고 캠페인. /사진제공=삼성전자삼성전자가 지난달 선보인 신혼가전 광고 캠페인. /사진제공=삼성전자


"고민은 우리가 할게요. 당신은 예쁘게만 사세요."

삼성전자가 지난달 선보인 신혼가전 광고 캠페인이다. '이제는 가전을 나답게'라는 삼성전자 가전제품의 통합 슬로건을 적용한 문구로, 소비자가 원하는 것은 뭐든 준비돼 있다는 자신감을 표현했다. 공급자 중심의 획일적 제품이 아닌 소비자 개개인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소비자 중심의 가전 전략을 강화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LG전자 (91,200원 ▼1,400 -1.51%)는 최근 음악, 패션 등 다양한 방면의 '인플루언서'를 섭외해 브랜드 필름을 선보이고 있다. 제품 소개 대신 다양한 국적·성별·인종의 MZ세대의 젊은이들이 각자의 방식대로 삶을 향유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며, MZ세대와 적극 소통하며 이들의 삶을 지지하는 제품을 선보이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MZ세대…'나만의 취향' 맞춤형 가전 소구
김현석 삼성전자 사장이 지난해 6월4일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삼성디지털프라자 강남본점에서 나만의 제품 조합이 가능하고 색상·재질 등 나만의 디자인을 선택할 수 있는 맞춤형 가전 비스포크 냉장고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김현석 삼성전자 사장이 지난해 6월4일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삼성디지털프라자 강남본점에서 나만의 제품 조합이 가능하고 색상·재질 등 나만의 디자인을 선택할 수 있는 맞춤형 가전 비스포크 냉장고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가전업계가 MZ세대 잡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과거 주부 위주로 진행되던 마케팅은 이제 밀레니얼 세대를 넘어 Z세대에까지 손길을 뻗치고 있다. 가전업계들이 MZ세대를 향한 구애에 나선 이유는 뭘까.

MZ세대는 1980년대∼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 출생한 'Z세대'를 말한다. 연령대로는 41세 이하다. 사회에서 소수의 젊은 세대를 일컫는 말 같지만 실제론 비중이 꽤 높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MZ세대의 인구 비중은 33.7%이며, 기업 내에선 6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는 '다수'다.



가전업계가 말하는 MZ세대의 개념은 더 넓다. 연령과 관계없이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하며 '나'의 경험과 라이프스타일을 중시하는 이들을 통칭한다. 가전업계가 MZ세대를 본격적으로 소구한 것은 지난해부터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6월 공급자 마인드가 아닌 소비자와의 교감을 전면으로 내세운 맞춤형 생활가전 시대를 열겠다는 포부를 담은 가전 철학 '프로젝트 프리즘'을 발표했다.

"MZ세대 잡아야 산다" 삼성·LG전자의 이유있는 변화
삼성전자가 이같은 변화를 시도한 핵심 근거는 '밀레니얼 세대'였다.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나만의 취향과 경험을 중시하는 트렌드가 확장하면서, 다양한 취향에 걸맞은 제품 생산이 필요하게 됐다는 취지다. 기존의 백(白)색 가전이 아닌, 백(百)인백(百)색 가전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2만2000개 조합이 가능한 비스포크 냉장고를 출시했을 때 업계는 반신반의했다. 그러나 비스포크는 정체된 국내 냉장고 시장에 파란을 일으켰고, 올 상반기 누계 전년 동기 대비 30% 성장을 이루며 사업성을 입증했다.


고객 쪼개고, 새로운 고객 창출하고…
삼성전자가 지난 2일(영국 현지시간) 뛰어난 화질과 스마트 기능을 갖춘 가정용 프로젝터 '더 프리미어(The Premiere)'를 전격 공개했다.  /사진제공=삼성전자삼성전자가 지난 2일(영국 현지시간) 뛰어난 화질과 스마트 기능을 갖춘 가정용 프로젝터 '더 프리미어(The Premiere)'를 전격 공개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가전업계의 MZ 마케팅은 실제 제품 개발 측면에서도 다양한 변화를 이끌었다. 고객의 세분화와 새로운 니즈 창출이 대표적이다.

삼성전자 VD(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의 라이프스타일 TV가 대표적이다. 최근 9년 만에 프로젝터를 다시 선보였다. 지난해 기준 국내 프로젝터 시장이 연 2만대가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니치마켓이지만, '집콕' 트렌드 확산에 따라 홈시네마를 꾸미고 싶은 이들을 공략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QLED TV(퀀텀닷 필름을 이용한 TV) 등 주력 TV 라인업 외에 더 세리프, 더 프레임, 더 세로 등 라이프스타이 TV 라인업을 지속적으로 늘려왔다. 지난 5월 코로나19 국면에도 북미에서 야외용 '더테라스'를 론칭했다. 삼성전자는 올 하반기 비어큐브, 뷰티큐브 등 초소형 냉장고와 슈드레서 등 소비자 맞춤형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LG전자 역시 니치마켓을 공략한 제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2018년 국내 최초의 소비자 맞춤형 가전 '오브제'를 선보였으며, 수제맥주 제조기 '홈브루', 식물재배기 등 세분화된 소비자를 타깃으로 한 제품을 내놨다. 'LG 시그니처'는 상위 1%를 노리는 초프리미엄 라인업이다. 48형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 역시 대량생산보다는 게이밍 등 취미를 지닌 특수한 고객층을 겨냥해 출시했다.

변해야 산다…中 따돌리고 1등 유지하려면
LG전자가 지난 7월10일 캡슐형 수제맥주제조기 'LG 홈브루' 신제품을 출시했다고 밝혔다. /사진제공=LG전자LG전자가 지난 7월10일 캡슐형 수제맥주제조기 'LG 홈브루' 신제품을 출시했다고 밝혔다. /사진제공=LG전자
이러한 변화는 결국 '생존'을 위한 것이란 분석이다. 가전업계의 MZ마케팅 이면엔 시대적 변화로 기존의 대량생산 체제론 시장을 선도할 수 없다는 절박감이 존재한다. 중국 업체들이 저가 공세로 국내 업체들이 선점한 TV와 생활가전 시장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차별화 전략이 더욱 절실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고객 니즈를 세분화해서 파고들지 않으면 범용제품을 만드는 회사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며 "트렌드를 따라가는 측면도 있지만 1등을 지키려면 필수적인 변화"라고 말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전자 전시회 CES 2020 개막일인 7일(현지시간) 삼성전자 전시관에서 관람객들이 라이프스타일 TV ‘더 세로(The Sero)’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전자 전시회 CES 2020 개막일인 7일(현지시간) 삼성전자 전시관에서 관람객들이 라이프스타일 TV ‘더 세로(The Sero)’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가전업체의 MZ마케팅은 다양한 소비자 조사를 근거로 한다. 과거 정례적인 설문조사와 그룹인터뷰가 주류였다면 현재는 AI(인공지능)를 기반으로 온라인 커뮤니티, SNS 등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취합한다. 삼성전자의 사내 '밀레니얼 커미티', 집단지성 플랫폼 '모자이크', LG전자의 디자인경영센터 산하 라이프소프트리서치(LSR)실 등 내부 기구도 활용한다.

국내 업체들의 뛰어난 기술력과 SCM(공급망관리)도 이러한 다양한 '취향가전'을 가능케 한 토양이란 평가다. 매스 시장에서 입증받은 제품력과 사업성을 토대로 다양한 니치마켓 실험이 가능하단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MZ세대가 당장의 구매력은 낮을지 몰라도 결국 이들이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갈 것이기 때문에 이들 위주로 신제품 방향을 결정할 수밖에 없다"며 "현재 한국 가전업체가 전세계를 선도하는 것도 시대의 흐름을 읽고 끊임없이 변화해왔기 때문이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강조했다.

LG전자가 지난 5월 새롭게 선보인 트롬 워시타워 3종 신규 컬러 제품 /사진제공=LG전자LG전자가 지난 5월 새롭게 선보인 트롬 워시타워 3종 신규 컬러 제품 /사진제공=LG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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