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에서 부는 ESG 바람…국내 운용사들의 대응은?

머니투데이 정인지 기자 2020.09.14 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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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새로운 10년 ESG]<19>이스트스프링·미래에셋·한화자산운용

편집자주 ESG(환경, 사회적책임, 지배구조)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ESG 친화기업에 투자하는 글로벌 자금은 30조 달러를 넘어섰고, 지원법을 도입하는 국가도 생겨났습니다. ESG는 성장정체에 직면한 한국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단이자 목적으로 충분한 가치가 있습니다. ‘2020 새로운 10년 ESG’ 연중기획 기획을 통해 한국형 자본주의의 새 길을 모색합니다.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에 속도를 낸다. 운용사들은 ‘좋은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좋은 수익률을 낼 수 있는 방법’이라는 데 동의한다. 비재무적 요소가 기업의 재무와 가치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판단이다.

한국에서는 전세계 대비 ESG 펀드에 대한 자금 유입이 제한적인 편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ESG 투자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이에 대비한 상품들을 개발, 판매 중이다.
이스트스프링 "좋은 기업이 좋은 성과 낸다"
박천웅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 대표 / 사진제공=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박천웅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 대표 / 사진제공=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


국내 기업에 투자하는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의 대표 ESG 펀드는 ‘이스트스프링 지속성장기업 펀드’다.



지속성장기업 펀드는 담배·주류· 카지노 등 업종과 ESG 최하위 등급인 E등급 종목들을 투자에서 제외한다.

또 각 산업에서 ESG 점수가 높은 기업들을 투자해 수익률의 안정성을 확보한다. ESG 등급이 개선된 기업들도 투자 대상이다. ESG 평가 전략은 의결권 자문사인 서스틴베스트와 협업해 정한다.



이스트스프링은 ESG 투자를 위해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ESG 등급이 개선된 종목들과 주가의 상관관계’를 5년간 검증해왔다. ESG와 주가의 관계는 해외에서는 종종 연구되는 주제다.

박천웅 이스트스프링 대표는 “‘좋은 기업이 좋은 성과를 낸다’는 원칙으로 책임투자를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어떤 특정 등급에서의 등급 개선이 주가에 가장 의미 있는 영향을 끼치는지, 기업의 ESG 등급이 개선되면 재무구조가 어떻게 바뀌는지,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기까지 평균적으로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 지 등을 연구했다.


박 대표는 “특히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트서비스(SNS)의 발달로 정보가 빠르게 유통되면서 평판이 기업 가치에 미치는 영향이 더 빠르고 커졌다”고 설명했다. 평판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이 바로 ESG이므로 ESG와 기업가치의 연관성은 계속 높아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기업이 시장 경제 체제의 원칙을 지키고 합법적인 책임을 다하면서 이익을 추구할 때 오래 지속되고 주주가치를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주주가치 환원 개선과 주가의 상관 관계를 연구해 배당성장 기업에 투자하는 데 활용했다. 올해는 ESG 등급 개선과 재무적 요소를 결합한 종목 선정 방식을 개발하고 있다.

박 대표는 많은 ESG 펀드들이 대기업 위주로 투자가 이뤄진다는 지적에 대해선 “ESG 등급 평가가 100여개 이상의 지표를 토대로 분석되다 보니 중소기업이 제공할 수 있는 자료에 한계가 있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ESG 등급 산정 기관들도 대기업들만 높은 ESG 등급을 받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사업보고서나 환경 자료 외에 비공식적 자료들을 활용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특히 ESG 투자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제도를 구축하고 책임투자를 적용하는 자산군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는 ESG가 모든 투자의 궁극적인 지향점으로 자리 잡은 반면, 국내에서는 ESG투자 효용성에 대해 이제 논의가 시작된 수준”이라며 “선진국의 경우 국가 주도로 책임투자가 가속화된 사례들이 있다”고 말했다.
미래에셋, 국내 최초 채권형 ESG펀드 출시
신재훈 미래에셋자산운용 채권운용부문 본부장 / 사진제공=미래에셋자산운용신재훈 미래에셋자산운용 채권운용부문 본부장 / 사진제공=미래에셋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올해 국내 최초 채권형 ESG펀드를 출시해 ESG 투자 포트폴리오를 강화했다. ‘미래에셋지속가능ESG채권펀드’다.

이 펀드는 신용등급 AA- 이상인 국내 기업 중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ESG 평가 등급이 B+이상인 기업이 발행하는 ESG 목적 채권을 투자대상으로 한다.

ESG 목적 채권이란 그린본드의 상위개념으로 카드사가 전기차 등 친환경 차량의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은행이 중소기업에게 자금을 융통해주기 위해 자금을 조달하는 경우 등이 있다. ESG 채권을 발행하려면 국제자본시장협회(ICMA)의 가이드라인을 충족해야 한다.

그동안 국내 기업들은 ESG 시장이 활성화된 해외에서 주로 ESG 채권을 발행했지만 지난해부터 국내 발행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2018년에 처음으로 ESG 채권이 발행됐고 2019년 18조원, 올해 33조원 등 발행시장이 급성장했다.

이 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신재훈 미래에셋자산운용 채권운용부문 본부장은 “국내 ESG 채권 시장도 빠르게 커지면서 운용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ESG 채권의 특징은 ‘안정성’이다. 신 본부장은 “ESG 등급이 높은 기업은 위기 대응 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된다”며 “예를 들어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을 때 현장을 바로 폐쇄한다거나 재택근무 체제를 준비했다면 기업 가치를 유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점을 인정받아 전세계적으로 ESG 채권은 코로나19(COVID-19) 사태로 크레딧 시장이 위축돼 있는 상황에서도 무난하게 발행됐다.

다만 아직까지 ESG 채권을 발행하는 곳은 한국주택금융공사, 중소기업벤처진흥공단, 산업은행 등 공기업 위주다. 현재 공기업 채권을 70% 담고 있지만 앞으로 ESG 채권을 발행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투자 대상도 다변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올해 포스코건설은 국내 건설사 최초로, 현대캐피탈이 국내 캐피탈사 최초로, 롯데지주는 지주사 최초로 ESG채권을 발행했다. 신한카드는 업계 최초로 코로나19 지원을 위한 채권을 발행했다.

신 본부장은 “국내에서는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는 성장주에 관심이 쏠리면서 현재 ESG 채권에 대한 관심이 낮은 상황이지만 장기적으로 ESG 채권시장은 확대될 수 밖에 없다”며 “사회적 가치를 높일 의무가 있는 연기금 등이 투자 관심이 높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화자산운용, 자체 ESG 평가 시스템 마련
김명서 한화자산운용 지속가능전략팀장 / 사진제공=한화자산운용김명서 한화자산운용 지속가능전략팀장 / 사진제공=한화자산운용
한화자산운용은 ‘한화 코리아레전드 책임투자펀드’가 간판 ESG 펀드다. ESG 공모 펀드는 주식형만 있지만 운용 자산 전반적으로도 ESG 투자를 관리한다. 책임자는 김명서 한화자산운용 지속가능전략팀장이다. 한화자산운용은 자체 평가 시스템을 만들어 2년간 평가하고 있다.

김 팀장은 “ESG를 등급으로 매겨서 잘한다 못한다고 평가할 것이 아니라 비즈니스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전기차와 비대면 화상회의 등이 늘어난 게 좋은 예다.

그동안 기후변화는 막을 수 없는 흐름으로 여겨졌지만 코로나19로 항공과 공장이 멈췄다. 모두 이산화탄소를 생산하는 주범들이다.

사람들이 맑은 하늘을 보면서 기후 위기를 바꿀 수 있다고 느끼고 이는 전기차 등 친환경 상품의 구매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물론 영국 유럽에서 2035년 이후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를 금지한 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또 재택근무가 자연스러운 일이 되면서 화상회의와 해킹 방지를 위한 정보 보호가 중요해졌다. 김 팀장은 “코로나19가 해결돼도 다른 사태가 또 일어날 수 있다”며 “금융회사 뿐 아니라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개인 정보를 많이 갖고 있는 회사들은 재택근무로 전환할 수 있는 비상체제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재택근무 체제가 갖춰지면 몸이 아파도 집 안에서 창의적인 일을 할 수 있다. 양육을 하면서도 일을 할 수 있는 유연근무가 가능해질 수 있다. 더 나아가면 근무지가 제한되지 않기 때문에 집값이 저렴한 지방에서 거주할 수도 있게 된다.

김 팀장은 “비대면으로 삶이 변하고 있는데, 이를 어떻게 균형있게 조절하느냐가 기업의 경쟁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대기업들이 ESG 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는 점에 대해 “그만큼 리스크가 높기 때문에 잘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팀장은 “현대차가 제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겠지만, 친환경차를 통해 제품이 생산하는 이산화탄소를 줄인다면 기후 변화 측면에서 각광받는 기업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ESG는 단순히 어떤 기술이 있기 때문에 ‘좋다’라기보다 기업의 위험요소가 무엇인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기술을 갖고 있는지 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비대면 문화 확산으로 온라인 쇼핑이 증가하고 이에 따라 택배 쓰레기가 증가하고 택배 기사들의 처우가 열악하다면 전체적인 산업 구조가 건강하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ESG 문화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기업과 소비자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김 팀장은 “우리나라는 이산화탄소 배출량 세계 7위, 사회적 안전망과 소득 불평등 수준을 평가한 삶의 질이 23위로 ESG 사고방식이 익숙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그는 “ESG를 ‘기업활동의 걸림돌’로 여기지 말고 미래를 보고 기업들이 비즈니스를 바꿔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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