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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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위세가 곧 꺾일 것이라 생각했던 당초 예상과 달리 사태가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전 세계 여행객들이 노트북·스마트폰 앞에 앉기 시작했다. 가고 싶었던 장소의 사진이나 영상 등을 보며 헛헛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서다. 이에 맞춰 각 국가·지역 관광청이나 에어비앤비, 타오바오 등 여행·커머스 업계에서도 지난 4월부터 VR(가상현실)이나 라이브 커머스 등을 활용한 '랜선여행' 콘텐츠를 내놓고 있다.
한국관광공사가 지난달 일본에서 진행한 방한 캐릭터인형 투어. /사진=한국관광공사
한국관광공사는 일본 지사에서 지난달 26~28일 사흘 간 '인생 코리아, 캐릭터인형 투어'를 진행했다. 방한 관광에 관심을 갖는 일본인이 자신을 의인화한 캐릭터 인형을 한국으로 보내는 대리여행인데, 80여명이 신청했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최종 선발된 인형들은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 촬영지와 K-뷰티 체험을 하고 한식을 맛보는 등 여행객들이 직접 가고싶어 하던 관광명소를 대신 방문하며 욕구를 충족시켰다.
직접 이름을 붙인 대리인 자격의 아바타(인형)로 가고 싶은 곳을 찾는다는 매력이 기존 랜선여행과 다르단 점에서 향후 방한 관광상품이 될 수 있단 관측이다. 관광공사는 10월에는 제주를 방문하는 콘셉의 인형투어를 추가 진행하고 4분기에는 중국과 동남아 지역까지 확장한단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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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가는 척'하러 공항 간다
지난달 7일 대만 스타럭스 항공사가 '여행하는 척' 유람비행 상품의 운행을 진행했다. 약 3시간30분 동안 승객들을 태우고 타이완 동부 해안을 저공비행한 뒤 돌아왔다. /사진=FlightRadar24.com
일본 전일본공수(ANA)는 미국 하와이 상상여행을 진행했다. 기존 나리타-호놀룰루 노선 여객기가 90분 간 비행한 뒤 제자리에 착륙하는 상품이다. 좌석 별로 1만4000엔(약 15만원)에서 5만엔(약 55만원)에 판매됐는데, 전체 정원의 150배가 넘는 사람이 신청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대만 스타럭스항공도 지난달 타오위안 공항에서 출발, 대만 근교를 저공비행한 뒤 다시 돌아오는 상품을 내놨는데, 30초 만에 188장의 티켓이 매진됐다.
국내에선 에어부산이 유사여행 상품을 내놨다. 지난 10일 체험학습 기회를 잃어버린 항공서비스 관련 전공 대학생을 대상으로 실습 체험 비행을 진행했다. 코로나 확산세가 진정되면 일반인을 대상으로도 관광비행 상품을 선보인단 계획이다. 특히 일본과 대만 등 근거리 항로 운항도 고려 중인데, 이 경우 기내 면세품 구매도 가능해져 여행객 사이에서 인기를 끌 것으로 기대된다.
여행산업 회생에 도움될까
지난 10일 에어부산은 국내 항공사 최초로 도착지 없이 국내 상공을 비행하다 다시 출발지로 돌아오는 '도착지 없는 비행'을 첫 운항했다. 이번 프로그램은 경상북도에 소재한 위덕대 항공관광학과 학생 79명 대상으로 진행됐다. 해당 항공편(BX8910)은 낮 12시 35분 김해국제공항을 출발해 포항과 서울을 거쳐 광주와 제주 상공까지 운항한 후 오후 2시 35분에 김해공항으로 되돌아오는 대한민국 순회 여정으로 운항된다. 사진은 위덕대 항공관광학과 학생들이 실습 하는 모습. /사진=에어부산, 뉴시스
하지만 결국 여행욕구를 온전히 해소할 수 없고 확장성에서 한계가 명확해 코로나 시국 속 임시방편에 불과하단 지적도 나온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침체에 빠진 관광업계가 회복하기 위해선 방역 우수국끼리 제한적 여행을 허용하는 '트래블 버블' 등의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