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최근 1년간(2019년 7월1일~2020년 6월30일) 국내증권사 33곳이 낸 기업분석 리포트 중 매도의견 비율은 0.06%에 불과했다. 매달 2000건이 훌쩍 넘는 리포트를 쏟아내는 것을 감안하면 연 10여건에 불과하다.
하지만 외국계 증권사와 비교해보면 현격한 차이가 난다. 같은 기간 씨엘에스에이코리아증권, 메릴린치 등 서울에 지점을 낸 외국증권사 14곳의 매도의견 비율은 14.5%나 됐다. '중립' 비율은 30.2%로 매수의견(55.3%)과 비슷한 비율이었다. 매우 신중한 투자를 권고한 것이다. 매수의견 비율이 89.2%로 상당히 편중된 국내증권사와는 다른 모습이다.
국내리포트에선 쉽게 보기 힘든 직설적인 표현도 등장한다. 지난 7일 홍콩계 증권사 CLSA는 문재인 정부의 '뉴딜펀드'에 대해 "정부의 시장개입이 문재인 대통령의 펀드매니저 데뷔나 다름없다. 직접적인 시장개입에 간담이 서늘해졌다"고 지적한 바 있다.
◇왜 매도의견 못낼까
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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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집이 큰 대기업일수록 그 압박은 더 크다. 업종 주도주의 경우 반드시 챙겨야할 필요가 있음에도 향후 기업탐방을 가지 못하거나 간담회 때 초청받지 못하는 등 불이익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다들 시장에서 '반짝스타'가 되기 위해 바보같은 짓은 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투자의견 '중립', '보유', '비중축소'와 같은 표현으로 사실상 매도의견을 내는 차선책을 택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외국의 경우 글로벌 금융사들이 일반상장사보다 몸집이 큰 경우가 많아 국내와는 달리 갑을관계가 역전된다는 주장도 있다. 그만큼 독립성이 크게 보장되다 보니 애널리스트가 소신껏 작성한 리포트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향후 12개월 전망을 보는 종목리포트 특성상 애초에 매도의견이 나올 종목을 취급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는 의견도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대부분 투자자들이 리포트를 단기투자를 위한 목적으로 보려고 한다"며 "투자시점에 따라 고점이나 저점에서 리포트를 바라보는 등 입장이 다를 수밖에 없다. 리포트가 절대적인 진리가 아닌만큼 투자의 참고자료로 봐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