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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점포폐쇄, 외부전문가가 판단하게 하라"

머니투데이 이학렬 기자 2020.09.16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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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은행점포 폐쇄의 정치학

편집자주 금융당국이 제동을 걸면서 은행들의 점포폐쇄가 올스톱됐다. 은행은 비대면 거래 확산으로 돈 안 되는 점포를 줄이려고 한다. 반면 정치인들은 지역구 민심을, 노조는 일자리 감소를, 당국은 고령층의 불편을 염두에 두고 이를 막는다. 은행 점포폐쇄가 경제가 아니라 정치의 영역이 됐다.


민간은행들이 사람을 마음대로 뽑지 못하게 된 데 이어 지점도 마음대로 닫지 못 한다. 전문가라는 이름이 붙긴 했지만 외부인이 채용절차에 참여한 데 이어 금융당국이 영업점 폐쇄 절차에도 외부인이 참여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과 은행권은 은행권 자율규제인 ‘은행 점포 폐쇄 관련 공동 절차’ 개정 작업을 진행중이다. 빠르면 올해말 개정이 끝난다. 개정안에는 지점폐쇄 영향평가 절차에 외부 전문가가 참여·검토하도록 하는 방안이 담긴다. 지난달 30일 금융당국이 발표한 ‘고령친화 금융환경 조성방안’의 후속조치다.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건 지점폐쇄 영향평가가 은행 내부 직원들만의 ‘형식적인 절차’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서다. 특히 금융당국은 은행 지점을 폐쇄하면 고령층의 금융이용이 불편해지는 만큼 지점폐쇄 영향평가의 독립성과 객관성을 강화할 필요성이 크다고 봤다.



하지만 지점폐쇄 영향평가에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면 은행 경영의 자율성이 크게 훼손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금융위원회가 2017년 ‘은행권 점포 통폐합 관련 행정지도’ 당시에도 기간을 6개월로 짧게 한 것도 지점 통폐합이 사기업인 은행 경영활동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지점 하나를 없애기 위해선 지역 주민의 반발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폐쇄 절차에 외부인이 참여하면 지점을 더욱 없애기 어렵다. 일부에선 외부인을 통해 은행 채널 전략이나 영업기밀 등이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이미 은행들은 신입직원 채용에 외부인이 개입하면서 자율성을 침해 받았다. 2018년 금융당국의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은행권 채용절차 모범규준’을 만들었는데 핵심 내용 중 하나가 채용절차에 외부 전문가나 전문기관이 참여하는 것이다.

공공기관에 적용된 기준을 민간 기업에 적용하면서 논란이 컸지만 특혜 채용 의혹으로 주요 시중은행장들이 유죄 판결을 받으면서 면접관의 일부를 외부 전문가로 채웠다.


부작용은 바로 나타났다. 은행들은 자신들의 기업문화와 인재상에 딱 맞는 인재를 뽑지 못했다. 시중은행이 신입직원 채용을 줄이고 경력직원 채용을 늘리는 추세도 마음대로 신입직원을 채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반면 금융당국은 외부 전문가가 지점폐쇄 절차에 참여하는 게 요식행위를 줄이기 위한 것이지 지점폐쇄를 막는 규제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영업비밀을 외부 전문가에게 공개하라는 게 아니라 지점폐쇄 과정에서 외부 전문가의 판단을 참고하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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