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동부와 서부 심장부에 자리잡은 두 럭셔리 호텔을 발판 삼아 '글로벌 원 롯데' 완성을 노린다. 하지만 끝이 보이지 않는 불황과 곤두박질치는 실적에 따른 자금 압박은 걱정거리로 작용한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롯데호텔은 오는 24일 미국 본토 두 번째 호텔인 '롯데호텔 시애틀(LOTTE HOTEL Seattle)'을 오픈키로 결정하고 사전예약을 받는 중이다. 지난해 하나금융투자와 함께 미국계 사모펀드 '스탁브릿지(Stock Bridge)'로부터 1억7500만 달러(약 2040억원)에 호텔을 인수한 뒤 개관 준비를 진행해 온 럭셔리 호텔로, 시애틀 랜드마크 중 하나인 미국 최초의 예배당을 연회장으로 사용해 주목 받는다.

대규모 투자를 한 만큼 더 이상 미룰 수 없단 위기감에서다. 하지만 코로나 상황에서 기존 호텔도 아닌 신규 호텔을 오픈한다는 과감한 결정은 그 만큼 자신감이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시애틀 5번가에 위치한 롯데호텔 시애틀의 인근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아마존, 스타벅스 등 포브스 500대 기업의 본사는 물론 각종 테크기업들이 몰려있어 비즈니스 여행객들의 수요가 차츰 회복되는 모습이란 점에서다.
무엇보다 코로나 사태 속 서비스 '뉴노멀(시대 변화에 따른 새 표준)'에 대한 준비가 있단 설명이다. 빅터 카귄다간(Victor Caguindagan) 롯데호텔 시애틀 총지배인은 지난달 비즈니스 트래블러와의 인터뷰에서 "운동장비를 객실로 가져가거나 장기간 효과적으로 살균할 수 있는 정전식 소독 등 고객들이 뉴노멀 속에서 기대하는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직원 90%를 일시해고(layoff)하고 때 아닌 동면에 들어갔던 롯데 뉴욕팰리스도 영업에 시동을 걸었다. 코로나를 고려해 매주 찾는 고객에게 같은 객실에서 묵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객실에서 안전하게 스파 서비스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등 뉴노멀 업그레이드를 마쳤다. 뉴욕팰리스는 130년 역사의 뉴욕을 대표, 각국 정상들이 찾는 럭셔리 호텔로, 2015년 롯데호텔이 9000억원을 들여 인수했다.
'원롯데' 포석, 경영정상화가 관건

물론 예기치 않은 코로나 리스크로 단시일 내 증시 입성은 사실상 어려워진 상태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신 회장이 화학과 함께 호텔을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만큼, 글로벌 체인호텔로의 발돋움을 위한 빠른 확장은 불가피한 수순이다. 앞서 신 회장은 니혼게이자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인수합병(M&A)을 활용해 객실 수를 5년 후 현재의 2배인 3만 실로 늘릴 것"이라며 글로벌 호텔시장 진출 대한 계획을 내비친 바 있다.
현재 롯데호텔은 국내외 1만1000개 객실을 보유한 아시아 대표 호텔체인이다. 하지만 대다수 해외사업장이 동유럽·동남아에 치중돼 있어 메리어트나 IHG 등 글로벌 호텔체인과 견주기엔 이름값이 다소 밀린다. 국내에서 최상위 럭셔리 브랜드 시그니엘을 론칭하는 한편 글로벌 호텔시장의 꽃이라 할 수 있는 미국 럭셔리호텔 운영에 힘을 주는 투트랙 전략을 구사하는 이유다. 이를 통해 영국과 일본 등의 진출도 노린다는 계획이다.

이에 호텔롯데는 전방위적인 자금확충에 나서는 모습이다. 투자은행(IB) 업계 등에 따르면 호텔롯데는 지난달에 이어 이달 1일에도 3000억원 규모의 장기 기업어음(CP)을 발행했고, 4일에는 500억원의 사모 회사채를 발행하는 등 올해 들어 2조원 가량의 자금조달에 나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