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더 늘어난 가족돌봄휴가…교사들은 '그림의 떡'

머니투데이 강주헌 기자 2020.09.10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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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 동교초등학교에 마련된 돌봄교실. / 사진=김창현 기자 chmt@서울 마포구 동교초등학교에 마련된 돌봄교실.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정부가 코로나19(COVID-19) 여파에 대한 대응으로 가족돌봄휴가를 10일 연장해 최장 20일 사용이 가능해졌지만 직장 내 경직된 분위기로 사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빈번하다.

10일 교육계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으로 긴급돌봄 수요가 늘어나면서 업무가 과중해진 유치원, 어린이집과 초·중·고 교육현장에 있는 교사들이 오히려 가족돌봄휴가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누구를 위한 돌봄인가?"
교장의 방침이나 사내 문화 등 학교 재량에 따라 분위기가 다르지만 아이를 둔 초·중·고교 교사들은 육아존중문화가 결여된 분위기에서 휴가를 쓰려면 큰 엄두를 내야 한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이면서 학부모의 역할을 해야 하지만 고민만 해야 하는 처지다.

초등학교 교사 A씨는 "지역 내 코로나19 확진 문자가 수도 없이 울리고 당분간은 감염 우려에 아이를 직접 돌보고 싶지만 부장 교사가 '우리 학교는 재택 근무가 없다'는 취지로 말해서 휴가조차 쓰기 어려운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등교 제한에 가족돌봄휴가가 연장되면서 학교에 나오지 않는 아이들이 많지만 우리 애는 긴급돌봄을 보낼 수 밖에 없다"며 "우리도 아이를 키우는 입장인데 누구를 위한 돌봄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돌봄휴가? 그게 뭐에요"…강압적 분위기에 '속앓이'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보육교사 B씨는 "가족돌봄휴가를 쓰겠다고 했더니 '그게 뭐에요?'라며 차가운 반응을 보였다"며 "나라에서 쉴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들어줬는데 교육현장에서는 일부 선생님들이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B씨는 "휴가를 쓸테니 대체교사를 쓰라고 신청했으나 오히려 연차를 쓰도록 강요당했다"고 말했다. 사업장은 가족돌봄휴가와 관련, 정부로부터 노동자 1명당 하루 5만원씩 최대 50만원의 가족돌봄 비용을 지원받는다.


또 다른 보육교사 C씨도 "원장이 가족돌봄휴가 제도가 있다고 설명은 해줬으나 다른 선생님들이 쓰는 걸 불편해해서 못쓰고 있다"며 "다들 제도를 활용하는 걸 쉬쉬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가족돌봄휴가를 쓴 보육교사 D씨는 "원장이 먼저 이런 제도가 있다고 설명해주고 배려해줘서 휴가를 쓸 수 있었지만 다른 반 선생님들에게 도움을 받아 쉬는 꼴이라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 동교초등학교에 마련된 돌봄교실. / 사진=김창현 기자 chmt@서울 마포구 동교초등학교에 마련된 돌봄교실.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10일 연장된 휴가…"돌봄에 차별 없어야"
일반 직장의 경우도 규모가 영세한 사업장일수록 경직된 회사 문화에 학부모 직원들이 눈치를 보긴 마찬가지다. 부산에 사는 E씨는 코로나19 여파로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 휴원이 연장된 가운데 정부의 가족돌봄휴가 연장 대책이 나와 휴가신청서를 냈으나 거절 당했다.

E씨는 "가족돌봄휴가는 무급이라 빠듯한 형편에 고민 끝에 휴가를 신청했더니 직장 내에 사람들이 '언제 일하려고요', '다 쉬면 급한 일이 있을 때 어떻게 하느냐며 규칙을 정해서 써라'라고 눈치를 줬다"고 말했다.

9일부터 코로나19와 관련해 가족돌봄휴가를 10일(한부모는 15일) 더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늘어난 가족돌봄휴가는 남녀고용평등법상 최대 연장 가능 기간인 10일이며, 기간이 연장됨에 따라 근로자 1인당 기존의 가족돌봄휴가 10일을 포함해 총 20일을 사용할 수 있다.

한부모가족지원법에 따른 한부모는 15일을 연장해 총 25일을 사용할 수 있다. 상반기에 이미 10일의 가족돌봄휴가를 모두 사용한 근로자도 늘어난 가족돌봄휴가를 사용할 수 있다.

아이 돌봄을 장려할 때 우리 사회에서 심각한 문제로 꼽히는 저출산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형수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7월 열린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정책토론회에서 "고용형태나 지위에 따라 아이 돌봄에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영·유아기 일정 기간 동안은 부모가 직접 돌볼 수 있도록 비용과 시간을 충분히 보장해 출산·육아가 가능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야말로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는 중요한 정책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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