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대본 '상업용치료제' 말실수에…불똥 튄 엔지켐생명·부광약품株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2020.09.10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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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서 코로나19(COVID-19) 치료제와 관련한 브리핑 실수가 나오면서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이틀간 요동쳤다. 항체·혈장 치료제는 임상이 빨라야 1년 넘게 걸리는데 이달부터 환자들에게 처방될 수 있는 것처럼 언급하는 바람에 혼선이 빚어졌다는 지적이다.



9일 증시에서 셀트리온제약 (91,900원 ▲4,100 +4.67%)은 장중 한 때 12% 넘게 상승하다가 오후 들어 약세로 전환해 전날보다 3% 하락한 11만7200원에 마감했다. 셀트리온 (177,100원 ▲6,100 +3.57%)셀트리온헬스케어 (75,900원 ▼4,500 -5.60%)도 각각 6%, 4% 하락해 끝났다. 전날 급등했던 녹십자 (110,600원 ▲1,000 +0.91%)는 이날 10% 넘게 빠졌다.

셀트리온 3사와 녹십자 주가가 요동친 것은 방대본의 말 실수와 무관치 않다는 것이 증권가의 분석이다.



권준욱 방대본 부본부장은 지난 8일 정례브리핑에서 "코로나19 항체치료제와 관련해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임상시험계획 2상, 3상을 심사 중"이라며 "이번 달 중에는 항체 치료제 대량생산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김현정디자인기자사진=김현정디자인기자


권 부본부장은 브리핑 당시 '상업용' 항체 치료제를 대량 생산한다고 언급했지만 이후 방대본에서는 상업용이 아니라 생산공정을 검증하기 위한 생산이라는 추가 공지가 나갔다. 임상과 별개로 생산설비가 제대로 돌아갈 수 있는지 시험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권 부본부장의 말은 이미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고 항체치료제(셀트리온)와 혈장치료제(녹십자) 개발일정이 크게 앞당겨져, 당장 이달부터 시중에 처방이 가능한 것으로 오해를 샀다. 임상일정을 생각하면 실제 생산과 일선 처방까지 1년 가까이 걸리지만, 이미 임상에 성공해 양산에 들어간 것으로 해석된 것이다.


실제 현장에서는 다른 목소리가 나왔다. 앞서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임상 2상에서 탁월한 효능·안전성이 확인되면 연말에 긴급사용승인을 신청할 것"이라면서 "늦어도 내년 5월 임상 3상이 끝날 것으로 본다"며 언급한 바 있다. 올해는 치료제가 나오기 어려운 일정이다.

이와 관련해 정은경 방대본 본부장도 9일 항체치료제 대량 생산계획이 당장 시장에 출시하고 제품을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니라고 다시 설명했다.

정 본부장은 "치료제나 백신 관련 진행 상황을 중간보고하는 과정에서 자세한 설명 없이 (내용을) 설명해 드려 약간의 오해가 생길 수 있는 여지가 있었다"고 언급했다.

주식시장에서는 큰 혼란이 발생했는데 셀트리온 (177,100원 ▲6,100 +3.57%), 녹십자 (110,600원 ▲1,000 +0.91%) 뿐 아니라 제약, 바이오 기업들의 주가도 급락했다. 코로나19 치료제로 국내 임상 2상을 밟고 있는 부광약품 (6,090원 ▲90 +1.50%), 그리고 한국 식약처와 미국 FDA 임상 2상을 함께 진행하고 있는 엔지켐생명과학 (1,760원 ▲32 +1.85%)은 9일 증시에서 3~4% 약세 마감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셀트리온이나 녹십자는 주가가 올랐다가 빠지는 바람에 제자리로 내려왔다"며 "이들이 양산단계에 접어들고 나머지 기업들은 개발이 무산된 것 아니냐는 오해 때문에 주가가 동반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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