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넓고 주식은 많다" 원정개미가 中日서 산 종목은?

머니투데이 조준영 기자, 강민수 기자 2020.09.09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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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넓고 주식은 많다" 원정개미가 中日서 산 종목은?


원정 개미들의 기세가 그칠 줄 모른다. 최근 테슬라 10대 주주에 올라 화제가 된 이들은 중국과 일본에서도 맹위를 떨치고 있다.

8일 예탁결제원과 해외금융정보업체 마켓스크리너에 따르면 국내 원정개미들은 중국의 대표적 제약사 항서제약(JIANGSU HENGRUI MEDICINE)과 미국의 장난감 제조사 해즈브로(HASBRO)에서 각각 9대주주, 7대주주 규모의 주식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만 가기엔 땅이 넓다
/그래픽=임종철 디자인 기자/그래픽=임종철 디자인 기자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외화증권 보관금액 기준 상위종목은 대부분 미국기업들이었다. 테슬라가 38억달러(약 4조5100억원)로 독보적인 1위였다. 이어 △애플(20억달러) △아마존(17억달러) △마이크로소프트(12억달러) △앤비디아(9억달러) 등이 뒤를 이었다.



여전히 미국을 중심으로 해외주식 직구가 이뤄지고 있지만 상위 종목에 오른 유일한 중국기업은 항서제약이었다. 중국 로컬기업 중 항암치료제 시장점유율 1위 제약사로 연구개발에 상당한 비용을 투자하는 기업으로 알려져있다.

원정 개미들이 최근 3개월동안 3000만달러(약 356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하는 등 매수 열기가 뜨겁다. 이들이 보유한 항서제약 지분가치는 약 8345억원으로 전체 주식의 0.97%를 차지했다. 중국의 국부펀드인 ‘중국투자공사(China Investment Corp.)가 보유 지분(0.93%)보다 많다.

IT종목 투자에 편중된 미국시장에서 장난감 제조회사 해즈브로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코로나19(COVID-19) 장기화로 자가격리 기간동안 관련 소비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으로 풀이된다. 원정개미들은 해즈브로의 주식을 4.12%나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분가치는 약 5307억원이었다.


일본에 상장된 라인과 '넥슨(일본법인)'의 경우 2대 주주 위상이다. 각각 지분율은 4.03%, 2.10%였다. 두 회사 모두 모회사 지분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을 감안하면 국내투자자들이 사실상 최대주주에 버금가는 주식을 보유한 것이다.

미·중·일 해외주식 34조 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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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말 기준 원정개미가 보유한 미국주식 보관잔액은 239억달러(약 28조3908억원)으로 2011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일본(23억달러, 약 2조7321억원), 중국(27억달러, 약 3조2073억원)도 마찬가지로 최대치를 연일 경신 중이다. 국내투자자들이 보유한 해외주식 규모는 총 38조6940억원으로 이중 미·중·일 주식이 34조3302억원을 차지하며 사실상 대부분(88.7%)을 차지했다.

반면 해외주식형 펀드는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종목 투자의 ‘화끈한’ 수익률에 비해 펀드는 ‘밋밋하다’는 평이 나오면서 직구 쏠림 현상이 심화되는 흐름이다. 실제 해외주식형펀드의 수익률은 타 펀드 대비 나쁘지 않은 수준이다. 해외주식형펀드의 3개월 수익률은 13.69%로, 국내주식형펀드(9.89%)나 국내채권형펀드(4.04%)에 비하면 양호한 수준이다.

그러나 개별 종목 수익률과 비교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특히 미국 IT(정보기술) 기술주 위주 상승세가 유독 가파르다. 최근 3개월간 테슬라의 주가 상승률은 약 142%에 달한다. 애플(50.1%), 아마존(33.9%), 페이스북(24.9%)의 상승률도 만만치 않다.

반면 북미주식형펀드 가운데 3개월 기준 수익률이 가장 높은 ‘삼성KODEX미국나스닥100선물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주식-파생형](H)’의 수익률은 22.42%에 그친다. 이같은 수익률 차이는 공모펀드의 ‘10%룰’ 때문이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개별 펀드가 투자한 특정 종목이 전체 자산의 10%를 넘어서는 안 된다.

스스로 공부하는 원정개미…"PB도 모르는 기사 들고 온다"
"세상은 넓고 주식은 많다" 원정개미가 中日서 산 종목은?
유튜브 등으로 해외 주식 관련 정보를 접하기가 쉬워진 것도 원정개미의 직구를 돕는 요인이다. 대표적인 해외주식 관련 채널인 ‘미국주식으로 은퇴하기’의 구독자 수는 이날 기준 10만명을 넘는다. 투자자들이 운용사 손에 맡기기보다, 자신이 투자할 종목을 직접 공부해서 고른다는 것이다.

강남권의 한 PB(프라이빗뱅커)는 "PB들도 잘 모르는 외신 기사나 해외 주식 투자 정보 등을 보내 문의하는 투자자들이 종종 있다"며 "최근에는 정보의 비대칭성이 거의 사라지다시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심진원 KB자산운용 리테일본부 팀장은 "코로나 사태 이후 각광받는 기업에 대한 고객의 수요가 큰 상황"이라며 "앞으로는 단순히 국가별로 나누기보다 산업별로 세분화돼 투자자들이 원하는 기업에 초점을 둔 펀드가 출시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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