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천절 집회 신청 단체들 "국민 피해 없는 방향으로 고민"

머니투데이 정경훈 기자 2020.09.09 04:45
글자크기
지난달 15일(광복절) 서울 도심 집회 /사진=뉴스1지난달 15일(광복절) 서울 도심 집회 /사진=뉴스1


개천절에 대규모 집회를 신고한 단체들이 국민 건강에 피해를 주지 않는 쪽으로 집회 시행 여부를 정하겠다고 밝혔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에서 개천절에 다수 집회가 신고되자 시민들 사이에서는 비판적인 여론이 형성된 상황이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거리두기 효과로 2차 유행이 잡혀가는 시점에 대규모 집회가 일어난다면 재확산도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번 유행 종료가 코로나19 종식을 뜻하지는 않기 때문에 향후 집회 실시에도 주의를 당부했다.



개천절 서울 신고 집회 70건 금지…제한 해제시 개최 가능
9일 경찰에 따르면 개천절 서울 주요 도심(종로·중구·서초) 집회 신고는 총 70건이다. 가장 큰 집회는 천만인무죄석방운동본부가 서울역·광화문·강남 등지에서 열겠다고 한 집회 5건으로, 신고된 참가 인원은 12만4000명이다.

다음으로 자유연대가 광화문 인근 7개 집회에 1만20명을, 민주노총 건설노조 서울지부가 서초동 등 12개소 집회에 각각 500명씩 총 6000명을 신고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개천절인 10월 3일 서울 지역 집회 신고에 대해 금지 통보를 내렸다. 경찰은 "서울시가 이달 13일까지 내린 10인 이상 집회 금지 명령,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의 100인 이상 집회 금지에 따른 조치"라며 "제한이 해제될 경우 개최할 수 있음을 안내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방역 강화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조치가 1주일 연장된 가운데 6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0.9.6 © News1코로나19 방역 강화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조치가 1주일 연장된 가운데 6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0.9.6 © News1
단체들 "건강 피해 없는 쪽으로 결정할 것…법도 지키겠다"
금지 통보 받은 단체들은 코로나19 확산 추이를 지켜보며 집회 실시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김상진 자유연대 사무총장은 "개천절 집회 실시 여부는 코로나19 확산 정도,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2.5단계) 완화 여부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할 예정"이라며 "일단 개천절 집회 계획은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김 총장은 "우리는 집회를 업무로 하는 단체라서 자주 집회 신고를 하는데 개천절 때도 선순위를 차지하기 위해 한달 전에 미리 신고를 해놓은 것"이라며 "코로나19 등 상황 때문에 신고하고 안한 집회도 여럿 있는데, 앞으로도 법을 어기는 집회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인지연 우리공화당(천만인무죄석방운동본부) 최고위원도 "집회 참가자, 국민 건강을 고려해 코로나19 확산 상황이 심각하다면 개천절 집회를 하지 않을 수 있다"며 "광복절 집회에도 단속으로 인한 당원 피해와 건강을 고려해 전단지 30만장을 배포해놓고도 참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인 위원은 "신고했다고 상황에 대한 고려 없이 무작정 실시하겠다는 뜻은 아니었다"며 "법과 건강권에 저촉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노총 건설노조 서울지부 관계자도 "좀 더 상황을 지켜보고 논의를 해봐야 겠지만 방역을 이유로 나온 금지 통보라는 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며 "전사회적으로 우려하는 바도 무엇인지 알고 있기 때문에 집회를 안 하는 쪽으로 논의가 흐르는 중"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집회가 소중한 표현, 결사의 자유 실현 수단인데 코로나19로 실시가 어려워져가는 데 대한 우려가 있다"며 "대면접촉을 줄이는 선전 방법 등에 관한 고민도 이어지고 있다"고 첨언했다.

SNS 등 온라인에 떠도는 포스터. 개천절 집회 참여를 독려하는 내용이 적혀 있다. /사진=뉴스1(온라인 캡처)SNS 등 온라인에 떠도는 포스터. 개천절 집회 참여를 독려하는 내용이 적혀 있다. /사진=뉴스1(온라인 캡처)
다만 인터넷에는 집회 강행을 암시한 포스터 등이 공유되고 있어 불안감은 여전하다.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공유되는 집회 포스터에는 ‘Again 10.3 14:00 자유우파 집결, 핸드폰 off’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코로나19 역학조사를 피하기 위해 휴대전화를 꺼놓고 집회에 참석하라는 뜻이다. 자유연대나 우리공화당 측은 해당 포스터를 제작·배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전문가 "집회는 코로나19 확산 조건…종식까지 변화 모색도 필요"
감염병 전문가들은 집회가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쉬운 조건인 만큼 개최를 우려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코로나19 종식 전 집회는 참가자 규모, 대유행 여부와 상관없이 감염에 취약한 환경'이라며 "현실적으로 참가자들이 잠깐 마스크도 벗고 함께 음식도 먹는 일이 일어날텐데 코로나19는 '에어로졸' 감염 가능성도 있어 상당히 위험하다"고 말했다.

천 교수는 "다음주면 확진자가 100명 내외로 떨어질 수도 있을 정도로 강화된 거리두기가 효과를보는 상황인데 개천절 집회가 열리면 재확산 연결고리로 작용할 수 있다"며 "집회도 중요한 활동이지만 방역을 고려해 1인 시위 등 접촉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탁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2차 유형으로 인한 고통을 다시 반복해서는 안 된다"며 "개천절 대규모 집회는 하면 안 된다"고 단호히 말했다. 이어 "1단계로 돌아가더라도 상황은 다시 나빠질 수 있기 때문에 모임 등에 관해 새로운 일상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