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증시 우르르 무너졌는데 코스피는 2400 돌파 마감, 왜?

머니투데이 김영상 기자 2020.09.08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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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전략]

8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사진=뉴스18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사진=뉴스1


코스피가 다시 한번 2400선을 돌파했다. 지난달 14일 이후 처음이다. 외국인 수급이 몰린 코스피 대장주 삼성전자가 4% 가까이 상승하며 지수 상승에 앞장섰다.



코스닥은 장 막판 약보합세로 돌아서며 870선에 머물렀다. 삼성전자의 힘으로 2400선에 다시 진입했지만 다른 종목의 힘은 다소 부족한 모습이다.

삼전이 이끈 코스피, 25일 만에 2400 돌파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장인 평택 2라인. /사진=뉴스1(삼성전자 제공)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장인 평택 2라인. /사진=뉴스1(삼성전자 제공)


8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17.69포인트(0.74%) 오른 2401.91로 마감했다. 지난달 14일 이후 25일 만에 2400포인트를 넘겨 장을 마쳤다.

이날 3.89% 오른 삼성전자 (80,800원 ▲1,000 +1.25%)를 비롯해 반도체 업종이 상승을 주도했다. 삼성전자가 전날 미국 버라이즌에 7조9000억원 규모 무선통신 솔루션 공급계약을 맺었다는 소식에 이틀째 외국인 매수세가 몰렸다.

외국인은 이날 전체적으로 340억원을 순매도했지만 삼성전자는 2660억원 순매수했다. 이날 외국인 순매수 순위 중 1위였다. 한편 코스피에서 개인은 359억원 순매수, 기관은 219억원 순매도했다. 개인은 3거래일 순매수세를 이어갔다.


삼성전자가 속한 전기·전자 업종 역시 3% 상승했다. 미국의 중국 반도체 기업 SMIC 제재 가능성으로 IT 업종이 반사 이익을 봤다. 시가총액 상위주 중에서는 SK하이닉스 (178,200원 ▼3,000 -1.66%), 셀트리온 (183,800원 ▼400 -0.22%), 삼성SDI (477,500원 ▼3,000 -0.62%) 등이 오른 반면 삼성바이오로직스 (833,000원 ▼3,000 -0.36%), NAVER (187,100원 ▼2,200 -1.16%), LG화학 (440,000원 ▼4,000 -0.90%) 등은 하락했다. 네이버는 공정위가 쇼핑과 동영상 부분의 지위 남용 등을 조사하고 있다는 소식에 이틀째 약세였다.

코스닥은 0.59p(0.07%) 내린 878.29로 마감했다. 장중 꾸준히 880선을 상회하다가 오후 3시 이후 약보합세로 전환했다. 개인이 1596억원 순매수한 반면 외국인과 기관은 830억원, 391억원 순매도했다.

시총 상위주 중에서는 에이치엘비 (109,700원 ▲100 +0.09%)(-4.39%), 케이엠더블유 (16,850원 ▼250 -1.46%)(-5.20%), 알테오젠 (207,500원 ▲11,900 +6.08%)(-2.75%) 등이 많이 빠졌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9원 내린 1186.4원으로 마감했다.

미국發 급락에도 선방하는 국내 증시, 이유는?
8일 서울 중구 명동 하나은행 딜링룸에 코스피지수 종가가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8일 서울 중구 명동 하나은행 딜링룸에 코스피지수 종가가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수는 0.7% 상승했지만 삼성전자를 제외한 종목의 힘은 다소 약했다. 코스피 하락 종목은 528개로 상승 종목(313개)보다 더 많았다.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 역시 상승과 하락이 반반으로 갈렸다. 전체적인 수급이 삼성전자를 포함한 일부 종목과 업종에 집중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스피가 단기적으로 2400선에 안착하고 2450선을 넘어서기에는 코스피 전반의 상승 에너지가 약해지고 있다는 점이 부담"이라며 "삼성전자의 독주가 코스피 전체의 상승 동력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내 증시는 미국 기술주의 급락에도 큰 조정 없이 순항하고 있다. 코스피는 이달 4일 1.15% 하락했지만 이후 이틀간 하락분을 모두 회복했다. 미국과 다른 국내 증시의 특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국내 증시의 주도주가 미국에 비해 가격 부담이 적은 것이 이유라고 설명했다. 2009~2011년 주도 업종이던 에너지·소재 등과 비교해봤을 때 현재 주도 업종인 소프트웨어·헬스케어·화학 등은 상승 여력이 남아있다는 설명이다.

풍부한 유동성 역시 국내 증시를 지탱하는 요인이다. 유동 자금이 증시와 부동산으로 나뉜 미국과는 분위기가 다르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주택판매가 전월 대비 20% 이상 큰 폭으로 증가했지만 하지만 국내에서는 부동산 규제 등 이슈가 겹쳐 주식 시장으로 돈이 몰리고 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국내 증시의 주요 주체로 떠오른 개인투자자의 움직임에 주목했다. 김 연구원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반등 과정에서 대외 변수가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더라도 개인들만 중심을 잘 잡아도 시장이 안정적인 흐름을 나타낸다는 사실이 증명됐다"며 "개인투자자가 관심을 갖는 종목은 대규모 자금 유입이 가능한 만큼 확률상 양호한 수익률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재선 연구원도 "카카오게임즈 공모를 위해 고객 예탁금이 10조원 증가했는데 코스피와 코스닥 시가총액 증가 속도는 아직 더딘 상황"이라고 했다. 정부의 한국판 뉴딜 정책의 모멘텀 역시 계속 이어지는 점도 긍정적 요소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상황을 지켜보면서 조심스럽게 시장에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번 주에는 네 마녀의 날과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정책회의가 주목할 만한 변수다.

네 마녀의 날은 주가지수와 개별주식의 선물, 옵션 만기일이 모두 겹치는 날로 변동성이 커지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이경민 연구원은 "중장기 상승 추세를 뒷받침하는 변화가 보이지만 단기적으로는 경계심리를 유지해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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