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박사받은 에티오피아 장관…"한국의 발전상, 우리도 실천할 것"

머니투데이 조성훈 기자 2020.09.08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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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메쿠리아 테클레마리암 에티오피아 국무총리자문장관/사진=KAISTKAIST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메쿠리아 테클레마리암 에티오피아 국무총리자문장관/사진=KAIST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의 현직 장관이 KAIST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해 화제다. 기술경영학부 글로벌IT기술대학원에서 지난달 박사학위를 취득한 메쿠리아 테클레마리암(Mekuria Teklemariam) 에티오피아 국무총리자문 장관이 그 주인공이다.

메쿠리아 장관은 2016년 9월 KAIST에서 박사과정 첫 학기를 시작한 지 4년만인 지난 8월 올해 50세의 나이로 경영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메쿠리아 장관은 "한국은 지난 수십 년간 정치·경제를 포함한 모든 분야에서 눈부신 발전을 이뤄낸 나라ˮ라면서 "에티오피아의 발전을 위해 성공사례를 보유한 국가의 성장 원동력을 학문적으로 연구해보고 싶었다ˮ라고 유학 배경을 밝혔다.

메쿠리아 장관은 화려한 이력의 소유자다. 그는 40세에 도시개발주택부 장관으로 취임해 에티오피아 역사상 최연소 장관 기록을 세웠다. 6년의 재임 기간에 신도시·스마트시티 개발, 토지관리, 주택개발 등의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며 에티오피아의 경제 개발을 이끌어왔다.



그는 행정가로서 역량 제고를 위해 학업을 결심하고 정부에 사임 의사를 밝혔다. 국무총리의 만류에 고심을 거듭했으나 최빈국에서 강대국으로 성장한 한국의 사례를 연구하는 것이야말로 자국 발전에 기여하려는 목적에 가장 부합하는 선택으로 결론내렸다. 이후 메쿠리아 장관은 과학기술분야의 전문성과 국제화에 특화된 KAIST를 선택해 2015년 합격했으나 사임의사가 다시 반려돼 한국땅을 밟지못했다. 이에 휴학 신청뒤 지도교수인 권영선 교수와 함께 정부를 설득하고 나섰다.
메쿠리아 테클레마리암 에티오피아 국무총리자문장관/사진=KAIST메쿠리아 테클레마리암 에티오피아 국무총리자문장관/사진=KAIST
메쿠리아 장관의 의지를 확인한 에티오피아 정부는 9인으로 구성된 위원회를 열어 그의 유학에 관한 투표를 진행했고 결국 국가 발전을 위해 학업을 선택한 그의 결정에 지지를 보냈다. 이에 도시개발주택부 장관에서 국무총리자문 장관으로 직위를 변경한 끝에 유학길에 오를 수 있었다.

2016년 가을부터 한국 생활을 시작한 메쿠리아 장관은 4년간 학업에 매진했다. 정보격차 해소가 경제성장과 부패통제에 미치는 영향·개발도상국의 초고속인터넷 보급 및 확산정책 등의 주제를 연구해 국내외 학회에서 발표했다.

특히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등과의 협업 연구를 진행해 글로벌IT기술대학원에서 수여하는 우수 협력연구상을 2018년 두 차례 수상했다. 또 졸업논문 연구로 수행한 `단계별 맞춤형 모바일 초고속인터넷 확산 정책'에 관한 논문은 정보통신 분야의 최우수 국제학술지에 속하는 SSCI 저널인 텔레커뮤니케이션즈 폴리시(Telecommunications Policy)에 지난 8월 등재됐다.


광대역 통신망을 갖춘 국가들의 효과적인 정보통신 정책을 분석해 개발도상국에 맞춤형 정책을 제안하는 계량적 정책 연구를 성공적으로 완수한 결과다. 이를 바탕으로 메쿠리아 장관은 글로벌IT기술대학원의 최우수 졸업생 영예와 함께 지난달 13일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지난달 18일 신성철 KAIST 총장을 접견한 메쿠리아 장관은 "지난 4년간 직접 경험한 KAIST의 연구·행정·산학협력 등을 벤치마킹해 에티오피아 과학기술대학의 경쟁력 향상에 일조하고 싶다ˮ는 뜻을 전했다. 에티오피아에 적용해보고 싶은 한국의 정책 사례로 새마을 운동, 누구나 손쉽게 인터넷에 접근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 장년층을 대상으로 하는 IT 활용기술 교육프로그램 등을 꼽은 메쿠리아 장관은 오는 12일 귀국한다.

메쿠리아 장관은 "어느 자리에 있든 자신의 몫을 다 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물론 말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실천하는 한국인들의 모습을 인상 깊게 지켜봤다"며 "한국과 KAIST에서 배운 것들을 에티오피아에 적용하고 실천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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