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영향으로 한국인의 입국 제한 또는 금지하는 나라가 늘어가고 있는 가운데 2일 인천국제공항 면세구역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이 사업권들은 지난 1월에 입찰 공고가 났지만 유찰됐다. 1차 입찰 당시 신라와 롯데는 각각 DF3·DF4 구역에 낙찰됐지만 임대료 등 고정비 부담을 우려해 우선 협상권을 포기했다. DF2·DF6는 유찰됐고, 중소·중견 사업권인 DF8·DF9는 에스엠 면세점이 입찰됐지만 지난 6월 사업권은 물론 현재 운영 중인 매장까지 포기했다. DF7 사업권을 가져간 현대백화점은 사업권을 유지하고 지난 1일 영업을 시작했으며, 신세계는 2018년부터 DF1·DF5 권역을 운영 중이다.
공사가 대신 제시한 조건은 여객수요 회복 전까지 최소보장금 없이 매출 연동 방식으로, 영업료(매출액×품목별 영업요율)만을 납부하도록 하는 것이다. 여객수요 회복 조건은 지난해의 80%선이다. 지난 1차 입찰 때는 사업권에 포함돼있던 탑승동 구역도 이번 재입찰에선 제외됐다. 탑승동 구역은 상대적으로 매출이 떨어져, 면세사업자들이 기피해왔다.
업계는 이 같은 조건을 반기는 분위기다. 그동안 업계가 요구한 사항들이 일부 반영됐기 때문이다. 또 이번 입찰에 성공할 경우 10년 간 해당 구역을 운영할 수 있다는 조건도 매력적이다. 5년의 기본계약기간에, 성과 평가를 거쳐 추가로 5년 더 연장할 수 있다. 규모의 경제를 통해 '구매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라도 인천공항 면세점을 포기하긴 어렵다.
그럼에도 각 면세 사업자들은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백신이 언제 나올지 예상할 수 없고, 2~3차 팬데믹이 이어질 수 있어서다. 또 세계적으로 코로나19 상황이 회복되지 않을 경우 장기 운영시에도 결국엔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점도 부담이다.
[인천공항=뉴시스] 고범준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 지속되고 있는 27일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면세점이 여행객들 없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0.05.27. [email protected]
신세계도 검토 중이다. 신세계는 2018년 인천공항 제1터미널 DF1, DF5 구역 입찰에서 승리한 뒤 현재까지 이를 운영 중이다. 당시 신세계는 해당 구역 입찰 성공으로 시장 점유율을 6%p 가까이 끌어올리고, '면세 빅3'에 입성했다. 신세계 입장에선 이 같은 성과를 맛 본 이상 코로나19 상황 개선 뒤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가장 눈길을 끄는 건 현대백화점이다. 현대백화점은 좋지 않은 업황에도 불구하고 세력 확장을 위해 나홀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1일부터 인천공항 제1터미널 DF7 구역의 면세점 영업을 시작했다. 당시 입찰에 성공한 기업 중 유일하게 개점한 사례다. 지난 2월엔 두 번째 시내면세점인 동대문점을 개점했다. 현대백화점도 현재 입찰을 검토 중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업황이 5년 뒤에도 회복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어 성급하게 입찰을 결정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공사의 제안 조건이 이전보다 나아지긴 했지만, 심각한 업황을 고려해 좀 더 개선되길 바라는 분위기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10년이란 긴 사업 운영 기간 때문에 대부분 사업자들이 입찰을 할 것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