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세 에티오피아 현직장관, 4년만에 카이스트 박사 됐다

머니투데이 대전=허재구 기자 2020.09.08 10:45
글자크기

글로벌IT기술대학원 최우수 졸업생 영예 안아… 최빈국에서 강대국으로 성장한 한국의 성공사례 연구 위해 한국행 선택

KAIST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메쿠리아 에티오피아 국무총리 자문장관./사진제공=KAISTKAIST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메쿠리아 에티오피아 국무총리 자문장관./사진제공=KAIST


올해 지천명(50세)의 나이를 맞은 에티오피아 현직 장관이 카이스트(KAIST)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화제의 주인공은 기술경영학부 글로벌IT기술대학원에서 지난 달 박사학위를 취득한 메쿠리아 테클레마리암(Mekuria Teklemariam) 에티오피아 국무총리자문 장관.

메쿠리아 장관은 지난 2016년 9월 KAIST에서 박사과정 첫 학기를 시작한 지 4년만인 지난 달 경영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메쿠리아 장관은 "한국은 지난 수십 년 간 정치·경제를 포함한 모든 분야에서 눈부신 발전을 이뤄낸 나라" 라면서 "에티오피아의 발전을 위해 이 같은 성공 사례를 보유한 국가의 성장 원동력을 학문적으로 연구해 보고 싶었다"고 유학 배경을 밝혔다.

메쿠리아 장관은 40세에 도시개발주택부 장관으로 취임, 에티오피아 역사상 최연소 장관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지난 6년의 재임 기간에 신도시·스마트시티 개발, 토지관리, 주택개발 등의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며 에티오피아의 경제 개발을 이끌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행보에 만족하지 못했다. 외적으로는 여러 가지 성취를 거뒀지만 비슷한 일들을 거듭하다 보니 행정가가 지녀야 할 능력이 정체된다는 고민이 커졌기 때문.

학업에 대한 결심을 굳힌 뒤 정부에 사임 의사를 밝혔지만, 국무총리는 현직에 남아 달라고 당부하며 한 가지를 물어왔다. "유학 가려는 이유가 개인의 이력을 위한 것인지 나라를 위한 것인지"를 확인하는 질문이었다.

국무총리의 말은 메쿠리아 장관의 한국행을 결심하는 계기가 됐다. 영국의 개방대학이나 미국 MIT의 최고위 과정을 선택하면 비교적 짧은 시간을 투자해 수월하게 공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그러나 최빈국에서 강대국으로 성장한 한국의 사례를 연구하는 것이야 말로 자국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는 목적에 가장 부합하는 선택이라고 결론 내린 것이다.


이후 메쿠리아 장관은 KAIST에 지원했다. 과학기술 분야의 전문성, 탁월한 연구성과, 국제화에 특화된 대학원 과정 등 모든 면에서 학업을 이어가기 가장 좋은 환경이 마련돼 있었기 때문이다.

6개월여의 준비 끝에 2015년 KAIST 대학원에 합격했지만 메쿠리아 장관은 한국 땅을 밟지 못했다. 사임 의사가 또다시 반려된 탓이었다.

하지만 메쿠리아 장관의 의지를 확인한 에티오피아 정부는 그의 결정에 지지를 보내며 도시개발주택부 장관에서 국무총리자문 장관으로 직위를 변경하면서까지 유학을 승인해 줘 한국행에 오를 수 있었던 것.

지난 2016년 가을부터 한국 생활을 시작한 메쿠리아 장관은 지난 4년간 학업에 매진했다. 정보격차 해소가 경제성장과 부패통제에 미치는 영향·개발도상국의 초고속인터넷 보급 및 확산정책 등의 주제를 연구해 국내외 학회에서 발표했다.

특히,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등과의 협업 연구를 진행해 글로벌IT기술대학원에서 수여하는 우수 협력연구상을 2018년에 두 차례 수상했다.

또 졸업논문 연구로 수행한 '단계별 맞춤형 모바일 초고속인터넷 확산 정책'에 관한 논문은 정보통신 분야의 최우수 국제학술지에 속하는 SSCI 저널인 텔레커뮤니케이션즈 폴리시(Telecommunications Policy)에 지난 8월 졸업에 앞서 게재되기도 했다.

이런 성과들을 바탕으로 메쿠리아 장관은 글로벌IT기술대학원의 최우수 졸업생이란 영예와 함께 지난달 13일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내 결정이 옳았다. 기대한 것보다 더 많이 배우고 간다"고 소감을 밝힌 메쿠리아 장관은 지난달 18일 신성철 총장을 접견한 자리에서 "지난 4년간 직접 경험한 KAIST의 연구·행정·산학협력 등을 벤치마킹해 에티오피아 과학기술대학의 경쟁력 향상에 일조하고 싶다"는 뜻을 전달했다.

에티오피아에 적용해보고 싶은 한국의 정책 사례로 새마을 운동, 누구나 손쉽게 인터넷에 접근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 장년층을 대상으로 하는 IT 활용기술 교육프로그램 등을 꼽은 메쿠리아 장관은 오는 12일 본국으로 돌아간다.
TOP